[이데일리가 만났습니다]"각자도생에서 공동전선으로...제약업계 혁신의 선봉장"①

“56개 제약사가 뭉쳐 탄생한 오픈 이노베이션의 정수”
허경화 한국혁신의약품컨소시엄(KIMCo) 대표 인터뷰
감염병 치료제 및 백신개발 위해 국내 제약사들 연합
유한양행, 한미약품, 종근당 등 56개 제약사들 참여
전염병 백신 및 치료제 투자,개발,상업화까지 공동
  • 등록 2020-11-04 오전 6:27:45

    수정 2020-11-04 오전 6:27:45

[이데일리 류성 기자] 제약·바이오 산업이 미래 한국경제의 성장을 견인하는 핵심동력으로 빠르게 자리잡아가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국내 제약사 가운데 명실상부한 글로벌 제약업체로 자리잡은 업체가 없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허경화 한국혁신의약품컨소시엄(KIMCO) 대표. 방인권 기자


이는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가 여전히 ‘규모의 경제’를 이뤄내지 못하고 있는 것을 의미한다. 글로벌 제약사 순위 50위 안에 들어가려면 최소 2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려야 한다. 100여년 역사를 자랑하는 국내 제약업계이지만 아직까지 이 고지를 정복한 기업은 전무하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해야 하는 필요성은 제약업의 특수성에 기인한다. 신약 하나 개발하려면 평균 10년에 걸쳐 2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자금을 쏟아부어야 한다. 덩치를 키우지 않고 신약개발에 성공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아울러 글로벌 신약없이는 세계적 제약사로의 도약은 언감생심이기에 이를 포기할수도 없다.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지 못했다고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에게 신약개발의 가능성이 원천적으로 차단돼 있는 것은 아니다. 신약개발을 각자도생하는 대신 뭉쳐서 성사시킬수 있는 해법이 있다.

지난 8월 발족한 한국혁신의약품컨소시엄(KIMCo)이 업계의 주목과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는 배경이다. KIMCo는 국내 56개 제약사들이 힘을 하나로 모아 신약개발을 함께 하기 위해 만든 재단이다. 유한양행(000100), GC녹십자, 한미약품(128940), 종근당(185750), 대웅제약(069620), SK케미칼(285130), JW홀딩스(096760), 동국제약(086450), 보령제약(003850), HK이노엔, 휴온스글로벌(084110) 등 내로라하는 제약사들이 빠짐없이 참여해 초기 출자금 70억원으로 출범했다.

KIMCo의 초대 수장을 맡은 허경화 대표는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계의 자원과 역량을 모아 공동으로 신약개발에 나설 예정”이라며 “KIMCo는 무엇보다 개별 기업이 독자적으로 추진하기 어려운 감염병 치료제 및 백신의 연구개발과 생산을 공동으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KIMCo는 주요 국내 제약사들이 사상 최초로 공동으로 투자, 연구, 상업화까지 함께 하기위해 만든 조직이라는 점에서 남다른 의미를 가진다는 평가다. 그간 공동전선 대신 각자가 신약개발을 독자적으로 진행하는 방식을 고집하던 국내 제약사들로서는 파격적인 행보다. 여기에 제약사들이 주도적으로 공동투자하고, 정부가 지원하는 민관합동형 파트너십(Public-Private Partnership, PPP) 형태로 조직이 운영되기에 파급효과가 상당하리라는 게 업계의 예상이다.

허 대표는 “앞으로 최소 1조원 이상의 자금을 확보해 국내 제약사들이 공동으로 신약개발에서부터 상업화까지 전과정을 이뤄낼수 있도록 도울 방침”이라며 “세계적으로 발생 주기가 짧아지고 있는 감염병 등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민·관이 협력하는 중장기적 ‘혁신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대표는 크놀파마 코리아, 퀸타일스 코리아, 파마링크 코리아,IMS 헬스 코리아 등 쟁쟁한 글로벌 제약사들에서 30여년간 최고경영자(CEO)로 근무한 제약업계의 최고 전문가로 평가받는 기업인이다.

-한국혁신의약품컨소시엄(KIMCo)의 설립 배경은.

△감염병이 세계적으로 유행하면서 제약·바이오 분야는 국민건강을 수호하는 이른바 ‘보건 안보’ 산업으로 가치가 부각되고 있다. KIMCo는 무엇보다 개별 기업이 독자적으로 추진하기 어려운 감염병 치료제 및 백신의 연구개발과 생산을 공동으로 이뤄내기 위해 탄생했다.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계의 자원과 역량을 한 군데로 모아 프로젝트별로 공동으로 신약개발에 나설 예정이다. KIMCo가 집행하는 컨소시엄 공동사업은 오픈 이노베이션 플랫폼을 바탕으로 하게 된다. 특히 협업 프로젝트의 유망한 결과물이 다양한 공동사업 형태로 사업화까지 연결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자 한다.

KIMCo는 앞으로 최소 1조원 이상의 자금을 확보해 국내 제약사들이 공동으로 신약개발에서부터 상업화까지 전과정을 이뤄낼수 있도록 도울 방침이다.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프로젝트별로 펀드를 모집하는 전략을 쓸것이다. 프로젝트별로 참여한 제약사들이 자금을 내놓으면 그에 상응하는 규모의 연구자금을 정부로부터도 지원받는 구조로 운영할 예정이다.

허경화 한국혁신의약품컨소시엄(KIMCO) 대표. 방인권 기자


-서로 이해관계가 다른 제약사들을 한 방향으로 끌고 가기가 쉽지는 않을 듯한데.


△KIMCo가 목표로 하는 감염병 대응 의약품 및 혁신의약품 개발, 글로벌 시장진출 지원은 모두 개별 업체 차원에서 달성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산·학·연·병 등이 뭉치는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의 활성화가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분야다. 산업계가 뭉친 KIMCo는 그 구심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이제 우리 제약업계에도 경쟁사들과도 협업하는 문화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그동안 그것을 실행시킬 매개체가 없었을 뿐이다.

기업 간 이해관계와 강점 등은 다르지만, 정부 과제나 프로젝트별로 적합한 기업들이 참여할 수 있는 구조여서 큰 호응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그간 개별 기업들이 어려웠던 상호 협력관계 구축이나 정부 지원도 보다 수월하게 해낼수 있을 것으로 자신한다. 이미 출범 직후 정부로부터 ‘코로나 치료제 및 백신 생산설비 및 장비구축 지원사업’의 수행기관으로 선정되는 등 성과가 가시화되고 있다.

-궁극적으로 KIMCo가 지향하는 목적지는.

△세계적으로 발생 주기가 짧아지고 있는 감염병 등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민·관이 협력하는 중장기적 ‘혁신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이 생태계를 만드는 데 KIMCo가 주역이 되고자 한다.

이러한 혁신 생태계를 기반으로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계의 역량을 결집, 코로나19 등 다양한 감염병에 대항할 수 있는 치료제·백신 개발에 집중해 나갈 것이다. 동시에 세계적으로 중요해지고 있는 제약 자국화를 실현하는 것은 물론 국내업체들의 글로벌 시장 진출과 혁신의약품 개발을 적극 지원해 나가고자 한다. 이 과정에서 회원사 간 적극적 협력을 기반으로 컨소시엄 내 공동 파이프라인 라이브러리를 구축할 방침이다. 유망하고 성공 가능성이 높은 후보물질을 발굴하여 상업화까지 이어지도록 정부 지원금 매칭을 통해 공동투자·공동개발과 사업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국내 제약·바이오업계의 백신 및 치료제 개발에 관련한 글로벌 역량은 어느 정도인가.

△국내 제약사들은 그간 쌓아온 연구개발(R&D) 투자와 경험을 통해 실질적 결과물을 기대할 수 있을 정도의 역량을 쌓아왔다고 본다. 실제 신종플루가 퍼지던 2009년 당시에도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8번째로 백신 개발에 성공하면서 실력을 입증했다. 이번에도 국내 제약업체들은 세계에서 처음은 아니더라도 국민에게 공급할 수 있는 코로나19 치료제나 백신 개발은 반드시 이뤄낼 것이다.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가 직면하고 있는 가장 큰 현안은 뭐라고 보는가.

△이제는 눈을 해외로 돌리지 않으면 안되는 시점이다. 업계가 아직은 글로벌 시장 진출의 경험이 부족하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차별화가 필요하다. 각 기업이 선택과 집중을 통해 기업마다 고유한 전략과 경쟁력을 갖춰야 글로벌 시장에서 성과를 낼수 있다.

기본적으로는 R&D 역량을 축적하는 것과 글로벌 역량을 갖춘 인재양성이 시급하다. 우수한 인재들을 육성해 변화와 혁신성장의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규모와 역량을 빠르게 확보할수 있는 오픈 이노베이션이 필요하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효율적인 산업화를 위해 규제 및 허가 측면에서도 국제적 상호 인증과 협력 관계 지원이 필요하다. KIMCo도 미국 보스턴, 영국 런던, 벨기에 브뤼셀 등 주요 제약 바이오 산업의 중심지에 사무소를 조만간 세울 방침이다. 이들 사무소를 통해 현지 글로벌 제약사들과 연구소 등과 협업을 활성화해 국내 제약사들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려고 한다.

-정부의 제약바이오 산업 정책과 관련해 아쉬운 점이 있다면.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라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은 치료제와 백신 개발 등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금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어느 시기보다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해야 하는 시점이다. 하지만 연간 제약·바이오산업에 투자되는 정부의 R&D 지원금은 약 3000억원 정도에 불과한 상황이다. 턱없이 부족하다. 정부가 지금같은 비상시국에는 코로나19 백신 및 치료제 개발 지원금을 대폭적으로 늘리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0개 국가 중 혁신의약품 연구단계에서 혁신 효율성은 좋은데, 개발단계에서의 혁신 효율성이 절대적으로 낮다. 즉 혁신 연구를 통해 논문과 특허는 많으나 이러한 중간 성과물이 임상개발과 상업화를 거쳐 환자에게 다가갈 수 있게 하는 개발단계의 생산성이 낮은 것이다. 정부가 개발단계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보다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야 한다.

◇허경화 대표는...

△서울대 약대(학사) △연세대 경영대학원(경영학 석사,MBA) △크놀파마 코리아(지사장) △퀸타일스 코리아(사장) △파마링크 코리아(사장) △IMS 헬스코리아(사장) △IQVIA(수석고문) △ 한국제약바이오협회 부회장(현재) △성균관대 제약산업과 겸임교수(현재) △한국현식의약품컨소시엄 대표(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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