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in][피플]"대기업 세금에 溫情은 없다"

마켓in이 만난 사람 김낙회 조세심판원장
"세무조사후 고액사건 늘어..법리 철저히 판단"
"서민 소액청구엔 따뜻한 배려..처리기간 단축"
  • 등록 2011-09-01 오전 9:24:00

    수정 2011-09-01 오전 8:31:07

마켓in | 이 기사는 09월 01일 08시 30분 프리미엄 Market & Company 정보서비스 `마켓in`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이데일리 임명규 박보희 기자] 김낙회 조세심판원장은 정부과천청사 공무원 사이에서 가장 닮고 싶은 상사로 통한다. 기획재정부 근무 당시 온화한 성품과 남다른 친화력을 바탕으로 직원들로부터 인기가 높았고, 역대 재정부 간부 가운데 이 부문 최다 수상자로 이름을 날렸다.

그가 오랜 과천 생활을 접고 지난 달 16일 기관장으로 새로운 시험대에 올랐다. 세금을 둘러싸고 과세당국과 납세자, 로펌, 회계법인들이 치열하게 생존경쟁을 펼치는 세계(稅界)에서 시시비비를 가려주는 조세심판원의 최고 책임자다.
기존의 부드러운 이미지보다는 냉철한 판단이 요구되고 때론 악역을 맡아야 하는 자리지만, 특유의 밝은 표정은 여전하다. 김 원장은 "공직 생활하면서 항상 시장과 소통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대리인이든 직원이든 언제든 찾아와 얘기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 놓을 것"이라는 소신을 밝혔다.

지난 해부터 부쩍 늘어난 국세청의 대기업 세무조사로 인해 심판원이 처리해야 할 거액 불복사건도 많아졌다. 그는 "대기업 고액사건은 사실확인과 적법성에 초점을 맞춰 철저히 살펴야 한다"며 "납세자를 향한 따뜻한 마음보다는 냉철한 판단력이 더 작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금지식이 부족한 납세자를 위해선 조금은 다른 잣대를 적용할 방침이다. 납세자가 돌려받을 세금이 3000만원 미만인 소액 심판청구에 대해선 신속하고 적극적인 구제에 나서기로 했다. 그는 "연간 1000여 건의 소액사건은 납세자가 영세하고 대리인을 선임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증빙이 부족해도 사실이 인정되면 최대한 풀어주는 방향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매일 오후 2시쯤에는 어김없이 외부와 소통 시간을 갖고 있다는 김 원장을 마켓in이 서울 공평동 조세심판원장 집무실에서 만났다.

-금융위기 이후 대기업 세무조사가 재개됐고 요즘 불복사건이 많아진 것 같다. ▲많이 들어온다. 대기업 고액사건은 유명 로펌이나 회계법인 대리인이 법리적 근거를 제시한다. 심판원은 치열하게 보고 판단해주는 역할을 하는데 법리를 철저히 봐야 한다. 단순한 증빙사실보다는 사실확인과 법적용의 적법성 여부가 중요하다.

-대기업 세금문제를 보는 심판원의 입장은 무엇인가. ▲납세자에게 따뜻한 마음을 적용할 문제는 아니다. 오히려 냉철한 판단력이 훨씬 더 작용한다고 봐야 한다.

-유명 로펌이나 회계법인이 공직 선배를 통해 부탁해오는 경우도 있을텐데. ▲나를 만나고 싶어하는 사람은 많다. 어떤 방식으로 소통에 나서야 할지 많이 고민했다. 그들과 완전히 담을 쌓는 방법도 있지만, 시장의 얘기를 충분히 들어보는 것이 좋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대리인과도 활발하게 소통하겠다는 의미인지. ▲직원이든 대리인이든 얘기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얼마든지 만나서 듣겠다. 항상 문을 열어 놓을 생각이다. 그래야 혹시 생길 수도 있는 오해를 불식시킬 수 있다. 다만 사건에 대해서는 치밀하게 법리적으로 검토하겠다.

-누구에게나 문을 열어놓겠다는 의미는 한편으로는 로비에 휘둘리지 않는다는 자신감으로 보이는데. ▲과세관청과 납세자 사이에서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주면 분명히 서운한 소리가 들릴 것이다. 이 자리가 누구에게나 환영받기 어렵다는 점은 감수하겠다. 세법이 규정한 본질이 무엇인지 고민해서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판단하겠다.

-소액사건은 어떻게 처리하나. ▲연간 5000건 정도 사건이 접수되는데 1000~1500건이 3000만원 미만의 소액사건이다. 주로 납세자가 영세하니까 대리인을 선임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개인이나 소규모 사업자가 세법 지식이 부족해 제대로 주장을 펼치지 못하거나 법적 증빙을 갖추지 못할 수 있다. 이런 사항은 적극적으로 구제할 생각이다.

-적극적인 구제란 어떤 의미인가. ▲규모가 큰 사건은 대부분 대리인을 선임하기 때문에 법리적으로 얼마든지 걸러질 수 있지만, 소액사건은 납세자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 직권조사할 때 증빙이 빠져 있어도 실제 사실이 맞는지를 보고 최대한 풀어주는 방향으로 처리하겠다.

-법정처리기한을 넘기는 일은 심판청구의 고질적 문제다. 해결방안이 있나. ▲심판청구를 90일 이내에 처리해야 하는 것은 심판원의 임무다. 1~2주 내에 처리할 수 있는 사안이라면 밤을 새워서라도 해야겠지만, 현재 인력으로는 한계가 있어 단기적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 차선으로 고액과 소액사건을 나눠 처리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사안이 단순한 소액사건은 최대한 90일 이내에 처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과거에는 심판원장 권한으로 결정을 뒤집는 경우가 있었다. ▲심판원은 납세자의 불복에 대해 결정을 내리는 심판부와 내부감사기능을 하는 행정실로 나뉜다. 두 조직은 서로 견제하면서 잘못된 부분을 고쳐 나간다. 이 과정에서 갈등이 생기면 조정해주는 것이 심판원장의 역할이다. 원장이 외부에서 부탁을 받았다고 독단적으로 결정을 바꾸는 일은 없다. 양심에 따라 신뢰받는 결정을 내리겠다.

김낙회 조세심판원장은? 공직생활의 대부분을 세금 분야에서 보낸 조세전문가다. 1960년 충북 증평에서 태어나 청주고와 한양대 행정학과를 졸업했고, 행정고시 27회로 공직에 입문했다. 국세청 일선세무서에서 세무행정 경험을 쌓은 뒤, 1993년 재무부 세제실로 옮겨 부가가치세 소비세 소득세 재산세 법인세 등 다양한 세목의 정책을 입안했다. 2006년부터 조세정책과장 조세기획관 조세정책관을 거치면서 세제개편의 조율 업무를 담당했다. 최근 5년간 정부의 모든 세금정책이 그의 손을 거쳐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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