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PD "MBN법 제정하고 방송업계 갑질 청산해야"

PD·언노조 등, MBN PD폭행 사건 관련 ''사과와 반성'' 촉구
  • 등록 2015-08-11 오전 8:15:55

    수정 2015-08-11 오전 8:15:55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한국독립PD협회, 한국PD연합회, 독립제작사협회, 전국언론노동조합이 10일 서울 충무로 MBN 본사 앞에서 ‘MBN법(가칭)’ 제정을 위한 기자회견·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지난 6월 24일 MBN 본사 소속 PD가 MBN 프로그램 제작을 하던 PD를 폭행해 물의를 빚었다며 MBN 측의 책임있는 사과와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이와 함께 독립PD의 인권을 보장할 수 있는 ‘MBN법(가칭)’ 제정을 촉구했다.

독립PD협회가 MBN법으로 요구한 사항은 ‘프로그램 제작 전 모든 제작 인력과 표준계약서 작성 의무화’, ‘방송통신위원회 산하 독립PD인권감시기구(가칭) 설치’, ‘외주제작사와 독립PD에 대한 국회차원 실태조사 실시’ 등이다.

MBN 측은 이날 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공식 입장이 없다”고 밝혔다. 다만 사적인 관계에서 일어난 ‘쌍방 폭행’이라는 점만 언급했다.

이동기 독립PD협회장은 성명서를 발표하면서 “가해자 PD가 다시 출근하는 날”이라며 “피해자는 아직 업무에 복귀를 못하고 외부와의 접촉마저 끊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 협회장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는 게 과연 정상적인 방송사인가”라고 반문한 뒤 “MBN은 스스로 자정 능력과 방송사로서의 기본적인 책임 의식이 없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김영미 MBN 폭행사건 비대위 부위원장은 “이번 건을 이후에 국정 감사까지 갈 예정”이라며 “자료집을 준비중”이라고 밝혔다. 김 부위원장은 “인권 사각지대에 있었던 사례를 모아서 국정 감사 때 얘기하고 MBN 사장을 국정감사장에 불러 그들의 사정도 들어볼 것”이라고 했다.

안성주 독립제작사협회 협회장은 “(방송 제작 업계에) 상당히 많은 인권 유린 사태가 있었다”면서 “이를 계기로 MBN이 어떤 대응을 하는지 분명히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김환균 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은 “(이번 건은) 수많은 사건중 하나로 불거져 나온 것”이라며 “방송업계 갑을의 불평등한 관계,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방송 제작사에 대한 인격 모독, 불평등한 계약이 일상화 돼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모든 사람들이 납득할 수 있는 당사자 징계가 있어야 한다”며 “외주제작 PD에 불이익이 돌아가지 않도록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부연했다.

지상파 방송사 소속 PD도 나와 사과의 말을 전했다. 지상파 방송사의 한 PD는 “이번 사태의 본질은 그동안 쉬쉬하면서 지내왔지만 뿌리 깊은 방송사와 독립PD간 뿌리 깊은 제작 관행이 있었다”며 “지금이라도 빨리 방송사와 독립PD 간의 상호 협력적 동방자 관계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갑질 문화를 방성하고 척결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며 “독립PD협회 회원들의 투쟁을 지지한다”고 했다.

전규찬 언론개혁시민연대 대표는 방통위에 대한 책임론을 거론했다. 전 대표는 “이런 사태를 방기하고 있는 방통위를 고발하지 않을 수 없다”며 “지금이라도 제대로 조사해서 함께 해결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다음은 주요 참석자 발언 전문이다.

-이동기 독립피디협회장 성명서 발표

△지난달 15일부터 30도를 넘나드는 폭염 속에 1인 시위를 하고 있으나 아직도 MBN 측은 대답도 반응도 없다. 더욱이 오늘은 가해자였던 PD가 다시 출근하는 날이다. 피해자는 아직 업무에 복귀 못하고 오히려 외부와 접촉을 끊고 있다.

이것을 어떻게 해석해야하나.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는 게 과연 정상적인 방송사인가. 이런 방송사가 언론의 기본적인 기능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까. MBN은 스스로의 자정 능력과 방송사로서의 기본적인 책임의식이 없다고 생각할수밖에 없다. 이제는 바뀌어야할 때가 됐다고 본다. 이번 MBN 사건을 계기로 방송사의 외주제작 과정에서 끊임없이 반복되는 부당한 처우와 관행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고 서로가 상생할 수 있는 전향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우리는 바람직한 방송환경을 만들기 위해 입법활동을 앞장서고자 한다. 우리는 이 법안을 가칭 MBM법이라고 부르겠다.

-김영미 MBN폭행사건관련 비대위 부위원장

△우리는 이번 건을 이후 국정감사까지 갈 예정이다. 우리는 자료집을 준비하고 있다. 그동안 인권 사각지대에 있었던 사례들을 모아 국정감사 때 얘기하고 MBN 사장을 국정감사장에 불러들일 것이다. 왜 때렸는지 그리고 때릴 수 밖에 없었던 그분들의 사정 또한 들어볼 것이다.

지금 가해자 측과 피해자 측의 진실게임처럼 되고 있다. MBN 측은 그동안 두 차례에 걸친 국회 대면보고를 통해 쌍방 폭행이라고 주장했다. 그래서 검찰에 재수사를 촉구해 누구의 말이 진실인지, MBN 주장대로 사적인 자리에서 술자리에서 비롯된 것인지 확실히 규명할 것이다.

이부분들은 관철해 나갈 것이다. 아직도 가해 PD의 해고와 사과를 받지 못했다. 그러나 반드시 받아낼 것이고 그때까지 투쟁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안성주 독립제작사 협회장

△사건 경위와 조치, 향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공식 질의서를 냈다. 그러나 MBN 측은 아무런 답이 없다. MBN 정도의 방송사가 공식적인 어떤 답도 안하고 묵묵부답으로 대응하는 것은 모두를 무시하는 처사라고 본다. 거리낄 게 없다면 반드시 피드백을 했어야 한다. 그럼에도 무응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같은 사태는 MBN 뿐만이 아니다. 물리적 폭력만 없었을 뿐이지 상당히 많은 인권 유린이 있어왔다. 그러나 갑에 대한 을의 위치에서 여태까지 참고 지내왔다.

하지만 이를 계기로 MBN이 어떤 대응을 하는지 분명히 지켜볼 것이다. 이제는 더이상 대답을 기다리지 않겠다. 우리 나름대로 분명하게 문제를 삼아 갈 것이다. 그다음에는 지상파·종편 모두에게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좀더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겠다.

-김환균 언론노동조합 위원장

△한쪽에서는 쌍방 폭행이라고 사적인 일이라고 한다. 그런데 여기에서 지켜보는 많은 분들에게 물어보겠다.

두 남자가 어찌됐든 물리적으로 충돌을 했다. 폭행이 있었다. 한 남자는 광대뼈 안면골이 골절되는 부상을 입었다. 전치 4주다. 그런데 문제제기를 해야할 피해자가 입을 다물었다. 어떻게 봐야 하나.

본인은 시사프로그램을 오래하면서 겪은 느낌으로 이 사건에는 분명한 사연이 있다고 본다. 안면골절 입은 남자는 외주사 소속 PD였다. 안면골절 부상을 입힌자는 MBN의 PD였다.

가해자한테 정직 1개월을 받았다고 한다. 그런데 이대로 끝날 사안이 절대 아니다. 이 사건은 수많은 사건중 하나로 불거져 나온 것이다.

이런 일은 방송계에 만연돼 있다. 갑을의 불평등한 관계, 우월적인 지위를 이용한 방송제작사에 대한 인격 모독, 불평등한 계약 이런 것들이 일상화돼 있다. 성희롱도 자주 일어난다. 성추행도 있다. 그보다 더한 일도 있다.

이런 일들이 왜 일어나나. 외주제작사들이 을의 지위에 있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를 깨뜨려야 한다. 그래서 모든 사람이 적어도 인간답게 대우받게 일하도록 해야한다. 그것이 갑이든 을이든 상관없다. 모든 인간은 인간으로서 존중받아야 한다.

MBN에 요구한다. 진상부터 정확히 밝혀라. “쌍방 폭행이다” 이거 설득력 없다. 설득력 있는 진상조사 결과를 먼저 내놓기를 바란다.

두번째 모든 사람이 납득할 수 있는 당사자 징계가 있어야 한다.

셋째 재발 방지 대책. 해당 외주 제작사 외주 제작 PD에 불이익이 가지 않는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이 해결 방안을 받아들이는 것만이 MBN이 취할 태도이다. 자사 식구라고 해서 감싼다고 하는 오해에서 벗어날 수 있다.

우리는 이 사건의 진상이 명확히 밝혀지고 재발 방지 대책이 명확하게 수립되도록 독립PD들, 그리고 이땅에 정의를 희구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겠다.

-지상파 측 PD

△오늘 사과를 하러 나왔다. 본인은 갑질 문화 방송사와 독립PD들과의 주체인 셈이다. 이번 사태의 본질은 그동안 쉬쉬하면서 지내왔지만 뿌리깊은 방송사와 독립PD간 뿌리 깊은 제작 관행에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이라도 빨리 방송사와 독립PD들간에 상호 협력적 동반자적 관계가 돼야 한다.

그리고 우리가 산업화 이후에 내려온 뿌리깊은 갑질 문화에도 배경이 있다. 살다보면은 누구나 을이 될 수 있다. 영원히 갑만 될 수 있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방송사와 독립제작사간의 상세한 민주적인 계약서가 이번 기회에 준비가 돼야 한다. 그리고 갑질문화도 우리가 반성하고 척결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독립PD협회 회원 여러분들의 투쟁을 지지한다.

-전규찬 언론개혁시민연대 대표

△골목에서 아이들 싸울 수 있다. 줘터지고 코피 터지고. 집에 돌아가도 어머니는 혼내지 않는다. 그러나 때린놈이 자기집 부자라고 남의 아이 괴롭히면 그에 상응하는 터벌이 있어야 한다. 버릇없는 아이를 내보내 다른 아이 줘 패면 그집의 부모가 동네 나와서 사과하는게 인지상정이다.

독립PD들이 누군가. MBN에 있는 PD들만큼 잘났지만 그 안에서 일하는 게 자존심 상해 따로 독립해서 나온 사람들이다.

본인은 이번 사태를 보면서 이땅에서 비정규직들이 얻어맞고 피흘리고 하는 모습들이 떠오른다. 독립제작사들이 갑들에 의해 무릎꿇리는 모습, 양식있는 언론인들이 좌빨이라면서 잘리는 모습, 훨씬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참담한 삶을 굴욕적으로 살면서 살아버티고 있는 모습이 떠오른다.

이번 일은 독립제작사들이 자존심 내세우고 하는 문제가 아니다. 우리 모두의 문제다. 때문에 언론노동자 시민사회 모두가 가만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사태를 방기하고 있는 방통위도 고발하지 않을 수 없다. 방통위원들이 제대로 조사한 적이 있는가. 지금 제대로 조사해서 우리 모두 함께 얘기하고 의견나누고 조율한 적이 있는가. 정부, 방통위, 우리 모두 이 문제를 통으로 처리해 나가길 바란다.

-독립PD 자유발언

△내년 방통위가 MBN 심사를 할 때 이런 방송사를 계속해야하는지 방통위는 정확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 작년 대한민국 역사에 가슴 아픈 세월호 사건이 있었다. 이후 골든타임이라는 말이 회자되고 있다. MBN은 골든타임을 놓친 것 같다. 하지만 다시한번 촉구한다. 진정성 있게 나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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