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인터뷰)"일본경제 타산지석 삼아야"-홍인기 교수

  • 등록 2002-01-07 오전 9:53:15

    수정 2002-01-07 오전 9:53:15

[edaily] edaily는 최근 홍인기 서강대 경영대학원 겸임교수(전 증권거래소 이사장)를 만났다. 인터뷰는 홍 교수가 고문으로 있는 한국증권연구원 연구실에서 이뤄졌다. 기자가 찾은 홍 교수의 연구실 책상 위에는 국내외 각종 신문과 잡지의 조각들이 수북히 쌓여 있었다. 홍 교수는 저술 및 연구활동을 위해 자료를 수집하고 있기 때문이란다. 홍 교수는 지난해말 "일본의 구조개혁과 증권시장"이라는 두툼한(730쪽) 책을 발간했고, 서강대 대학원에서는 "글로벌 증권시장"을 강의하고 있다. 홍 교수는 화려한 이력의 소유자로 잘 알려져 있다. 재무부 증권보험국장을 비롯해 대우조선 사장, 3개의 증권회사 사장, 그리고 증권거래소 이사장직을 6년 동안 역임한 바 있다. 이번 인터뷰는 교수 홍인기의 글로벌 경제관을 듣는 것을 목적으로 했다. ▲요즘 근황이 궁금합니다. -지금은 방학중이라 다소 여유가 있습니다. 최근에는 중국 자본시장의 성장사에 대해 관심을 갖고 책을 준비중에 있습니다. 2월에는 중국을 방문해 상해증권거래소와 중국의 금융당국 등도 직접 찾아볼 계획입니다. ▲2002년 세계경제의 화두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다양한 견해들이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미국경제의 회복 여부를 주목하고 있습니다. 정보기술(IT)를 중심으로 미국경기가 되살아난다면 세계 경제의 운신의 폭도 그만큼 넓어지겠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침체기간이 좀더 이어질 수 있을 것입니다. 다만 세계경제에 있어 신용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는 사실이 부담스럽습니다. ▲신용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는 의미를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시죠. -최근 들어 신용을 저해하는 요인들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죠. 예를 들어 9.11 미국의 테러사태를 비롯해 미국의 대형기업인 엔론의 부도, 그리고 아르헨티나의 모라토리엄 등은 쇼크에 비견될 만한 일입니다. 예견치 못한 일들의 발생은 그만큼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는 것이고, 결국 신용 비용을 높일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우리의 경우 지난 99년 대우채권으로 인해 투신권이 신용 리스크를 떠않을 수밖에 없었던 것처럼 엔론의 부도로 미국 주요기업의 채권 값도 떨어지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죠. 또 아르헨티나의 모라토리엄으로 인해 사무라이펀드를 인수한 일본계 금융기관 등도 더 많은 신용부담을 떠않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일본의 엔화 약세로 세계 주요국은 통화관리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엔화에 대해선 어떤 견해를 갖고 계십니까. -엔저는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선 일본의 거시경제 상황이 불투명하데다, 기업들도 수출을 의식해 엔저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일본총합연구소의 분석자료에 따르면 달러/엔 환율이 125엔에서 135엔으로 상승하면 GDP는 0.2%P 상승하고, 소비자물가도 같은 수준으로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다이와증권도 엔화 값이 5엔 떨어질 때마다 일본의 상장기업 연결이익은 4% 상승한다고 분석했지요. 때문에 일본정부로서는 엔저 정책을 구사할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엔저현상이 지속될 경우 국내 자동차산업을 비롯해 철강 조선업 등은 상당한 부담을 떠안게 될 것입니다.(홍 교수는 자신이 대우조선 초대사장을 지낸바 있어 환율 움직임에 민감한 편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금융위기설"은 왜 나돈다고 보십니까. -금융위기설의 핵심은 경기침체와 예금부분 보장제(Pay-off)의 도입으로 인한 금융권의 혼란 가능성 때문이라고 봅니다. 특히 일본은행의 경우 건설과 부동산 유통업종 등 내수 쪽의 여신부문이 40%정도를 차지하고 있는데 일본 정부의 SOC사업축소 등으로 건설관련 불량채권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또 GDP의 140%에 달하는 보유 국채도 부담입니다. 국채의 투자등급이 자칫 낮아질 경우 자산 리스크 부담을 떠 안아야 합니다.(무디스 등 국제 신용평가기관은 일본국채의 신용등급 조정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이 경우 BIS비율 하락으로 일본은행의 차입금리가 오르는 악순환이 예상됩니다. 현재 일본은행들은 보유국채를 내다 팔면 손실을 보게되고, 보유하고 있으면 지산 리스크 부담으로 인해 BIS비율이 낮아질 수밖에 없는 형국입니다. 이런 상태에서 4월로 예정된 예금부분 보장제의 도입은 금융기관의 부익부빈익빈 현상을 초래해 적잖은 충격이 있을 전망입니다. 다만, 성급한 우려도 금물이지만 일본 금융권의 구조변화 가능성은 예의 주시할 필요는 있을 것입니다. ▲우리의 대응전략에 대해선 어떤 견해를 갖고 계십니까. -개인이든 법인이든 국가든 빛은 많이 갖고 있다는 것은 위험한 일입니다. 일본의 경우도 상환되는 국채를 갚기 위해 또 다시 국채를 발행하는 악순환을 겪고 있습니다.(일본국채는 98년부터 급증해 2000년 말 363조 엔에서 2002년 418조 엔으로 추정되며 2004년에는 483조 엔이 될 것으로 전망됨) 한마디로 스노우 볼(눈덩이)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죠. 우리의 경우 지난해 3분기 GDP성장률이 예상 밖으로 좋은 결과가 나온 것은 고무적입니다. 그렇다고 재정을 확대하는 정책은 재고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입니다. 일본을 타산지석으로 삼아볼 일입니다. 어렵다고 빛을 얻는(국채발행) 쉬운 길보다 허리띠를 졸라매는 노력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노력한 만큼 대외평가도 뒤따를 것입니다. ▲우리경제와 주식시장에 대해선 어떤 전망을 갖고 계십니까. -경기를 낙관하고, 주식시장도 좋을 것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주변국가의 움직임이 녹록치 않다는 생각입니다. 아직은 조심스러운 접근이 요구된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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