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수 한화디펜스 대표이사는 지난 24일 호주 육군의 궤도형 장갑차 획득 사업을 겨냥해 개발한 ‘레드백’(Redback) 장갑차 시제품 2대의 출고식 및 현지 테스트를 위한 출정식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레드백은 호주에서 서식하며 세상에서 가장 강한 독을 가진 거미로 알려진 ‘붉은배과부거미’(redback spider)에서 따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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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육군은 현재 차세대 궤도형 전투장갑차와 계열차량 8종 등 400여 대를 도입하기 위한 Land 400 Phase 3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총 8~12조 원의 사업비 중 장갑차만 450대 규모 약 5조 원이 편성돼 있다. 한화디펜스가 개발한 레드백 장갑차는 지난해 9월 최종 2개 후보 장비 중 하나로 선정됐다. 미국과 영국의 글로벌 방산기업을 제치고 독일 라인메탈 디펜스의 링스(Lynx) 장갑차와 최종 경쟁을 벌이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한화디펜스는 호주 방위사업청과 450억 원 규모의 RMA(Risk Mitigation Activity) 계약을 체결했다. RMA 계약은 최종 우선협상자 후보를 결정하기 위해 현지에서 각종 성능 시험평가와 운용자 평가 등을 통해 후보 장비들에 대한 요구사항 충족 여부를 평가하기 위한 절차다. 각 후보 업체는 시제품을 납품해야 한다.
한국은 과거 말레이시아 등에 소규모로 장갑차를 수출한 사례는 있었다. 이번 수주전에서 최종 승리할 경우 선진국에 대규모로 납품하는 첫 번째 사례가 된다. 레드백은 이번 호주 사업 수주 성공시 내년 초 시작되는 50조원 규모의 미 육군 브래들리 장갑차 교체 사업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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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갑차는 전장에서 안전하게 전투병력을 수송해야 하기 때문에 방호력과 기동성이 핵심이다. 하지만 방호력을 증강시키기 위해 강철판을 덧댈 경우 기동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같은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화디펜스는 복합장갑을 적용하면서도 보통의 철제 궤도 대신 고무 궤도를 선택해 궤도 중량을 50% 줄였다. 고무궤도의 내구성은 최대 5000㎞로, 2000~3000㎞ 수준의 철제궤도 보다 우수하고 소음도 적다. 특히 지뢰 폭발시 철제궤도는 그 자체가 파편이 되지만 고무궤도는 그렇지 않다.
이에 더해 레드백은 지뢰와 총탄 공격에 대비한 특수 방호설계를 적용했다. 지뢰 등 각종 폭발 시험에서 장갑차 내부 보호 성능을 확인했다는게 한화디펜스 측 설명이다. 한국군의 K21장갑차 개발 노하우가 바탕이 됐다. 또 360도 전방향을 감시하면서 위협요소를 감지해 이를 요격하고 장갑차에 도달하기 전 이를 제거하는 능동방어시스템도 탑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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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방호력과 기동성능면에서 경쟁사에 앞서 수주 가능성이 크다는게 한화디펜스 판단이다. 특히 독일 업체의 파워팩은 군용성능이 입증되지 않은 민수용을 적용해 신뢰성 면에서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안병철 한화디펜스 유럽·호주사업부장은 “레드백은 호주군이 요구하는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방호 성능을 발휘한다”면서 “K-9과 K-10에 적용된 파워팩을 활용해 장비의 신뢰성을 높인 차세대 장갑차”라고 수주를 자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