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웅의 블토경]증권형토큰공개(STO)는 모두를 구원할까

  • 등록 2018-12-22 오전 9:39:00

    수정 2018-12-22 오전 9:40:54



암호화폐시장이 침체를 겪고 있고 정부 규제의 불확실성이 여전한 가운데서도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하면서 토큰 이코노미를 접목시킨 다양한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은 우후죽순 격으로 생겨나고 있습니다. 블록체인 생태계와 그 생태계가 작동하게 만드는 토큰 이코노미를 어떻게 이해해야할지 길잡이가 절실합니다. 이에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해외송금 프로젝트인 레밋(Remiit)을 이끌고 있는 정재웅 최고재무책임자(CFO) 겸 수석 토큰 이코노미스트가 들려주는 칼럼 ‘블(록체인)토(큰)경(제)’을 연재합니다. [편집자주]

[정재웅 레밋 CFO] 암호화폐 시장이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비트코인은 고점 대비 1/3 아래로 하락했고, 이더리움 역시 마찬가지다. 이더리움이나 비트코인으로 자금을 조달한 ICO 프로젝트들도 어려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이더리움 클래식을 개발사인 ETCDEV가 암호화폐 시장 침체로 인한 자금 경색으로 사업을 접는다고 발표했는가 하면 스팀잇(Steemit)은 회사 임직원 중 70%를 해고했다고 발표했고, 심지어 이더리움을 개발한 암호화폐 대표 기업인 컨센시스(ConsenSys) 역시 약 13%에 이르는 임직원을 구조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세상을 바꿀 것으로 생각되었던 프로젝트라고는 생각조차 할 수 없는 모습이다.

이런 시장 상황에서 증권 토큰 공개(Security Token Offering)이 새로운 대안으로 각광받고 있다. 블록체인 토큰은 크게 유틸리티(Utility) 토큰과 증권(Security) 토큰으로 구분할 수 있다. 유틸리티 토큰은 그 토큰을 지불함으로써 회사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입할 수 있는 토큰을 의미한다. Reverse ICO를 통해 기존 사업에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하는 프로젝트의 대부분이 이러한 유틸리티 토큰이라고 할 수 있다. 반대로 증권 토큰은 현실 경제의 주식이나 채권을 비롯한 증권처럼 그 토큰을 보유함으로 인해 시세차익이 아닌 자본 이득을 획득하는 토큰이다. 대표적 예가 요즘 거래소 배당형 토큰이다. 현재 일부 거래소에서 도입되어 시행되는 거래소 배당형 토큰은 거래소가 벌어들이는 수수료 수익을 거래소 토큰을 보유한 사람들에게 배당하며, 이 거래소 토큰은 거래소에서 체결되는 거래에 활발하게 참여함으로써 획득할 수 있다. 즉 거래소 배당형 토큰은 거래소에서 체결되는 거래의 지분을 의미하며, 그 지분에 대한 배당을 지불하는 것으로 주식과 상당히 유사하다.

문제는 증권 토큰 혹은 거래소 배당형 토큰이 현재 규제 대상이라는 데 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urity Exchange Committee, SEC)는 증권 토큰을 발행하기 위해서는 현실 경제에서 주식이나 채권 같은 증권 발행에 준하는 규제를 받아야 함을 명시하고 있다. SEC 규제를 따라 증권 토큰을 발행하면 정말 모두가 만족할만한 결과를 얻을 수 있을까. 대답은 ‘아니오’ 다.

블록체인 토큰을 발행하는 대다수 기업이 스타트업인 상황에서 ICO는 이들이 복잡한 현실의 규제와 seed funding 부터 시리즈 A, 시리즈 B, 시리즈 C, 그리고 상장으로 이어지는 전통적인 스타트업 자본 조달의 복잡한 경로를 따르지 않고 자본을 조달하는 방법으로 사용되었다. 물론 이러한 ICO는 정보의 비대칭과 규제의 미비로 인해 상당히 많은 경우 허상으로 끝났고, 그에 따라 많은 피해자가 발생하였음도 주지의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증권 토큰 공개가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해법이 될 수는 없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증권 토큰 공개를 위해서는 기업 상장 혹은 상장 기업의 주식이나 채권 발행에 준하는 여러 법적, 행정적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런 절차를 거치는 이유는 해당 기업이 상장하거나 혹은 채권을 발행할만한 가치가 있는지를 검증하고, 이를 통해 정보비대칭으로 야기될 수 있는 문제를 제거해 건전한 금융 시장을 만들기 위함이다. 하지만 이를 충족시키기 위해 기업은 상당히 복잡한 단계를 거쳐야 한다. ICO를 통해 자본을 조달한 프로젝트의 대부분이 스타트업임을 감안하면 증권 토큰 공개에 수반되는 비용을 이들이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둘째, 증권 토큰 공개를 해야 하는 이점이 약할 수도 있다. 증권 토큰 공개는 해당 토큰이 증권 유형이어서 SEC를 비롯한 각국 규제기관의 규제를 받아야 할 때 적용된다. 그렇기에 유틸리티 토큰의 경우, 특히 기존 오프 체인 비즈니스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하는 reverse 프로젝트의 경우는 이를 굳이 해야만 하는 이유를 느끼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셋째, 증권 토큰 공개의 경우 기존 주식이나 채권 발행과 구별되는 특별한 차이점을 찾기 어렵다. 물론 배당과 해당하는 조건을 블록체인 위에 올릴 수는 있으나, 이는 기업 의사회 의결사항인 배당권 결정과 충돌할 여지가 크다. 물론 기존 기업이 증권 토큰 공개를 할 수 있으나 이 경우 기존 주주 혹은 채권자 대비 무언가 불이익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과연 이 방법이 적절한 방법인지 의문이 생긴다.

암호화폐 혹은 블록체인 토큰은 주지하다시피 금융위기 이후 기존 금융이 “이윤의 사유화와 위험의 사회화”를 추구함을 본 사람들에 의해 추진되었다. 그렇기에 초기 참여자들은 극단적일 정도로 중앙화 및 중개기관의 개입을 꺼렸으며, ICO 역시 그 맥락에서 추진되었다. 그러나 이는 곧 한계에 부딪쳤다. 사실 중개기관 혹은 믿을 수 있는 외부 감시기관이 없는 시장에서 정보비대칭에 따르는 문제 - 이전 칼럼에서 살펴본 Market for Lemons 로 대표되는 - 는 필연적으로 발생하기 마련이며 이는 결국 시장의 붕괴를 가져온다.

그렇기에 어찌보면 외부 감시기관 및 중앙집권화된 기관을 필요로 하는 증권 토큰 공개가 주목받는 현상은 자연스럽다고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이게 만능은 아니며, 모두를 행복하게 만들 수도 없다. 시카고 대학교 경제학과 교수인 라구람 라잔(Raghurm Rajan)과 시카고 대학교 경영대학원 교수인 루이지 징갈레스(Luigi Zingales)는 그들의 저서인 『Saving Capitalism from the Capitalists』에서 “가난한 사람들이나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시장에서 소외되지 않고, 자금이 필요한 사람에게 적절한 자금을 적절한 때 공급하는 금융시장”의 존재가 자본주의 경제의 성장에 있어서 필수적임을 언급한 바 있다. 암호화폐 혹은 블록체인 토큰 역시 금융위기 이후 이러한 생각에서 출현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현재 이 시장이 겪는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 역시 여기서 출발해야 한다. 이러한 고민이 수반되지 않는, 단순한 방법론적인 측면에서 증권 토큰 공개는 모두를 행복하게 만드는 해결책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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