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TALK]치열해지는 반도체 패권다툼, 新주자 인도에 쏠리는 눈

불 붙은 패권 경쟁…미국 이어 일본 유럽까지
인도, 50% 파격 인센티브로 기업들에 러브콜
TSMC·인텔·AMD 등 투자 검토…삼성, 주시 중
인력·입지 등 장점 많지만…美 파워 무시 못해
  • 등록 2022-12-03 오후 1:00:00

    수정 2022-12-03 오후 1:00:00

[이데일리 이다원 기자] 글로벌 산업계의 핵심으로 떠오른 반도체 뉴스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우리 곁의 가전제품은 나날이 똑똑해지고 어려운 기술 용어도 뉴스에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봐도 봐도 어렵고 알다가도 모르겠는 전자 산업, 그 속 이야기를 알기 쉽게 ‘톡(Talk)’해드립니다. <편집자주>

최근 반도체 산업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단어가 있습니다. 바로 ‘패권’(覇權) 입니다. 전 세계가 반도체 산업의 선두를 잡기 위해 치열한 경쟁에 뛰어들었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미시간주 베이시티의 SK실트론CSS 공장을 방문해 연설하고 있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반도체 관련 법안 입법에 따른 제조업 일자리 창출과 경제적 성과를 강조했다. SK실트론CSS는 SK실트론의 미국 자회사로, 차세대 전력 반도체의 핵심 소재인 실리콘 카바이드 웨이퍼를 생산한다. (사진=AP연합뉴스)
패권 다툼에 불을 지핀 것은 미국입니다. 미국은 반도체가 단순한 산업을 넘어 국가의 핵심 자산으로 자리잡았다며 주도권을 잡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반도체 지원법안을 마련해 미국 땅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 기업들에 보조금을 지원하고 파격적인 세액 공제 혜택까지 주기로 한 것이죠.

미국의 심상찮은 움직임을 본 다른 나라들도 참전했죠. 일본은 침체했던 반도체 산업을 부흥시키기 위해 1조3000억엔(약 13조원)를 투입하기로 했습니다. 잠잠했던 유럽도 지난달 ‘유럽반도체법’(European Chips Act) 제정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이 법이 시행되면 430억유로(약 60조원)가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는 데 쓰이게 됩니다.

‘新 주자’ 인도, 파격 인센티브로 기업 유혹

인도 나렌드라 모디 총리. (사진=로이터)
반도체 전쟁이 벌어지는 가운데 산업계가 주시하는 새로운 나라가 있습니다. 바로 인도입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우리는 ‘칩테이커’가 아닌 ‘칩메이커’가 되기를 원한다”고 선언하며 반도체 산업 육성에 대한 의지를 드러낸 겁니다.

인도 정부는 반도체 팹(공장) 투자에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고 밝힌 상태입니다. 지난해 12월 인도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반도체 장비 등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 정책을 발표했습니다. 반도체 팹 투자도 50% 지원하기로 했는데, 중앙 정부뿐만 아니라 주 정부까지 가세해 토지와 용수, 전기 등에 대한 혜택을 제공하겠다고 했습니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에 인도는 매우 매력적인 선택지입니다. 인구가 많은 데다 고급 IT 인재와 젊은 인력이 많고, 아시아와 유럽의 중간이라는 입지 조건까지 갖췄습니다. 이미 인도 내에 위치하고 있는 세트(완제품) 생산 공장도 많습니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공장 유치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현 상황에서 솔직히 가장 나아보이는 지역은 인도”라며 “고급 IT 인재가 많고 땅이 넓은 데다 일할 사람도 많고, 지정학적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인도행(行)을 검토하고 있는 반도체 기업들도 있죠. 일단 대만 기업 폭스콘은 인도 기업과 손잡고 반도체 제조시설을 지었습니다. 또 TSMC는 지난해부터 인도 정부와 75억달러(약9조7500억원) 규모의 반도체 공장 투자를 놓고 협상하고 있고, AMD와 인텔, 글로벌파운드리 등 미국 기업도 관심을 보였다고 합니다.

삼성전자(005930)는 인도에 연구개발(R&D) 연구소를 짓고 시장을 살피고 있습니다. 특히 인도 벵갈루루 연구소는 해외 R&D 연구소 중 가장 큰 규모라고 합니다. 삼성은 이 곳에서 주로 스마트폰과 통신 장비를 중심으로 연구 중입니다.

장점은 많은데 선택이 어렵네

장점이 많지만 기업들은 좀처럼 인도를 선택하지 않고 있습니다. 인도 내에서 고성능 반도체 수요가 낮은 문제가 있기 때문이죠. 인도 내 산업이 가전제품이나 스마트폰 조립 등에 머물러 있어 아주 고도화한 반도체를 생산하는 것이 큰 의미를 갖지 못하는 겁니다.

고성능 반도체 수요가 높고 장비, 부품 등 반도체 유관 공급망까지 갖춘 다른 지역들과 비교하면 인도의 매력은 크게 떨어집니다. 인도 정부는 자국의 반도체 시장이 2026년께 640억달러(약 83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는데, 현재 전 세계 반도체 시장 규모가 5800억달러(약 753조원)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미미한 수준이죠.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클린룸. (사진=삼성전자)
탄탄한 반도체 공급망을 갖춘 미국과 손 쉽게 장비, 소재 등을 구할 수 있는 일본, 고성능 반도체 제조에 필수적인 장비 기업이 위치한 유럽까지 파격 혜택으로 기업 유치에 나선 상황인 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지정학적 이슈를 최소화하고 안전한 선택을 우선해야 하는 기업들로선 전략적인 판단도 배제할 수 없겠죠.

반도체 업계 관계자의 말을 다시 들어보겠습니다. 그는 “하지만 미국이 반도체 패권 경쟁에 뛰어들었기 때문에 확실한 수요와 인재, 글로벌 공급망까지 갖춘 데다 앞으로 영향력을 키우겠다고 공언한 미국을 우선할 수밖에 없다”며 “지금 인도를 선택할 마땅한 이유가 하나도 없다”고 했습니다.

삼성전자와 SK 등 국내 반도체 강자들이 미국행을 결정한 이유일 텐데요. 사실 이들에게 가장 확실하고 안전한 선택지는 바로 한국입니다. 하지만 어쩐지 인도도, 미국도, 일본도 제공하는 파격 혜택이 우리나라에서는 논의조차도 지지부진한 상황이네요.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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