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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적일 수도 있는 이 이야기는 지난달 15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드림아트센터 3관에서 공연을 재개한 연극 ‘비프: BEEP’(이하 ‘비프’)에 등장하는 내용이다. 14년 전 사건을 무대에 소환한 연극은 치열한 경쟁에 놓여 있는 국제고 학생 3명과 이들을 지도하는 2명의 교사를 통해 사람들 사이에서 때로는 불가능한 이해에 대한 문제를 던진다.
조승희가 남긴 희곡 ‘리처드 맥비프’는 그가 대학 수업에 제출한 것으로 A4 용지 10쪽 분량의 짧은 글이다. 분노와 욕설로 가득 찬 이 희곡은 사건 이후 조승희의 심리 상태를 보여준다는 분석과 함께 뒤늦게 화제가 됐다. 신 작가가 주목한 것은 “조승희가 왜 이런 희곡을 썼을까”라는 질문이었다. 그는 “누군가에게 나의 감정을 이해 가능하도록 설명하고 싶어도 그게 쉽지 않고, 때로는 그렇게 이해를 시켜도 나에게 무슨 도움이 될지 생각이 드는 순간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물론 연극은 조승희가 남긴 희곡은 물론 조승희가 저지른 사건을 옹호하지 않는다. “범죄자와 작품은 구별해서 봐야 한다”는 대사가 나오지만 인물들은 이 말이 과연 옳은 것인지 계속해서 고민한다. 대신 인물들이 주목하는 것은 조승희의 희곡에 담겨 있는 일종의 신호(비프)다. 누군가는 알게 모르게 신호를 보내지만, 이를 알아채는 것은 쉽지 않음을 이야기한다.
연극 ‘엘리펀트 송’ ‘미드나잇 앤틀러스’ 등의 연출가 김지호가 신 작가의 희곡을 무대화했다. 배우 서승원, 이준혁, 주석태, 김지휘, 양승리, 윤정혁, 김주연, 서혜원, 유유진, 이우종, 김아석 병헌, 임건혁 등이 출연한다. ‘비프’는 오는 3월 21일까지 공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