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웅의 블토경]ICO 대(對) IEO

  • 등록 2018-11-20 오전 7:19:00

    수정 2018-11-20 오전 7:19:00



암호화폐시장이 침체를 겪고 있고 정부 규제의 불확실성이 여전한 가운데서도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하면서 토큰 이코노미를 접목시킨 다양한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은 우후죽순 격으로 생겨나고 있습니다. 블록체인 생태계와 그 생태계가 작동하게 만드는 토큰 이코노미를 어떻게 이해해야할지 길잡이가 절실합니다. 이에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해외송금 프로젝트인 레밋(Remiit)을 이끌고 있는 정재웅 최고재무책임자(CFO) 겸 수석 토큰 이코노미스트가 들려주는 칼럼 ‘블(록체인)토(큰)경(제)’을 연재합니다. [편집자주]

[정재웅 레밋 CFO]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칼을 빼들었다. 이데일리 보도에 따르면 SEC가 연방증권거래법의 적용을 받는 증권형(security) 토큰으로 등록하지 않은 블록체인 토큰 프로젝트에 본격적인 규제를 시작했다고 한다. 이에 따르면 SEC는 캐리어EQ(CarrierEQ)와 패러곤코인 등 2건의 프로젝트에 각 25만달러의 벌금을 부과하는 한편 발행 토큰을 증권형으로 규제 당국에 공식 등록하고 손해를 본 투자자에게 투자금을 돌려주도록 했다. 무엇보다 이 프로젝트는 주식시장에서 최초주식공개(Initial Public Offering, IPO)를 통해 자금을 조달한 기업과 유사하게 제무재표 공개와 공시의무 등을 지켜야 한다.

SEC의 이러한 규제 이전인 지난달 21일 세계 4대 회계법인 중 하나인 언스트앤영(EY)는 2017년과 2018년에 ICO로 자금을 모집한 프로젝트 중 70% 이상이 아직까지 아이디어 단계에 머물러 있음을 밝힌 보고서를 공개한 바 있다. 이러한 사실은 ICO가 장래 시장성 있는 블록체인 토큰 프로젝트가 제대로 추진될 수 있도록 자금을 공급하는 원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함을 보여준다.

사실 ICO는 지나치게 위험성이 컸다. 비록 IPO에서 이름을 따 오긴 했지만 이 둘은 엄연히 다르다. 코스닥시장의 경우 IPO를 하고자 하는 스타트업은 시드 펀딩부터 시작해 시리즈 A, 시리즈 B, 시리즈 C에 이르는 펀딩을 받고 자기자본 15억원 혹은 시가총액 90억원 이상 등 상장 요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반면 ICO의 경우는 이러한 규제가 아무 것도 적용되지 않는다. 프로젝트 팀과 자문단을 만들고 백서만 공개하면 어떤 프로젝트나 자금을 모집할 수 있었다. 규제가 없기에 소위 스캠이라 불리는 사기성 프로젝트도 증가했고 정보를 지니지 못한 일반 투자자들은 옥석을 가리지 못하고 투자를 했고 그 결과는 개인투자자의 손해와 암호화폐시장 침체로 나타났다. 정보비대칭에 의한 시장 붕괴가 발생해 시장참여자 모두 손해를 보고 시장이 붕괴하는 결과가 나타난 것이다.

이러한 암호화폐시장 상황에 대한 해결방법으로 등장한 방법이 거래소공개(Initial Exchange Offering, IEO)다. IEO는 ICO와 달리 한 거래소를 상장 대상 시장 겸 상장 주관사로 삼아 블록체인 프로젝트가 자신들의 토큰을 투자자들에게 판매하는 방법이다. 즉 장래에 거래소 상장을 전제로 하는 블록체인 토큰 프로젝트에 백서만 보고 투자하는 것이 ICO인 반면 IEO는 이미 발행까지 완료된 블록체인 토큰을 한 거래소와 계약을 맺고 상장을 하는 동시에 그 거래소가 해당 토큰의 매각 주관사가 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 IEO를 추진하는 블록체인 토큰 프로젝트는 백서 공개와 함께 블록체인 토큰 기술에 대한 외부 감사 보고서 등을 상장과 매각을 주관하는 거래소에 제공하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 자신들에 대한 신뢰를 향상시킬 수 있다.

물론 이에 대한 반대 의견도 있을 수 있다. 가장 대표적으로 거래소와 블록체인 토큰 프로젝트의 공모를 언급할 수 있다. 즉 블록체인 토큰 프로젝트와 거래소가 담합해 투자자들을 속이는 상황이 발생하는 경우다. 이는 시장 입장에서도 신뢰를 붕괴시키는 최악의 경우인데 정말 다행스럽게도 간단한 게임이론을 통해 이 상황이 발생하기 힘듦을 증명할 수 있다. 게임이론에서 협력이 중요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이득을 위해 상대방을 배신하는 경우는 흔히 `죄수의 딜레마`로 불리워진다. 즉 상호 협력하는 것이 더 큰 이익을 줌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을 신뢰할 수 없기에 먼저 배신하고 자신의 이익을 추구해 결과적으로 모두의 이익을 감소시키는 일이 발생하는 상황이다.

이런 죄수의 딜레마처럼 한 참여자가 다른 참여자를 배반함으로서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경우는 1회 게임으로 한정된다. 단 한 번만 게임이 이뤄지기에 상대방을 배반하고 자기 이익을 극대화할 유인이 생기기 때문이다. 만약 상황이 한정반복게임이고 상대방이 나를 속이는 것이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법이라면 간단한 역진귀납법(backward induction)을 통해 내가 먼저 상대방을 속이는 것이 이익임을 알 수 있고 이 경우는 상대방도 마찬가지이기에 시장이 성립할 수 없다. 무한반복게임의 경우에는 게임이 계속 반복되기에 상대방이 배신을 하면 나도 배신을 할 수 있고 이는 상대방도 마찬가지다. 그렇기에 팃포탯(tit-for-tat,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전략의 사용이 가능하고 평판도 중요해진다. 그렇기에 배신보다는 협력을 선택하는 것이 이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이 된다.

IEO 역시 마찬가지다. 만약 거래소나 이를 진행하는 블록체인 토큰 프로젝트가 이를 일회성 게임으로 생각한다면 투자자를 속이거나 배반할 유인이 있다. 이는 특히 블록체인 토큰 프로젝트에서 강하게 나타날 수 있다. 블록체인 토큰 프로젝트는 투자자들에게 자금을 조달하면 끝이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점이 강하게 나타난 시장이 ICO다. 하지만 IEO는 거래소가 관여하여 상장과 토큰 판매를 책임지고 있는데, 투자자들과 신뢰를 형성하여 지속적인 시장 참여가 장래 이익과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거래소의 경우에는 투자자를 속이거나 배반할 유인이 없다. 시장에 거래소가 하나밖에 없다면 상황은 또 다르겠지만 여러 거래소가 있는 상황에서 투자자를 속이는 것은 투자자가 다른 거래소로 이동하도록 만들어 자신의 장래 이익을 감소시키는 행위가 되기 때문이다. 투자자와 거래소 간 이러한 신뢰 형성의 문제 덕분에 IEO는 ICO 보다 더 투명하고 효율적인 자금 조달 수단이 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투명하고 효율적인 자금 조달 수단으로서 IEO가 성공적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투자 정보 공개 및 공시 등에 있어 시장 참여자 모두 납득하고 수용할 수 있는 공정한 절차와 이를 수행하는데 있어 회계법인이나 법무법인 등 신뢰할 수 있는 외부기관 참여도 함께 진행돼야 한다. 분명 현재 시장 상황은 블록체인 토큰 프로젝트에 호의적이지 않다. 그렇지만 역사적으로 보면 영국에서 철도 버블이 꺼진 이후에 오히려 철도 산업이 활성화되었고 닷컴 버블이 꺼진 이후에 오히려 현재까지 이어지는 IT 기업을 발견할 수 있음을 상기해 본다면 이런 상황이 오히려 블록체인 토큰 스타트업들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물론 그 시작은 투명하고 효율적인 자금 조달을 통한 시장과의 신뢰 형성이다. 아직은 투명성과 신뢰성에 있어서 부족한 부분이 있지만 이를 보완한다면 IEO는 암호화페시장에 활력을 가져올 수 있는 새로운 자금 조달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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