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골든타임만 2년째…'결정장애' 정부

  • 등록 2016-05-31 오전 7:00:04

    수정 2016-05-31 오전 9:06:48

[세종=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최근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한 STX(011810)조선해양을 비롯해 SPP조선·성동조선해양·대선조선 등 중소 조선사 4곳이 채권단 공동 관리(자율협약)를 개시한 해부터 작년까지 낸 누적 영업 손실액은 3조 7750억원이다. 지난 4~6년간 선박 제조로 올린 매출에서 비용을 제했더니 4조원 가까운 적자가 났다는 뜻이다. 특히 STX조선해양과 성동조선·대선조선은 해마다 적게는 수백억 원에서 많게는 1조원이 넘는 손실을 기록했다.

이 기업들이 막대한 적자에도 수년째 사업을 지속할 수 있었던 것은 정부 덕분이다. 작년 말 기준 4개 회사의 금융권 차입금(사채 포함·선수금환급보증 제외) 총 8조 4574억원 중 산업은행·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 단 두 곳이 댄 돈이 5조 2034억원(61.5%)에 이른다. 예금보험공사가 대주주인 우리은행을 포함하면 신용 공여액은 5조 6951억원으로 올라간다. 남은 조선 3사가 줄줄이 법정관리에 들어갈 경우 이 은행들도 대규모 추가 손실을 피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산업 정책적 전략 없는 일단 살려놓고 보자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 기업 지원이 부른 금융 참사다.

정부가 추진 중인 조선·해운산업 구조조정이 이 같은 과거의 실패를 답습하리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황과 장기 전망 분석에 바탕한 산업 재편의 밑그림을 찾아볼 수 없어서다. 당장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부터가 ‘결정 장애’에 빠져 있다. 유 부총리는 지난 12일 “(조선·해운업 등 특정 산업을) 살리는 게 맞는지 죽이는 게 맞는 건지 연구 중”이라며 “무엇이 최선인가를 (앞으로)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조조정을 직접 챙기겠다”(4월 16일)고 공언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여태 방향조차 잡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조선업 구조조정의 핵심이자 사실상 정부가 최대 주주인 대우조선해양은 채권단에 처리를 미루는 모양새다.

국내 경제 정책의 코디네이터 역할을 해야 할 기획재정부에서는 요즘 ‘자금시장과’가 구조조정 업무를 전담한다. 돈 쓸 곳도 정하지 않았는데, 지갑부터 채우겠다고 나선 것이다. 기재부 핵심 정책 부서 관계자는 “우리도 궁금한 게 있으면 연구원에서 나온 보고서를 찾아보거나 곁눈질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하준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가 올해가 구조조정의 ‘골든 타임’이라고 말하지만, 멀게는 2009년, 가깝게는 현대중공업(009540)·삼성중공업(010140) 등 대형 조선사가 해양 플랜트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수조 원대 적자를 낸 2014년부터 이미 구조조정의 적기였다”라고 지적했다. 앞서 이명박 정부는 2009년 미국발 금융위기 여파로 세계 교역량이 급감하면서 해상 운임, 조선 수주 물량 등이 덩달아 곤두박질하자 ‘조선·해운 산업 대응 방안’을 내놓은 바 있다.

한 대형 로펌 소속 구조조정 전문 변호사는 “구조조정의 설계도를 그려야 할 정부가 국책은행 자본 확충 얘기만 하고 있으니 답답한 노릇”이라며 “정말 구조조정을 하겠다는 절박한 의지가 있는 건지 의심스럽기까지 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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