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신여대 부근 먹자골목에서 배달을 전문으로 하는 식당을 운영 중인 안모(29)씨는 올해 설날 당일을 제외하고는 정상영업하기로 했다. 그나마 연휴 때 배달 주문이 평소 대비 2배가량 더 들어오기 때문이다. 안 씨는 “문을 닫는 만큼 매출을 포기해야 하니까 명절이지만 문을 여는 것”이라며 “요식업 하는 사람들은 연휴 때 쉴 생각을 못한다”고 말했다.
|
빚으로 버텨온 자영업자들…‘대목’ 기대에 식재료 넉넉히 주문
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을 맞았지만, 가족과 보내는 시간 대신 일터를 지키려는 자영업자들이 있다. 정부가 코로나19 확진자 증가와 변이 바이러스 등장에 따라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화하고 집합금지와 영업제한 명령을 내릴 때마다 제대로 장사를 하지 못했는데, 코로나 3년 차에 접어든 이번 설 연휴 기간은 ‘대목’이 되길 간절히 바라면서다.
|
PC방 업주 최모(48)씨는 “개업할 때 진 빚을 다 갚지 못했는데 여전히 매출은 평소 절반도 안 되는 상태”라며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손실보상금을 신청해 놨는데 빨리 약정이 되길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장어를 파는 박모(59)씨는 “장사한 이래로 경기는 가장 안 좋다”며 “임대료가 200만원이 넘는데 임대료도 못 벌어서 매달 마이너스 500만원씩을 찍고 있다”고 토로했다.
|
배달 노동자들도 설 연휴 때 높은 배달 단가를 기대하고 도로 위를 달릴 전망이다.
라이더로 일하는 정성욱(39)씨는 “코로나가 심해져서 어디 못 갈 것 같다”며 “가족들도 못 모이니까 일하는 게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2년 정도 배달기사로 일한 최동규(51)씨는 “설 연휴 기간에 (배달) 단가가 좋을 것 같아서 당일 빼고는 하루 6~8시간 정도 일할 예정”이라며 “업체에서 단가를 조정하는데 기사들이 없으면 단가가 올라가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하모(54)씨도 “설 연휴는 특별한 날이니까 (배달 단가를) 더 많이 줄 것 같다”며 “그날 단가를 보고 나올지 안 나올지 결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반면 코로나에 불경기까지 겹쳐 이대로라면 설 연휴에도 손님들이 찾지 않을 것 같아 가게 문을 닫기로 한 자영업자들도 있었다. 추어탕을 파는 A(52)씨는 “이번 명절 연휴도 길어서 사람들 다 놀러 가니 손님이 특히 더 없을 것 같다”며 “문 열고 나와봐야 직원들 일당만 나갈 것”이라고 푸념했다. 중식당을 운영하는 왕문규(45)씨는 “작년 8월까지는 배달도 나름 괜찮았는데 요즘 너도나도 배달에 뛰어드니까 나눠먹기가 돼버려 수수료와 배달비 빼고 나면 홀보다 매출이 적게 나온다”며 “연휴 때 열어도 배달로 버는 게 쏠쏠하지 않을 거 같아서 쉬기로 했다”고 씁쓸해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