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손님 기대하고 열었죠"…설에도 사장님은 영업중[코로나 3년차의 설]③

설 명절 연휴에도 가게 문 여는 자영업자들
'코로나' 충격 빚으로 버텨와 한계 도달
"임대료도 못 벌어…손실보상금 빨리 나왔으면"
도로 위 배달 노동자도 "연휴 높은 단가 기대"
  • 등록 2022-01-31 오후 1:00:00

    수정 2022-01-31 오후 1:00:00

[이데일리 이소현 김윤정 기자] “설 연휴 때 한 푼이라도 더 벌어야죠.”

서울 성신여대 부근 먹자골목에서 배달을 전문으로 하는 식당을 운영 중인 안모(29)씨는 올해 설날 당일을 제외하고는 정상영업하기로 했다. 그나마 연휴 때 배달 주문이 평소 대비 2배가량 더 들어오기 때문이다. 안 씨는 “문을 닫는 만큼 매출을 포기해야 하니까 명절이지만 문을 여는 것”이라며 “요식업 하는 사람들은 연휴 때 쉴 생각을 못한다”고 말했다.

민족 최대의 명절 설을 일주일 앞둔 23일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 종합시장이 장을 보는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다.(사진=노진환 기자)
인근에서 감자탕을 파는 김모(54)씨는 설날 당일에도 가게 문을 열 계획이다. 김씨는 “설 연휴 내내 문을 여는 곳은 적을 것 같아서 ‘틈새시장’을 공략하려는 것”이라며 “직원 한 명이랑 해서 둘이 열심히 팔아 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카페를 운영하는 김모(38)씨도 “이번에 고향에는 안 내려가고 일을 할 생각”이라고 “설 당일만 쉬고 쭉 가게 문을 열겠다”고 했다.

빚으로 버텨온 자영업자들…‘대목’ 기대에 식재료 넉넉히 주문

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을 맞았지만, 가족과 보내는 시간 대신 일터를 지키려는 자영업자들이 있다. 정부가 코로나19 확진자 증가와 변이 바이러스 등장에 따라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화하고 집합금지와 영업제한 명령을 내릴 때마다 제대로 장사를 하지 못했는데, 코로나 3년 차에 접어든 이번 설 연휴 기간은 ‘대목’이 되길 간절히 바라면서다.

설 연휴 때 사용할 식재료 등을 준비하느라 분주하기도 했다. 프렌차이즈 치킨집을 운영하는 박모(35)씨는 “명절이 대목이라 문을 열었고, 많이 팔아 재료가 없어서 평소보다 일찍 마감하기도 했다”며 “올해도 기대감에 본사에 추가로 주문한 물량만 200만원 어치”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코로나피해자영업총연합의 자영업자 대표들이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정부의 코로나19 피해 실질적 보상을 촉구하며 삭발을 하고 있다.(사진=노진환 기자)
설 연휴에도 생업 전선에 나서려는 자영업자가 많은 건 약 2년 동안 코로나19 사태 충격을 빚으로 버텨왔지만 이제 그마저도 한계에 달했기 때문이다. 이에 설 연휴 전인 지난 25일 자영업 단체들은 “더 이상 인건비, 임대료, 공과금, 각종 대출을 갚을 길이 없다”며 ‘대한민국 자영업자 파산’을 선언하고 ‘299인 릴레이 삭발식’을 진행하기도 했다.

PC방 업주 최모(48)씨는 “개업할 때 진 빚을 다 갚지 못했는데 여전히 매출은 평소 절반도 안 되는 상태”라며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손실보상금을 신청해 놨는데 빨리 약정이 되길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장어를 파는 박모(59)씨는 “장사한 이래로 경기는 가장 안 좋다”며 “임대료가 200만원이 넘는데 임대료도 못 벌어서 매달 마이너스 500만원씩을 찍고 있다”고 토로했다.

실제 신용평가기관 나이스(NICE)평가정보가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전체 금융권의 개인사업자대출(기업대출) 잔액은 작년 11월 말 현재 약 632조원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사태 직전인 2019년 말(482조원)과 비교해 2년 사이 31.2%나 불었다. 대출을 받은 개인사업자 수도 같은 기간 209만5162명에서 276만9609명으로 32.2% 늘었다. 지난해 11월 말 기준으로 기업대출을 보유한 개인사업자 1인당 대출액은 평균 2억2819만원 수준이다.

서울 광진구 건대역 인근에서 열린 배달앱 ‘땡겨요’ 공식런칭 행사에서 라이더들이 보육원과 노인복지시설에 무료 배달에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다.(사진=김태형 기자)
배달 노동자들 “설 연휴 높은 배달 단가 기대”

배달 노동자들도 설 연휴 때 높은 배달 단가를 기대하고 도로 위를 달릴 전망이다.

라이더로 일하는 정성욱(39)씨는 “코로나가 심해져서 어디 못 갈 것 같다”며 “가족들도 못 모이니까 일하는 게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2년 정도 배달기사로 일한 최동규(51)씨는 “설 연휴 기간에 (배달) 단가가 좋을 것 같아서 당일 빼고는 하루 6~8시간 정도 일할 예정”이라며 “업체에서 단가를 조정하는데 기사들이 없으면 단가가 올라가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하모(54)씨도 “설 연휴는 특별한 날이니까 (배달 단가를) 더 많이 줄 것 같다”며 “그날 단가를 보고 나올지 안 나올지 결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반면 코로나에 불경기까지 겹쳐 이대로라면 설 연휴에도 손님들이 찾지 않을 것 같아 가게 문을 닫기로 한 자영업자들도 있었다. 추어탕을 파는 A(52)씨는 “이번 명절 연휴도 길어서 사람들 다 놀러 가니 손님이 특히 더 없을 것 같다”며 “문 열고 나와봐야 직원들 일당만 나갈 것”이라고 푸념했다. 중식당을 운영하는 왕문규(45)씨는 “작년 8월까지는 배달도 나름 괜찮았는데 요즘 너도나도 배달에 뛰어드니까 나눠먹기가 돼버려 수수료와 배달비 빼고 나면 홀보다 매출이 적게 나온다”며 “연휴 때 열어도 배달로 버는 게 쏠쏠하지 않을 거 같아서 쉬기로 했다”고 씁쓸해 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집중'
  • 사실은 인형?
  • 왕 무시~
  • 박결, 손 무슨 일?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