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얼음은 투명한데 냉장고 얼음은 왜 불투명할까 [물에 관한 알쓸신잡]

물속 공기를 빼고 얼리는 방법
  • 등록 2022-02-19 오전 11:30:30

    수정 2022-02-19 오전 11:30:30

[최종수 토지주택연구원 연구위원] 여러분은 요즘 같이 추운 겨울, 카페에 가시면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주문하시나요 아니면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하시나요?

예상하자면 따뜻한 커피를 주문하는 사람이 훨씬 더 많을 것 같지만, 커피업계 자료를 보면 의외의 반전이 있습니다. 겨울에도 차가운 커피를 주문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고 최근에는 차가운 커피와 따뜻한 커피의 주문량이 비슷하거나 오히려 차가운 커피 주문량이 더 많은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일명 ‘얼죽아(얼어 죽어도 아이스 아메리카노)’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날씨와 상관없이 시원한 음료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는 듯합니다.

커피 위에 동동 떠 있는 투명한 얼음은 보기만 해도 청량감을 느끼게 하고 커피의 맛도 더하는 듯합니다. 가끔 집에서 분위기를 내보려고 직접 커피도 내리고 얼음도 띄워보지만 뭔가 2% 부족합니다. 커피 맛은 그런대로 흉내를 낼 수 있겠는데 문제는 얼음입니다.

카페에서 담아 준 얼음은 있는 듯 없는 듯 투명한데 집에 있는 냉장고에서 얼린 얼음은 투명하지 않고 뿌옇기 때문에 깔끔하고 청량한 분위기를 내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런 뿌연 얼음은 투명한 얼음보다 더 빨리 녹아 커피 맛도 금방 밍밍해집니다. 그렇다면 카페에서 음료에 띄워주는 얼음은 맑고 투명한데 냉장고에서 만든 얼음은 왜 불투명할까요?

집에서 얼린 얼음이 불투명한 이유는 물속에 녹아 있던 공기가 물 밖으로 빠져 나가지 못하고 갇혔기 때문입니다.

냉장고 안에 있는 물은 냉기에 직접 노출된 물의 표면부터 얼기 시작합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옆쪽과 아래쪽도 얼기 시작합니다. 이 과정에서 물은 얼지만 물속에 녹아있는 공기는 얼지 않기 때문에 공기는 얼음 밖으로 밀려 나갑니다.

냉장고 안의 물이 바깥쪽부터 얼기 때문에 물속에 있던 공기는 바깥으로 빠져 나가지 못하고 얼음 속에 갇히게 됩니다. 얼음 크기가 점점 커지면서 밀려난 공기는 아직 얼지 않은 가운데로 몰리게 됩니다. 시간이 지나 그곳마저 얼어버리면 모여 있던 공기방울은 얼음 속에 하얗게 남게 됩니다.

그래서 얼음을 만들 때 가장 나중에 언 곳이 불투명하게 보이는 것입니다. 냉장고에서 만들어진 얼음을 자세히 보면 얼음 전체가 불투명하지 않고 중간 아래쪽이 하얗게 되어 있는데 이 부분이 가장 나중에 언 곳입니다.

집에 있는 냉장고로는 투명한 얼음을 만들 수 없는 걸까요? 아쉽게도 가정용 냉장고로는 시중에서 파는 것과 같은 투명한 얼음을 만들기 어렵습니다.

불투명한 얼음은 물속의 공기가 갇혀서 생긴 것이기 때문에 맑은 얼음을 만들기 위해서는 두 가지 방법이 가능할 듯합니다. 물속에 있는 공기를 완전히 제거한 후 얼리거나 물을 얼리는 과정에서 공기를 얼음 밖으로 빼주는 것이죠.

가정용 냉장고와 얼음공장에서 얼음이 만들어 지는 과정 . (이미지=최종수 박사)


대기 중의 공기는 자연스럽게 물속으로 녹아들기 때문에 첫 번째 방법인 물속에 있는 공기를 완전히 제거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물을 끓여서 공기를 날려 보낸 후 식혀서 얼리는 방법도 가능하지만 물을 식히는 동안 공기가 다시 녹아들기 때문에 노력과 시간에 비해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지는 못합니다.

투명한 얼음을 만들기 위해 주로 사용하는 방법은 두 번째 방법입니다. 물이 어는 동안 공기가 빠져 나가도록 하는 것입니다.

냉장고처럼 물이 표면부터 얼면 공기가 빠져 나갈 수 없기 때문에 냉장고에서 물이 어는 순서와는 반대로 표면이 가장 나중에 얼게 해야 합니다. 가정용 냉장고는 냉기로 물을 얼리기 때문에 표면을 가장 나중에 얼리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물을 아래쪽부터 얼리기 위해서는 냉기로 얼리는 방식이 아닌 얼음틀을 차갑게 해서 물을 얼려야 합니다. 이 방식이 바로 얼음공장에서 얼음을 만드는 방식입니다.

최근에는 이 방식을 이용한 가정용 제빙기도 시판되고 있습니다. 가정용 제빙기는 소형이기 때문에 냉매를 이용해 얼음틀을 직접 차갑게 하지만 얼음공장은 얼음틀의 규모가 크기 때문에 얼음틀을 영하 6~8℃의 차가운 소금물에 담가서 얼음을 만듭니다.

너무 낮지 않은 온도에서 천천히 물을 얼려야 물속에 있는 공기가 충분히 빠져 나갈 수 있기 때문에 얼음공장에서 얼음을 만드는 데는 48시간 정도의 제법 긴 시간이 필요합니다.

얼음틀을 차갑게 해 물의 표면이 늦게 얼도록 하는 방법이 얼음 속의 불투명한 부분을 줄여줄 수 있지만 물속에 있는 모든 공기가 빠져 나가게 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이 방법을 쓰더라도 얼음 속에 일부는 하얗게 남아있게 됩니다.

투명한 얼음은 뿌연 얼음에 비해 단단하기 때문에 음료 속에 있어도 잘 녹지 않습니다. 카페에서 주문한 아이스 아메리카노의 얼음이 음료를 다 마실 때까지 거의 녹지 않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

■최종수 연구위원(박사·기술사)은

△토지주택연구원 연구위원 △University of Utah Visiting Professor △국회물포럼 물순환위원회 위원 △환경부 자문위원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자문위원 △대전광역시 물순환위원회 위원 △한국물환경학회 이사 △한국방재학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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