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병호의 PICK]그리스 비극, 恨으로 풀다

국립창극단 대표작 '트로이의 여인들'
국내외 창작진 의기투합…해외도 호평
미니멀한 무대로 판소리 매력 살려
안숙선·정재일 참여…3년 만에 무대
  • 등록 2020-12-01 오전 6:00:00

    수정 2020-12-01 오전 6:00:00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그리스 비극과 판소리의 만남을 통해 국내는 물론 해외 공연예술계로부터도 그 저력을 인정 받은 창극이 3년 만에 무대에 돌아온다. 오는 3일부터 10일까지 서울 중구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공연하는 국립창극단 ‘트로이의 여인들’이다.

국립창극단 ‘트로이의 여인들’의 한 장면(사진=국립극장).
2016년 초연한 ‘트로이의 여인들’은 제작 초기부터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둔 작품으로 화제가 됐다. 에우리피데스가 쓴 그리스 고전 비극을 극작가 배삼식이 새롭게 썼다. 안숙선 명창, 정재일 음악감독이 각각 작창과 작곡으로 참여했다. 여기에 싱가포르 출신의 세계적 연출가 옹켕센이 연출을 맡아 세계 무대에서도 통할 창극을 완성시켰다.

작품은 그리스-스파르타 연합군과의 전쟁에서 패배한 트로이에서 노예로 끌려가게 된 여인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전쟁으로 남편과 아들을 모두 잃은 트로이의 왕비 헤큐바와 딸 카산드라, 며느리 안드로마케 등 여인들의 애절한 이야기가 무대 위에 펼쳐진다.

그리스 비극과 판소리의 만남을 가능하게 한 것은 바로 한(恨)이라는 정서다. 전쟁의 폭력 뒤에 남겨진 여인들의 안타까운 사연은 판소리의 한과 맞닿아 큰 울림을 낳는다. 창극의 바탕인 판소리 고유의 매력을 살리기 위한 미니멀한 무대 등 군더더기를 덜어낸 연출도 인상적이란 평가를 받았다.

2016년 성공적인 초연에 힘입어 이듬해 재공연까지 올랐다. 싱가포르예술축제, 런던국제연극제, 홀란드 페스티벌, 빈 페스티벌 등 해외 유수의 공연예술 축제에도 초청돼 작품성을 인정 받았다. 영국 최대 공연정보 매체 ‘왓츠 온 스테이지’는 “사람의 목소리가 본능적인 경험으로 변하는 순간이었다”고 극찬했다. 올해도 프랑스 파리 샤틀레 극장 기획공연, 미국 뉴욕 브루클린음악원 ‘넥스트 웨이브 페스티벌’ 개막작 등으로 해외 관객과 만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로 아쉽게 취소됐다.

이번 공연에선 김금미(헤큐바 역), 김지숙(안드로마케 역), 이소연(카산드라 역), 김준수(헬레네 역) 등 초연과 재연을 성공적으로 이끈 국립창극단 단원들이 다시 무대를 빛낸다. 폐막 이후인 오는 12일에는 특별기획 공연 ‘트로이의 여인들: 콘서트’를 마련해 정재일 음악감독이 직접 출연하는 무대를 준비 중이다.

옹켕센 연출은 이번 공연을 위해 지난달 7일 한국에 도착해 2주간의 자가격리를 마치고 국립창극단과 함께 공연을 준비 중이다. 그는 “모든 공연의 마지막 플레이어(배우)는 관객이라고 생각한다”며 “코로나19 상황에서 공연장을 찾아주는 관객은 정말 절실히 공연을 보고 싶은 분들이라고 생각하기에 그것만으로도 공연을 만드는 사람들에게 큰 선물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우리도 관객에게 더 좋은 공연으로 선물을 드리고 싶다”며 “서로 어렵게 노력해서 만나는 만큼 절실한 마음이 모이는 화합의 자리이자 더욱 특별한 시간이 되리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국립창극단 ‘트로이의 여인들’의 한 장면(사진=국립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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