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미술계가 이끄는 '공공미술 혁신'

  • 등록 2020-10-06 오전 6:30:01

    수정 2020-10-06 오전 8:16:24

[안규철 미술가(서울시 공공미술위원장)] 코로나19로 침체된 미술계를 지원하기 위해 문화체육관광부가 마련한 ‘공공미술 프로젝트-우리 동네 미술’에 미술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8월부터 지방자치단체별로 시작된 작품공모 심사가 끝나면 조만간 전체적인 사업의 윤곽이 드러날 것이다.

900여 억 원의 추경예산이 투입되는 이 프로젝트는 60년대에 있었던 ‘애국선열 동상건립’ 사업 이후 정부가 추진하는 가장 큰 규모의 공공미술 사업이라 할 수 있다. 그것은 빈사상태의 미술계를 살리고, ‘공공의 자산’으로 남을 예술작품을 만드는, 한 번에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일이다.

미술계의 기대와 관심이 큰 만큼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공공미술관의 휴관과 전시회 취소로 멈춰선 미술계에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가 되리라는 긍정적 기대가 있다면, 6개월이라는 촉박한 일정에 떠밀려 흔히 보아왔던 조악한 작품들이 양산되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크다.

이 프로젝트에 대한 세간의 우려에는 물론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그렇지 않아도 이제까지 지자체들이 의욕적으로 내놓았던 지역상징물들이 여론의 질타를 받는 일을 수없이 보아왔기 때문이다.

의도가 좋았더라도 과정과 결과가 시민의 공감을 얻지 못하면 공공미술로서 실패하는 것이고 ‘예산낭비’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이번 공공미술프로젝트도 예외가 아니다. 이런 사정을 잘 아는 미술계 쪽에서 결과를 걱정하는 것은 당연하다.

의욕과 ‘선의’만으로 좋은 공공미술이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이제까지 실패한 공공미술 사례들은 하나같이 시민들에게 예술 감상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상투적이고 일방적인 ‘선의’를 앞세우면서, 정작 중요한 ‘공공성’에 대해서는 진지한 고민이 없었다. ‘공공’이 빠져있는, 이름뿐인 공공미술이 평균적 기준처럼 통용되어왔고,

이에 대해 이른바 ‘주류’미술계는 무관심으로 일관해왔다. 지금 이 문제에 대해 원론적인 논의를 시작하고 새로운 기준을 만들기에는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 어쨌든 일은 이미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앞으로 6개월 동안 전국 지자체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최소 230점이 넘는 공공미술 작품들이 만들어지고, 8천 명 이상의 미술인이 여기 참여할 것이다.

내년 2월에 프로젝트가 끝나면 그때부터는 결과물에 대한 시민사회의 평가가 시작될 것이다. 지자체들이 내놓은 작품들이 나란히 비교되고, 성공과 실패사례들이 가려질 것이다. 참담한 코로나시대를 겪고 있는 시민사회는 이 작품들의 평가에 있어서 결코 너그럽지 않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예산낭비라는 비판을 받고 철거나 이전을 고민해야 하는 작품이 나오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지금으로서는 이 일에 참여하는 미술가들이 최선을 다해주기를 기대할 뿐이다.

그러나 결과에 대한 책임은 참여작가나 담당실무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작품을 심사하고 프로젝트 기획에 참여한 모든 미술인들, 나아가 미술계 전체가 함께 공동책임을 져야하는 문제가 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프로젝트는 미술계에 중대한 시험대이기도 하다.

과연 우리에게 시민의 공감을 얻으면서 한 시대의 소중한 문화적 자산으로 남을 성공적인 공공미술을 만들어낼 성숙한 양식과 역량이 있는가? 이제까지 미술계가 공공미술을 남의 일처럼 외면하고 방치해왔다면, 지금이라도 근본적인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어렵게 만들어진 이 프로젝트가 일자리 창출과 공공미술의 혁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면 무엇보다도 미술계의 관심과 참여가 절실하다.

안규철 미술가(사진=이데일리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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