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명절 피로 풀고, 힐링하고, 서울 도심 속 ‘템플스테이 명소'

  • 등록 2019-09-14 오전 8:00:00

    수정 2019-09-14 오전 8:00:00

경국사 전경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바쁜 일상을 벗어나 휴식하고 싶을 때 템플스테이를 하는 이가 늘고 있다. 사찰에서 하루 이틀을 머물며 스트레스에 지친 심신을 다독이기 위해서다. 학생, 외국인, 타 종교인이 불교 전통문화가 궁금해 템플스테이를 신청하기도 한다. 템플스테이는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외국인에게 1700년 전통의 한국불교 문화를 소개하고자 시작한 문화사업이었다. 지금은 국적과 종교를 초월한 힐링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현재 전국 130여 곳 사찰에서 템플스테이를 운영한다. 이 중 서울 소재 사찰은 12곳. 이 사찰들은 대부분 접근성이 좋고, 고즈넉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어 인기가 많다.

전국 사찰의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이 엇비슷하다. 당일형과 1박 2일의 체험형·휴식형으로 구성되어 있다. 당일형은 절에 2시간 이상 머무르며 사찰 순례, 염주·연등 만들기, 다도 등의 기본 프로그램을 체험해보는 것이다. 체험형은 첫날 오후에 입소해 오리엔테이션, 사찰 순례, 저녁 공양, 저녁예불과 108배, 명상 등을 체험한다. 이튿날에는 새벽 4시경에 일어나 새벽예불, 아침 공양, 울력, 차담 후 점심 공양을 끝으로 일정을 마친다. 휴식형은 예불과 공양, 사찰 순례 등의 필수 프로그램 외의 시간은 자유롭게 보내는 형태이다. 사찰마다 특색이 있어 세부 프로그램은 조금씩 달리 운영한다. 참가비는 1박 2일 기준 3~7만 원 정도이다. 서울에 있는 사찰 중 템플스테이가 가능한 곳은 모두 12곳이다. 화계사·경국사·묘각사·길상사·금선사·봉은사·관문사·조계사·진관사·수국사·천축사·국제선센터 등이다. 무더위가 지나간 가을의 문턱에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 쉬는 산사에서 특별한 템플스테이를 추천한다.

봉은사 사경 체험(사진=봉은사)


◇외국인 전용 템플스테이를 운영하는 봉은사

강남 삼성동에 위치한 봉은사는 전철 9호선 봉은사역이 도보 2분 거리에 있어 접근성이 매우 좋다. 코엑스와 도심 공항, 카지노, 호텔 등도 가까워 일 년 외국인 방문객 수만 10만여 명에 달한다. 도심 한복판에 있어도 봉은사는 794년 신라시대 때 창건한 천년고찰이다. 유서 깊은 사찰인 만큼 보물 2점을 비롯해 40점의성보문화재를 소장하고 있다. 사찰 둘레로는 숲이 우거져 도심 휴식 공간의 역할도 톡톡히 한다. 인근 직장인들이 점심시간에 봉은사 뒤쪽 숲길을 산책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봉은사 템플스테이는 당일형인 템플라이프와 1박 2일 프로그램인 체험형, 단체형 템플스테이로 구성했다. 템플라이프는 짧은 시간에 한국 문화와 사찰 체험을 하길 원하는 외국인 방문객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이다. 참여자가 사찰 순례, 다도 시연, 금니사경 등을 체험한다. ‘금니사경’이란 금니라는 금색 염료를 붓에 묻혀 어두운색 감지에 부처의 말씀을 적어보는 서예 시간이다. 화려한 금니사경 완성작을 기념으로 가져갈 수 있다. 매주 목요일 2시~4시에 진행하며 최대 20명까지 예약 또는 현장접수받는다. 1박 2일 템플스테이는 외국인과 내국인을 따로 신청받는다. 매월 목요일이 있는 주를 기준으로 첫째 주와 둘째 주는 외국인 대상으로 영어로 진행한다. 셋째 주와 넷째 주는 내국인 대상으로 진행한다.

봉은사 템플스테이는 템플라이프 기본 프로그램 외에 스님과 함께하는 108배, 요가, 차담 등을 추가했다. 저녁·아침 공양은 열 가지가 넘는 다채로운 채식 반찬을 내·외국인 입맛에 맞게 제공하고 있다. 단체 템플라이프·템플스테이 예약 시 봉은사와 협의해 지화연꽃 만들기, 스님과 차담, 스님과 함께하는 108배, 염주 만들기 등을 추가하거나 변경해 진행할 수 있다.

진관사 템플스테이 참가자들


◇특별한 사찰 음식을 맛볼 수 있는 진관사 템플스테이

비구니 수도 도량 진관사는 북한산 등산로 입구에 위치해 주변 풍광이 아름답다. 사찰 옆으로 계곡이 흐르고, 사찰 뒤로는 북한산의 우뚝한 암봉들이 병풍처럼 둘러있다. 너른 경내에는 잔디밭 쉼터와 운치 있는 전통찻집이 있어 연일 방문객이 끊이지 않는다. 진관사는 원래 신라 진덕여왕 때 창건한 신혈사였다. 고려 현종이 자신의 목숨을 구해준 신혈사 주지 진관대사에게 은혜를 갚기 위해 절을 증축하고 진관사로 개칭했다. 한국전쟁 때 진관사가 크게 소실된 것을 주지 진관스님과 계호스님이 다시 일으켜 세워 지금에 이르고 있다. 진관사가 유명해진 계기는 2009년 칠성각을 보수하던 중 일제강점기 항일 승려 백초월스님이 일장기에 덧칠한 태극기로 독립운동 관련 유물 20여 점을 싸매고 숨겨 놓았던 것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진관사에 600년 넘게 이어져 오는 국행수륙대재도 큰 행사이다. 국행수륙대제는 조선 태조 이성계가 지정한 국가행사로서 외로운 영혼과 아귀에게 불법을 설파하고 음식을 공양하는 행사이다. 이 행사에 진관사의 자랑인 산사음식연구소에서 만든 사찰음식을 공양한다.

진관사 템플스테이에는 당일형과 휴식형이 있다. 당일형에 사찰 순례와 스님과 차담을 하는 ‘나만의 향기를 찾아서’ 프로그램과 사찰 음식을 맛볼 수 있는 ‘자연을 먹다’프로그램이 있다. 진관사의 1박 2일 휴식형 프로그램명은 ‘마음의 정원’이며 휴식형과 체험형을 접목한 맞춤형 프로그램이다. 108배, 타종 체험, 울력, 포행, 사찰음식 시식, 참선, 차담 등을 체험한다.

진관사 아래에 자리 잡은 은평한옥마을은 전통한옥과 현대주택의 장점을 살려 지은 이층 한옥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마을 가운데로 개울이 흐르고 개울가에 갈대와 억새가 우거져 시골 분위기가 난다. 마을 안에 있는 은평역사한옥박물관은 2005년 은평 뉴타운을 개발할 때 발굴된 유물과 한옥 관련 콘텐츠를 보존·전시하고 있다. 3층 북한산전망뜰에 바라보는 북한산 능선이 장관이다. 은평한옥마을에서 진관사로 가는 길목에는 은평한옥체험관을 리모델링한 셋이서문학관이 있다. 소설가 이외수, 시인 천상병, 화가 중광의 작품을 감상하고, 차를 마시며 휴식할 수 있는 무료 쉼터 역할을 한다.

천축사 스님들의 일상체험(사진=천축사)


◇도심 야경을 감상할 수 있는 천축사 템플스테이

천축사는 도봉산 선인봉(706m) 남쪽 기슭 7부 능선에 자리 잡은 고찰이다. 673년 신라 시대 때 의상스님이 창건한 사찰로서 천축국(인도)의 영축산과 비슷하다고 해서 이름 붙여졌다. 천축사에 가려면 한 시간 남짓 가파른 산길을 올라야 한다. 이것이 단점이지만 장점이기도 하다. 속세를 떠나 깊은 산속 사찰을 찾아가는 수행자인 듯 산길을 오른다면 천축사 템플스테이를 제대로 경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스님들이 4~6년 동안 독방에서 나오지 않고 면벽 수행하는 참선도량을 무문관(無門關)이라 한다. 천축사 정영스님이 1965년에 국내 처음으로 현대식 무문관을 개원했다. 이곳에서 무문관 수행을 한 고승이 여럿이다.

천축사 템플스테이 참가자는 무문관 또는 무문관 아래 숙소에 묵으며 스님들의 일상을 체험하거나 자유롭게 휴식을 즐긴다. 첫날에는 오후 4시에 입소해 저녁공양과 저녁예불을 하고, 스님과 차담을 나눈 뒤 야간 탑돌이를 한다. 밤이 깊으면 절 마당에 서서 도심 야경을 감상한다. 천축사 템플스테이만의 특별한 코스이다. 왼쪽에 불암산과 수락산 자락이 보이고, 정면에는 노원구 상계동, 오른쪽으로는 잠실과 별내동 방면이 보인다. 이튿날에는 4시에 기상해 범종을 타종하고, 아침공양 후 자유시간을 갖는다. 이때 전망이 뛰어난 마당바위나 신선대에 오르면 좋다. 천축사에서 마당바위까지 10분, 신선대까지는 약 한 시간 걸린다. 점심공양까지 하면 일정이 끝난다. 이곳 공양 음식은 처사가 산 밑에서 지고 온 식자재로 만들므로 그 노고를 생각하며 먹게 된다.

도봉산은 북한산과 나란히 솟아 있는 명산이다. 북한산 면적의 절반 정도여서 북한산 국립공원에 속해있다. 최고봉인 자운봉(740m)을 비롯해 미륵봉, 만장봉, 선인봉, 관음봉, 주봉 등의 뾰족한 암봉들이 수려한 자태를 뽐낸다.

경국사 전경


◇아늑하고 편안한 공간이 매력인 경국사 템플스테이

경국사는 1325년 고려 시대 말에 자정율사가 창건한 고찰이다. 청봉 아래에 있어 청암사라 불렸다. 조선 명종 때 문정왕후가 중창한 이후 국가에 경사스러운 일이 항상 있기를 기원하는 뜻에서 경국사로 이름을 바꾸었다. 북한산 동쪽 정릉천 옆에 자리한 경국사는 주변 경관이 좋다. 일주문을 지나 범종각까지 이어지는 울창한 숲길은 더 운치 있다. 숲길을 걷다가 왼쪽으로 꺾어지면 숨어 있던 범종각과 전각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전각 뒤로 숲이 우거져 마치 깊은 산속에 들어와 있는 듯하다. 극락보전 계단 위에 올라서면 경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절 규모가 아담해 포근한 느낌을 준다. 경국사 템플스테이에는 대학생들이 많이 참가한다. 교통이 편리하고, 도심이지만 산속에 있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어서 가성비가 좋다고 소문난 덕이다.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은 기본에 충실하다. 참가자는 연꽃등과 염주 만들기, 단청 코스터 색칠하기, 보물인 극락보전 후불탱화를 비롯한 사찰 유물 감상, 새벽예불과 108배, 타종, 스님과 차담 등을 체험한다. 이튿날 아침에는 다 함께 마당을 쓸고 꽃에 물을 주고 잡초를 뽑는 등의 울력을 한다. 이를 통해 노동의 신성함을 깨닫고 잡념을 없앤다. 108배 할 때는 한배마다 부처의 말씀을 한 문장씩 읽으며 마음에 새긴다. 아늑하고 편안한 사찰에서 수행자의 일상을 경험하고 적당히 휴식할 수 있는 것이 경국사 템플스테이의 매력이다.

경국사 앞으로 북한산 둘레길 5구간인 명상길이 지난다. 4구간 솔샘길 방향으로 30분 정도 걸으면 정릉에 닿는다. 정릉은 조선 태조의 계비 신덕왕후 강 씨의 능이다. 왕위 승계 문제로 신덕왕후를 미워한 태종이 도성 안에 있던 정릉을 지금의 자리로 이장했다. 태종에게 푸대접받은 정릉은 현종 때에 이르러서야 왕릉의 면모를 갖추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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