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rd SRE][Worst]롯데케미칼, 빅딜에 위기설까지…'승자의 저주' 피할까

워스트레이팅 2위…50명 중 44명 등급 하향 응답
일진머티리얼즈 인수에 계열사 지원까지 자금 비상
2분기 214억원 영업손실…신평사 등급 하향 경고
신용등급 하락할 시 그룹 전반 신용도 부정적 영향
  • 등록 2022-11-21 오전 9:02:00

    수정 2022-11-21 오전 9:02:00

[이데일리 김대연 기자] 롯데케미칼(011170)이 33회 신용평가 전문가 설문(SRE: Survey of credit Rating by Edaily)에서 신용등급이 적정하지 않은 기업(워스트레이팅)에 포함되자마자 2위를 차지했다. 롯데케미칼이 조 단위 규모의 동박 제조 업체인 일진머티리얼즈(020150) 인수에 성공한 이후 자회사 롯데건설에 예상치 못한 대규모 자금을 지원하면서 재무 건전성이 위협받고 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석유화학 업계에 먹구름이 끼면서 올해 부진한 실적이 이어지는 상황에 롯데그룹 내 위기설까지 불거지며 우려가 커지는 모습이다. 일부 신용평가사가 롯데케미칼의 신용등급 하향을 검토하는 가운데, 시장 관계자들도 롯데케미칼이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며 등급을 낮춰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조 단위 빅딜 성사하자마자 신용등급 ‘경고음’

롯데케미칼이 33회 SRE에서 총 203명 중 50명(24.6%)이 등급이 적정하지 않다고 답하면서 전체 40개사 가운데 1위 HDC(012630)·HDC현대산업개발(294870)(52명·25.6%)에 이어 2위에 올랐다. 3위는 CJ CGV(48명·23.6%)로 1·2·3위 각각 2표씩밖에 차이가 나지 않아 박빙의 승부를 펼쳤다.

응답자별로 보면 50명 중 44명이 현재보다 롯데케미칼의 등급이 떨어져야 한다고 답했다. 그중 크레딧 애널리스트(CA)는 20명 중 19명이, 비CA는 30명 중 25명이 등급 하향에 표를 던졌다. 등급을 올려야 한다고 답한 응답자는 CA 1명과 비CA 5명에 불과했다.

최근 롯데케미칼은 연이은 악재에 휘청이고 있다. 먼저, 롯데케미칼은 지난달 11일 일진머티리얼즈 지분 53.3%를 2조7000억원에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현재는 계약금 2700억원을 납부한 상태로 내년 2월까지 거래를 마쳐야 한다. 일진머티리얼즈는 2차전지의 핵심 소재인 동박을 생산하는 기업으로 한국과 말레이시아에 생산기지를 운영하고 있으며, 연간 6만톤(t)의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기준 전 세계 동박 시장 4위(점유율 13%)이며, 국내에서는 SK넥실리스(점유율 22%)에 이어 2위다. 롯데케미칼은 전지소재 사업에서 오는 2030년까지 총 4조원을 투입해 연간 매출 5조원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SRE 자문위원은 “롯데케미칼이 일진머티리얼즈를 인수하면서 배터리 소재 관련 투자 등 자금 소요가 많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지금 석유화학 업황도 부정적일뿐더러 시장에서는 NICE신용평가 등의 등급 액션에 대해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지난 9월 말 기준 롯데케미칼의 신용 등급은 ‘AA+’이며, 등급 전망은 ‘안정적’이다. 하지만 NICE신평은 롯데케미칼의 공시 직후 당사뿐만 아니라 롯데지주의 재무 부담이 커질 것이라며 신용등급 하향검토 등급감시 대상에 등재했다.

김성진 NICE신평 연구원은 “일진머티리얼즈 인수로 인해 대규모 자금이 소요될 예정임에 따라 차입부담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일진머티리얼즈의 동박 사업 확대를 위해 추가적인 투자가 지속해야 하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일진머티리얼즈 인수 이후에도 현금흐름 개선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진단했다. 또한 그는 “롯데케미칼이 롯데지주의 핵심 자회사이기 때문에 롯데케미칼의 신용도가 하락할 경우에는 롯데지주의 계열통합 신용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예상치 못한 롯데건설 지원…재무건전성 ‘흔들’

롯데케미칼이 강원도 레고랜드 ABCP(자산유동화기업어음) 부도 사태로 계열사인 롯데건설이 대규모 개발 사업에 따른 자금난을 겪자 약 6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긴급 수혈해줬다. 롯데케미칼은 롯데건설의 지분 43.79%를 보유한 최대 주주로 지난달 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참여해 875억원을 출자하는 데 이어 5000억원을 3개월간 연 6.39% 이율로 빌려주는 금전대여 계약을 체결했다.

이처럼 롯데케미칼이 일진머티리얼즈 인수 이후 긴급하게 롯데건설 지원에 나서면서 재무 부담이 한층 커질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롯데케미칼의 올 상반기 연결 기준 매출액은 11조97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0.2% 늘었지만, 영업손실은 612억원으로 95%가량 급감했다. 특히 2분기 영업손실은 214억원으로 적자로 전환했는데, 석유화학 산업 전반의 경기 둔화로 당분간 수익성이 악화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처럼 롯데케미칼이 롯데건설 지원을 위해 자금을 투입하면서 한국신용평가도 NICE신평에 이어 신용등급 강등을 경고했다. 또한 한신평은 롯데케미칼의 신용등급 하향 조건으로 상각전 영업이익(EBITDA)/매출액이 8% 미만이면서 EBITDA 대비 총차입금 지표가 3배를 지속해서 초과하는 경우로 제시했다. 지난 6월 말 기준 롯데케미칼의 매출액 대비 EBITDA는 4.5%이며, EBITDA 대비 총차입금은 4.3배로 이미 하향 트리거를 충족한 상태다.

오윤재 한신평 연구원은 “최근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금시장 경색의 영향으로 롯데건설이 신용보강을 제공한 유동화증권 차환에 차질이 발생할 경우 이행해야 하는 상환의무에 대비하기 위한 것으로 파악된다”며 “대규모 인수자금 지출 영향을 상쇄할 수 있는 수준의 자본확충이 이뤄지지 않거나 주력 석유화학 사업의 실적이 유의미한 수준으로 회복되지 못한 경우에는 신용도 하향압력이 크게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그는 “일진머티리얼즈 인수자금 조달 상황, 3분기 영업실적과 더불어 롯데건설의 유동성 대응 현황 등 단기대여금의 적기 회수 가능성을 면밀히 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룹 유동성 위기설까지…‘승자의 저주’ 결말은

석유화학 불황에 적자를 내고 있는 롯데케미칼이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조단위 규모의 빅딜을 성사시키자마자 계열사 지원사격에 나서면서 업계는 롯데케미칼이 결국 ‘승자의 저주’에 빠지게 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롯데그룹의 핵심 계열사 중 하나로 등급이 하락할 경우 계열사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 특히 자금시장 경색으로 촉발된 롯데건설의 유동성 위기설에 최대주주인 롯데케미칼과 나아가 롯데지주까지 주가가 급격히 흔들리기도 했다.

한국기업평가는 롯데케미칼의 이번 인수를 통해 2차전지 핵심소재 사업 역량이 강화할 것으로 보는 한편, 저조한 실적 등으로 신용도에 부정적인 영향이 확대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배인해 한기평 연구원은 “현재 구체적인 자금 조달 방식이 미정인 상태로 조달 구조에 따라 재무부담 수준이 달라질 수 있다”면서도 “인도네시아 나프타 분해시설(NCC) 신설 등 거액의 투자가 진행되는 가운데 일진머티리얼즈 지분 인수가 이뤄질 예정이며, 주력 사업의 반등이 지연될 것으로 보여 재무부담 확대가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발언대>

수소에너지, 배터리 소재, 리사이클 소재 등 속도감 있게 미래사업 투자를 진행 중입니다. 포트폴리오 확대와 체질 변화를 통해 미래의 지속 가능한 동력으로 삼고, 변화가 심한 업황 속에 미래 비전 달성을 위해 세워둔 투자 계획은 차질없이 진행하도록 노력해나갈 것입니다.

[이 기사는 이데일리가 제작한 33회 SRE(Survey of credit Rating by Edaily) 책자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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