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욕받이 홍남기’에게 필요한 것

“곳간지기 악역, 격려·존중해야”
  • 등록 2021-02-09 오전 6:00:00

    수정 2021-02-09 오전 6:00:00

[세종=이데일리 원다연 기자] “기획재정부 직원들의 사기가 많이 떨어진 게 사실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5일 국회 대정부질문에 출석해 이같이 토로했다.

직원들은 다른 부처 전출을 꿈꾸고 신임 사무관들은 아예 발을 들이지 않으려는 게 요즘 기재부 분위기다. 지난달 마무리된 올해 5급 공무원시험(행정고시) 신임 사무관 부서 배치 지망에서 기재부는 정원이 미달됐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기재부 제공
홍 부총리는 직원들을 향해 “진중함과 무게감이 없는 지적에 너무 연연하지 말라”며 다독였다. 당정 입장 차에 홍 부총리가 기재부 중심 잡기에 나선 것이다. 4차 재난지원금을 선별·보편 병행 지급하자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제안에 “정책 결정 시에는 비용과 제약도 고려해야 한다”고 각을 세웠다.

하지만 이같은 입장 표명에 여당으로부터 돌아온 것은 ‘사퇴 요구’였다. 여당 대표의 구상에 즉각적인 공개 반박을 한 것은 부적절하단 이유였다.

‘나라 곳간’ 책임자가 당연히 해야할 말을 했음에도 여당이 사퇴를 요구하는 상황에서 기재부 직원들 사기가 오를 리 없다. 청와대가 힘을 실어준다지만 매번 홍 부총리가 ‘깨진’ 뒤에 다독이는 모양새다.

일례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작년 경제성과를 분석한 홍 부총리의 SNS 글을 공유했다. 기재부를 격려하는 뜻이 담겼다고 한다. 그러나 이는 여당이 제안한 ‘손실보상 법제화’에 기재부가 난색을 표하자, 기재부가 아닌 중소벤처기업부에 검토 지시를 내린 바로 다음 날이었다. 정책을 밀어붙인 뒤 달래는 듯한 격려다.

홍 부총리가 여야 양쪽에서 맹공을 당했던 대정부 질문에서 홍기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토교통위원회 위원이 된 뒤 기재부 한 과장에 지역구 예산을 부탁했다가 단칼에 거절당했다”며 “아쉬우면서도 든든했다”고 돌이켰다.

기재부 직원들이 각자 자리에서 ‘듣기 싫은 할 말’을 하며 곳간지기로서 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으로 보여준다. 당장 돈을 쓰자는 건 쉽고 환영받는다. 그러나 결국 그 지출엔 책임이 뒤따른다. 나랏돈이 ‘적재적소’에 쓰이도록 기꺼이 환영받지 못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기재부에 대한 격려와 존중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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