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훈이 부자가게 만들기) 작은 가게가 큰 가게를 이기는 법

  • 등록 2007-07-27 오전 10:00:00

    수정 2007-07-27 오전 10:00:00

[이데일리 김상훈 칼럼니스트] 2000년 이후 한국 외식시장의 주요 트렌드 중 하나로 대형화와 전문화를 꼽을 수 있다. 대형화, 전문화 트렌드의 선봉장이 된 것은 단연 대형 패밀리레스토랑 업계. 한식 분야에서도 대형화, 전문화의 바람이 거세다.

횟집, 갈빗집, 샤브샤브집, 보리밥집 등은 대형 음식점으로 오픈하지 않으면 시장경쟁력이 없는 것처럼 인식되기도 했다. 하지만 외식시장에서는 반드시 대형화 만이 능사는 아니다. 때로는 소형화, 다양화 컨셉이 대형화, 전문화 트랜드 위에서 미소를 짓고 있는 사례도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1년 전쯤, 수원 남문 상권에서 2층 80평 매장에서 대형 스파게티집을 운영하는  30대 중반 젊은 사장에게서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얘기인즉슨, 2003년 10월에 오픈한 후 2년 동안 수원 남문상권에서 스파게티집을 운영하고 있는데, 최근에는 월 임대료도 제대로 낼 수 없을 정도로 극심한 매출부진을 겪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맛과 분위기는 좋은 집이라고 강변했다.

필자는 제대로 된 원인진단과 대안 마련을 위해 현장을 방문했다.

먼저, 매출부진의 원인부터 분석했다. 현재 매장을 둘러싼 상권 및 입지경쟁력부터 체크했다. 수원 남문상권은 패션상권과 음식상권으로 양분화 된 곳이다. 배후에는 재래시장도 인접해 있어 수원을 대표상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문제는 패션상권의 하락세가 두드러진다는 사실이다. 도처에 늘고 있는 대형 할인마트 출점경쟁과 로드샵 상권의 부진으로 전체 상권이 크게 위축되고 있다. 남문상권 역시 이러한 시장흐름의 영향을 그대로 받고 있는 상권이다. 의뢰자의 스파게티전문점은 음식상권이 아닌 패션가 2층 매장에 있었다. 전반적인 소비위축의 바로미터가 되는 입지라는 사실이 1차적인 매출부진의 한 원인이었다.

두 번째, 점포 자체의 경쟁력을 체크했다. 점포면적은 실면적 기준 264㎡에 달하는 대형매장이었다. 매장 내 고객편의성은 어느 매장보다도 높다고 할 수 있다. 시설경쟁력 또한 어느 정도 경쟁력을 갖추고 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2층 매장이기 때문에 가시성과 고객들의 접근성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사실이다.

세 번째, 시식을 통한 상품경쟁력을 체크했다. 5000원 내외의 스파게티 메뉴의 경쟁력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5000원 스파게티를 먹으면서 1만원이 넘는 비싼 스파게티집의 맛을 기대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네 번째, 고객층 분석과 소비자 반응을 체크했다. 현재 매장을 이용하는 주 고객층은 여고생 등 학생층이 전체 고객층의 70%이상이다. 학생들은 이 매장을 아지트로 활용해 만족도가 높은 편이었다. 저렴한 비용으로 스파게티도 먹고, 눈치 보지 않고 충분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학생층 고객에 의존하다보니 매출의 한계가 있다는 점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마지막으로 운영 주체의 경쟁력을 체크했다. 이 매장은 조리학과 출신 사장 두 명이 동업형태로 운영하고 있었다. 다행인 것은 두 사람 모두 스파게티 조리실력 만큼은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다는 사실이었다. 더욱이 아내는 서비스아카데미 강사 출신이라 고객친화력이나 고객관리, 직원관리를 비교적 탄탄히 하고 있었다.

2주일 동안 현장 상황과 내부적인 운영상황을 체크한 후에 내린 결론은 현 매장을 2년 계약만료 시점에서 과감히 접고, 경쟁력 있는 상권에서 소형 매장으로 재오픈하라는 것이다. 현재 매장에 비용을 재투자해서 시설을 보완하고, 홍보마케팅을 강화한다고 해서 매출이 급반등할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향후 전망을 감안하더라도, 일부 권리금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새로운 상권, 새로운 입지에서 새로운 컨셉의 스파게티집을 오픈할 것을 제안했다.

먼저, 2층 대형매장이 아닌 1층 20평 이내 소형매장에서 ‘분식형 스파게티집’이라는 콘셉트를 제시했다. 고객들의 가시성과 접근성을 높인 1층 분식형 매장으로 공략해, 동네상권의 틈새아이템으로 자리 잡게 하기 위해서다.

성공적인 재오픈을 위한 첫 단추는 역시 경쟁력 있는 점포입지개발이다. 1개월이 넘는 동안 서울 수도권 상권에서 틈새 점포를 찾아다니다, 서울 송파구 송파동 주택가 왕복 2차선 대로변 상권 1층 18평 매장을 발견했다. 보증금과 권리금을 포함 8000만원으로 계약했다. 매출부진을 겪고 있는 토스트매장과 철물점 2개 매장을 같이 임대해 총 18평 매장에 대한 인테리어 공사에 착수했다.

인테리어 콘셉트는 비록 저렴한 스파게티집이지만 고급 레스토랑 못지않은 분위기를 내는데 중점을 뒀다. 또 무엇보다도 주택가상권의 특성을 감안, 학생층과 주부층, 직장인까지 포용할 수 있는 싫증나지 않는 인테리어를 주문했다. 벽면에는 아날로그 터치라고 할 수 있는 유화그림을 넣었으며, 천정마감 역시 스파게티집 분위기를 살리는 색채선택에 신경을 썼다. 익스테리어도 전면간판은 글자마다 조명을 넣은 잔넬 사인으로 제작했으며, 외벽 역시 내부와의 일체감을 줄 수 있는 타일시공으로 마무리했다. 

브랜드 네이밍과 B.I작업도 시작했다. 상호는 쌍둥이 아빠라는 주인의 개인환경을 100% 반영해서 쉬우면서 기억하기 쉬운 ‘아빠가 만든 스파게티’로 결정했다. 프리랜서 디자이너에게 의뢰, 상호디자인과 간판디자인을 아주 저렴한 비용으로 마무리 할 수 있었다.

분식형 스파게티집에 어울리는 메뉴 콘셉트도 다시 한번 정리했다. 주 메뉴는 토마토스파게티류, 크림스파게티류, 도리아와 리조또 등 오븐요리류, 볶음밥류, 샐러드류, 돈까스류, 커피 등 드링크류 등 총 30여 가지로 세팅했다. 가격대는 미끼상품인 4000원 스파게티메뉴 2가지부터 시작해서 평균 객단가 5000원대를 유지하도록 조정했다.

오픈이벤트도 기획했다. 춤추는 도우미보다는 스파게티를 최대한 인근 수요층에게 많이 먹어보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주메뉴 4가지를 3일 동안 반값 판매하는 것을 제안했다. 예상은 적중했다. 오픈첫날부터 3일동안 하루 400-500그릇을 판매하고, 재료가 떨어져서 영업을 종료하는 일이 벌어졌을 정도로 주변 고객층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다. 
 
현재 서울 송파동 ‘아빠가 만든 스파게티’는 오픈 1년째를 맞고 있다. 이제는 송파동에서 명물가게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18평 가게에서 하루 평균 80만원이상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아빠가 만든 스파게티의 가장 큰 성공포인트를 몇 가지로 정리하자면, 먼저 대형 레스토랑 컨셉을 과감히 버리고, 18평 매장의 소형 분식형 스파게티로 전환했다는 점이다. 소형 매장으로 오픈해 인건비 등 운영관리의 효율성을 높였다는 점이 첫 번째 성공 포인트다.

두 번째는 비록 소형매장이자만 경쟁력있는 내외부 시설경쟁력을 갖춰 자연발생적인 고객유입율을 높이는데 주력했다는 점이다. 간판제작 하나에도 신경써서 동네에서 가장 눈에 띄는 가게를 연출했다.

세 번째는 투자금액을 감안해서 1층 틈새상권을 공략한 것이다. 중고생은 물론 유모차를 끌고오는 주부층과 가족단위 고객층, 점심시간대는 인근 중소형 사무실의 직장인 수요까지 포용할 수 있는 상권과 매장 경쟁력을 갖출수 있었다.

네 번째는 하드웨어의 경쟁력 뿐 아니라 테이블 세팅지를 겸한 메뉴판, 점포외부의 애드플래그, 차별화된 오픈이벤트 등 작은 소프트웨어까지 신경썼다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맛 유지와 서비스경쟁력을 높인 고객관리에 신경써 부자가게를 향한 쉼 없는 질주를 하고 있는 것이다.

대형화, 전문화는 외식시장의 거부할 수 없는 트랜드 중 하나다. 하지만 대한민국 상권에서 대형점포만 생존하라는 법칙은 없다. 소형매장 나름대로의 경쟁력을 갖추고 경쟁한다면 오히려 실속있는 알토란 음식점을 운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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