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럼독 밀리어네어', 아카데미 8관왕의 의미

  • 등록 2009-02-23 오후 4:51:21

    수정 2009-02-23 오후 5:31:44

▲ 제81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포함, 8개 부문을 휩쓴 '슬럼독 밀리어네어'


[이데일리 SPN 김용운기자] 제81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이 22일 오후 5시(미국 현지시각) LA 코닥극장에서 개최됐다.
 
올해 아카데미상 시상식의 최다 후보작은 작품상, 감독상 등 13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된 데이빗 핀처 감독의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이하 벤자민 버튼)였다. 그러나 막상 뚜껑이 열린 시상식 결과는 달랐다. 올해 아카데미는 대니 보일 감독의 ‘슬럼독 밀리어네어’를 택했다. ‘슬럼독 밀리어네어’는 작품상과 감독상, 주제가상을 비롯해 총 8개 부문의 오스카 트로피를 가져가는 기염을 토했다.

총 10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었던 ‘슬럼독 밀리어네어’는 아카데미의 바로미터로 불리는 지난 1월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감독상과 작품상 등 4개 부문에서 수상하며 아카데미에서도 유력한 후보로 부상했다. 그러나 ‘슬럼독 밀리어네어’가 아카데미에서 선전할 거라 장담하기는 어려웠다.

‘슬럼독 밀리어네어’가 역대 아카데미상이 선호했던 작품들과 비교할 때 다소 거리가 있던 영화였기 때문이다. ‘슬럼독 밀리어네어’는 인도의 빈민가에서 자란 소년이 퀴즈쇼에 출전해 승승장구하다가 사기죄로 잡혀 들어가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다룬 영화다. 골든글로브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고 아카데미가 변화하고 있다 하더라도 제 3세계의 유색인종 소년이 주인공인 이 영화에 아카데미 위원들의 얼마나 많은 표를 줄 것인가는 의문이었다.

반면 주인공 벤자민 버튼(브래드 피트 분)을 통해 미국의 현대사를 관통한 ‘벤자민 버튼’은 그동안 아카데미상이 전통적으로 선호해왔던 대작, 시대극, 톱스타 출연이 어우러진 ‘아카데미용 작품’이란 평가를 받았다. 따라서 지난해 코엔 형제의 인디영화인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에 감독상과 작품상을 비롯해 4관왕을 안긴 아카데미가 ‘벤자민 버튼’을 13개 부문에 후보로 올린 것을 두고 최근 몇 해 동안 지켜지지 않았던 아카데미의 전통(?)을 부활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뒤따르기도 했다.

그러나 결국 ‘슬럼독 밀리어네어’는 아카데미 역대 최다 노미네이트 공동 2위에 오른 ‘벤자민 버튼’보다 높은 평가를 받으며 제81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의 주인공이 됐다. 지금까지 역대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작 중 제3세계의 인물을 다뤘던 것은 1983년 영화 ‘간디’와 1988년 ‘마지막 황제’ 두 편 뿐이었다. 그런 측면에서 봤을 때 ‘슬럼독 밀리어네어’의 아카데미상 8개 부문 석권은 아카데미상의 변화가 일회적인 것이 아님을 우회적으로 증명한 것이기도 했다. 즉 2006년 시상식에서 ‘크래쉬’나 지난해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등에 작품상을 준 것과 같은 맥락인 것이다.

또한 ‘슬럼독 밀리어네어’의 아카데미 8개 부문 수상은 소위 볼리우드라 불리는 인도영화의 영향력이 할리우드에도 불고 있음을 증명한다. 인도는 뮤지컬과 군무가 버무려진 소위 ‘볼리우드 스타일’의 영화를 연간 900여 편 이상 만들어내는 영화산업의 강국이다.
 
‘슬럼독 밀리어네어’는 이러한 볼리우드 영화의 특성을 가져와 할리우드에 새로운 반향을 일으켰다. 인도 현지 언론이 ‘슬럼독 밀리어네어’의 아카데미상 8개 부문 수상을 놓고 ‘인도가 오스카에서 꿈의 질주를 펼쳤다’고 평한 것은 향후 ‘할리우드와 세계시장에서 당당히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는 인도영화계의 자신감이 밑바탕이 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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