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코로나 방역, 인명과 경제사이에서 균형 찾아야

안성배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국제거시금융실장
  • 등록 2020-11-17 오전 6:00:00

    수정 2020-11-17 오전 6:00:00

지난 11월12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2021년 세계경제 전망’을 발표하면서 2020년과 2021년 세계경제 성장률을 각각 5.1%와 5.0%로 전망했다. IMF(-4.4%와 5.2%, 10월 발표)나 OECD(-4.5%와 5.0%, 9월 발표)의 전망치에 비해 낮은 수준으로 최근 코로나19 재확산을 반영하고 있다.

이는 2021년 말까지 세계경제가 기존 성장 경로를 차치하고 2019년 말 수준도 회복하지 못함을 의미한다. 미국, 유로지역, 일본 등 선진국은 팬데믹으로 인한 경기 후퇴로부터 회복에 오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며, 신흥국은 코로나19 확산이 진정되는 경우 반등이 가시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이번 전망에서는 2021년의 글로벌 경제 키워드로 ‘예방과 재활의 균형 있는 모색’을 제시했다. 보건 관련 용어이지만 그 내용을 살펴보면 경제 상황 및 정책 대응과 관련이 있다.

첫째, ‘예방’의 최우선은 치료제 및 백신의 개발과 보급이다. 백신과 관련한 희망적인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팬데믹의 위기 상황에서 의학적 성취는 놀라움 그 자체다. 코로나19의 급격한 확산 중에 의료진의 헌신적인 대처도 대단했으며, 바이러스의 분석, 백신과 치료제의 개발에 쏟은 투자와 열정도 상상을 넘어선다.

의학적 해결책이 빠른 결실을 맺는다면 2021년 글로벌 경제의 상방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백신과 치료제가 없는 상황에서 ‘예방’은 방역 활동을 포함한다. 팬데믹 이후 전 세계는 마스크 착용, 손 씻기 등 개인위생과 사회적 거리두기의 효과를 경험했다.

미국, 유럽, 러시아 등에서 일일 확진자가 다시 늘어나고 있고 사망자 증가도 뒤따르고 있다. 이미 겪었던 상황이라 적절한 대응이 준비되고 실행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발생 초기에는 미증유의 상황이라 정부의 대처가 늦어지면서 인명 피해가 가중되었으며, 반사적으로 전면 봉쇄(lockdown)라는 극단적인 조치가 취해지면서 경제적 손실이 쌓였다.

결국, ‘예방’은 인명과 경제가 치명상을 입지 않도록 하는데 주안점을 두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정부개입이 지나쳐 인권 침해의 소지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각국이 전시 체제를 장기간 유지할 수 없기 때문에 ‘예방’에 대한 균형적 접근이 필요하다.

둘째, ‘재활’은 팬데믹으로 타격 입은 경제를 되살리는 정책적 대응이다. 경제 용어로 치자면 경기회복과 경제재건 사이의 어디쯤이 될 것이다. 세계 각국은 팬데믹과 함께 급속히 위축된 경제가 무너지지 않도록 다양한 재정·통화 확장을 시행하였다.

요식, 여행, 항공, 숙박 등 직접적인 타격을 받은 업종이 버텨나가는 데, 금융시장 불안정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문제는 팬데믹의 불확실성이 여전하여 실물 부문의 회복이 매우 느리다는 데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교훈으로부터 과감하게 유동성을 공급하였는데 결과적으로 자산가격의 상승을 가져왔다. 세계경제는 실물 부문과 금융 부문의 괴리가 가져오는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늘어난 중앙은행 자산과 정부부채의 정상화가 가능할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팬데믹의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의 정부지출 증가는 어쩔 수 없으나 세계경제의 회복탄력성 약화 우려가 제시되는 부분이다. 한편으로는 비정상의 항구화라는 새로운 뉴노멀이 성립할 가능성도 있다.

‘재활’은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전략이다. 단순히 경제를 위기 이전 상태로 되돌리는 것에 한정하지 않으며 새로운 환경에의 최적화를 요구한다. 오랜 기간 꾸준한 관리를 필요로 한다는 측면에서 경기 후퇴에 대한 대응 방안들이 장기적 관점에서 추진될 전망이다.

‘한국판 뉴딜’이 ‘안전판 강화’ 외에도 산업구조의 전환을 수반하는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로 이루어진 것도 이러한 인식에 기인한다. 유럽의 그린딜, 중국의 신형 인프라, 미국 바이든 대통령 당선자의 청정 에너지·인프라 계획도 궤를 같이 하고 있다.

2021년 세계경제성장의 리스크 요인은 앞서 지적한 상황을 반영한다. 백신의 개발·보급과 코로나19의 재확산, 미·중 갈등의 장기화, 실물과 금융의 괴리가 가져오는 위험 등이다. 미국 신정부의 대외 정책, 특히 대중 정책 방향이 세계경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트럼프 행정부 동안 미·중 갈등은 통상 분쟁과 기술 패권 갈등의 측면에서 전개되었고 지정학적 문제로 확대되고 있었다. 장기적으로 볼 때 관세 분쟁이 양측에서 모두 지속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나, 화웨이 제재 등 기술 패권과 관련한 갈등은 쉽게 봉합되지 않을 전망이다.

미국 내 중국에 대한 부정적 견해가 지지 정당에 관계없이 모두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 당선자가 트럼프 행정부의 많은 일방적 정책들을 되돌리면서, 대외적으로는 다자주의로의 회귀를 시도할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에 비해 예측 가능성이 크게 높아지면서 불확실성이 감소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벗어났던 모든 다자 접근에 무조건 복귀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미국으로서는 새로운 협상 기회가 열린 상황이며, 향후 국제질서를 이끌어 나갈 유리한 입지를 점유한 모양새다. 트럼프 행정부 시기 글로벌 경제 질서 재편이 가속화되었는데, 미국 신정부에서는 속도 조정과 더불어 새로운 질서가 공고화될 전망이다. 우리에게도 팬데믹이 가져온 변화에 대응하면서 미·중 갈등의 파고를 헤쳐 나갈 지혜가 요구되고 있다.

<안성배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국제거시금융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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