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ESG경영? 환경·사회·지배구조 위험·기회 찾아 활용하는 일"

이준희 법무법인 지평 ESG센터 전략그룹장 인터뷰
"ESG 경영 새로운 부담 아냐…자가진단 잘하면 돼"
"환경 영향 큰 제조업체 이어 IT·플랫폼업체 주도"
"평가 목적의 ESG 경영, 시장서 도태되는 지름길"
  • 등록 2021-02-09 오전 6:17:00

    수정 2021-02-09 오전 6:17:00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라고 해서 새로운 무언가를 요구하는 건 아닙니다. 환경과 사회, 지배구조 세 가지 관점에서 기업이 가지는 위험과 기회요인을 찾아내고 이를 활용할 수 있도록 내재화하는 것입니다. 이를 제대로 활용하는 기업만이 앞으로 재편되는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겁니다.”

법무법인 지평 ESG센터에서 기업들을 상대로 ESG 경영을 위한 전략을 컨설팅해주는 역할을 맡고 있는 이준희(사진) 전략그룹장은 9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ESG 경영을 이 같이 정의했다. 작년 9월에 국내 로펌 최초로 문을 연 지평 ESG센터는 ESG 리스크 및 비즈니스 전략에 대한 원스톱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이 그룹장은 이를 위해 일종의 건강검진처럼 기업이 자가 진단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기능을 내재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일각에서 높은 평가를 받기 위해 ESG 경영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이는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도태될 수 있는 지름길”이라며 경계했다. 다음은 이 그룹장과의 일문일답.

-ESG란 한 마디로 어떤 개념인가.

△ESG는 투자자 관점에서 기업의 가치와 성장,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을 평가하기 위해 환경과 사회, 기업 지배구조라는 요소를 리스크(risk)와 기회(opportunity)의 관점에서 식별하고 활용하는 것이다. 결국 이 세 가지 지표에 대한 충분한 데이터를 획득해 어떤 주식이나 채권을 보유할지 결정하는 투자 프로세스에도 적용하는 것이다. 기업 경영의 관점에서는 환경과 사회책임, 지배구조로 인해 변화하는 기업 환경에서 생존과 전환, 그리고 기업의 지속적인 성장 전략을 찾아내는 일이다.

-ESG를 부담스러워들 한다. 그래서 ESG 경영이 리스크 관리 등 수동적으로만 생각하는 경향도 있다.

△사실 ESG라고 해서 기업들에게 새로운 무엇인가를 요구하는 건 아니다. 기업 경영의 기본을 지키는 것이다. 그걸 잘하고 있는지 건강검진처럼 스스로 진단할 수 있도록 그 기능을 체계화하는 것이다. 더불어 리스크 관점에서 철저하게 경영하는 한편 나아가 이를 통해 새로운 영역으로의 진출이나 신시장을 만들어내는 중장기 경영과제에 가깝다. 결국 ESG 그 자체보다는 기업 경영환경 변화에 따라 비즈니스에 대한 리스크와 신시장에 대한 방향성을 재정립해야 하기 때문에 기업들이 더 부담을 느끼는 것이다. 다만 이를 제대로 활용한다면 향후 새로 재편되는 시장에서 살아 남을 수 있는 전략을 만들 수 있다.

-ESG는 일종의 비(非)재무적 지표로 따질 텐데. ESG에서 중요시 하는 지표는.

△ESG에서 정말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거버넌스(의사결정 체계)다. 작게는 사내 이사회와 각종 위원회 등 의사결정 체계를 말하는 것이고, 크게는 조직 간의 소통과 투명한 경영 프로세스, 이해관계자 관점에서의 의사결정 체계 고도화 등을 다 아우르는 것이다. 결국 투자자 관점에서 변하는 환경에서도 살아 남아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업이란 리스크를 잘 따져서 비즈니스 의사 결정에 반영하고 투자자와의 신뢰를 유지하면서 안정적 성장을 약속하는 기업이다. 따라서 ESG 경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작은 거버넌스와 큰 거버넌스의 건강함을 보여주는 지표들이다. 또한 단순한 신기술이나 인력을 늘리는 투자보다는 사회의 고충점을 해결해줄 수 있는 혁신기술이나 인력자원 활용을 높이는 전략과 성과 관련 지표도 중요한 비재무 지표가 된다.

-ESG 경영을 위해 기업들이 당장 준비해야 하는 것은.

△일단은 기업의 현 상태를 진단하는 자가 건강진단이 제일 먼저다. 현재 하고 있는 경영활동에서 투자와 시장, 고객, 여타 이해관계자들의 요구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무엇이 시급한 과제이고 어떤 부분을 정비해 가야 하는지 방향을 정하는 것이 우선이다. 비타민이 몸에 좋다고 모든 종류를 비타민을 한꺼번에 과다 복용할 필요가 없듯이, 뭘 할 지를 파악하기 위한 진단이 우선이다. 다만 기존에도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나 지속가능성 등을 제대로 하고 있던 기업이라면 ESG 경영에 대해 두려워할 것이 하나도 없을 것이다.

-국내 기업들 중에서도 이미 ESG 경영을 꽤 오래 전부터 준비해 온 경우가 있다. 준비 상황은 어느 정도 수준인가.

△우리 기업들도 이미 꽤 오래 비재무 경영을 만들어 왔다. 물론 1990년대 중반 사회공헌을 중심으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중요해졌지만, 윤리와 준법, 규제 그 이상을 뛰어넘지 못해 지속가능 경영을 자발적으로 키워오지 못한 것이 한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비재무 경영에 대한 숙제를 열심히 해 왔고, 지금도 여러 사회와 노동·환경 관련 법제화에 대한 기업들의 고민과 대응이 강화되고 있다. 제조업체들, 그 중에서도 환경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산업군에 속한 기업들이 적극적이다. 삼성과 SK는 물론 LG도 그룹 차원에서 ESG 경영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네이버와 카카오 등 IT와 ICT, 플랫폼 비즈니스 등에서는 또 다른 사회적 책임과 지속가능 경영을 진단하고 이를 관리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금융 역시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를 필두로 농협과 우리금융 등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마켓 쪽에서의 관심이 특히 더 높고 준비도 빠른 듯하다.

△기업들의 ESG 경영과 기술 투자, 에너지 전환과 탄소 저감, ESG 정보관리 및 공시 강화 등으로 자본시장 내에서 ESG 대출과 금융, 투자 등을 내재화 하려는 움직임이 가속화하고 있는 것 같다. 특히 올해에는 벤처캐피털(VC)과 사모펀드(PE)들을 중심으로 ESG 통합 보고서, 자산운용에서의 재무와 비재무 관리, 내부 투자 의사결정에서의 ESG 요소 내재화 등과 같은 변화와 고민을 실천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ESG 평가도 우후죽순 격으로 나오고 있다.

△ESG 평가에 대해 아직까지는 정확한 기준이 없는 실정이다. ESG 공시 기준 또한 표준화 작업 논의가 한창 진행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평가를 목적으로 하는 ESG 경영은 자연스럽게 시장에서 도태되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기업 실무자들을 만날 때마다 ESG 평가를 영어시험 같은 것이라고 말하곤 한다. 영어 실력을 평가하고 영어시험 유형을 선택하는 것은 그 영어시험 점수를 어떤 목적과 방향을 가지고 쓰냐에 따라 달라진다. ESG도 마찬가지다. 기업들이 왜 ESG를 정비해야 하는 지를 명확히 답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그를 통해 리스크를 관리하고 환경과 사회적 가치를 함께 창출하는 신시장 전략과도 연계를 할 수 있다. 아울러 우리 이해관계자와 투자자들에게 신뢰를 제공하며 기업의 존재 의미를 찾아가는 마법가루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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