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만 고통받나요?"…한국타이어 인근 주민들의 호소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화재 나흘만에 진화 북측 2공장 전소
인근 주민들 매연·분진 등 피해 속출… 피해보상 요구 봇물
대기질·수질 환경오염 등 2·3차 피해까지 우려 목소리 커져
한국타이어 "긴급 헬프데스크 운영…피해복구에 필요 조치"
  • 등록 2023-03-16 오전 8:30:00

    수정 2023-03-16 오전 9:04:48

[대전=이데일리 박진환 기자] 지난 12일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인근 주민들이 피해를 호소하는 가운데 대기질·수질 오염 등 2·3차 피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3일 오전 대전시 대덕구 목상동 한국타이어 공장에서 난 불로 인한 연기가 공중으로 치솟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12일 오후 10시 9분경 대전 대덕구 목상동의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에서 발생한 화재는 나흘만인 15일 오전 8시 잔불 정리가 모두 끝났다. 소방당국은 전날 오후 8시부터 펌프차, 구급차 등 장비 22대, 인력 76명을 동원해 건물 잔해와 가연물 등을 제거하고, 소화수를 뿌리는 등 밤새 잔불 정리 작업을 벌였다. 이 불로 샌드위치 패널로 된 북쪽 2공장 내부 8만 7000여㎡가 전소됐고, 2공장 3 물류창고 안에 보관돼 있던 21만개의 타이어 제품이 모두 탔다. 작업자 10명과 소방대원 1명 등 11명이 연기를 마시는 등 경상을 입고 치료를 받은 뒤 모두 귀가했다. 화재는 모두 진화됐지만 나흘간 이어진 화재로 검은연기가 주변으로 확산, 인근 주택가와 상가에서는 피해가 속출했다. 공장 바로 맞은편에 위치한 아파트 건물 외벽과 화단에는 화재 현장에서 오랜 시간 강하게 뿜어져 나온 검은 연기로 인한 그을음이 남아 있다. 현재 이 일대 주민들은 아파트 건물 내부와 집안 곳곳에서 매연 냄새를 비롯해 분진이 쌓였다. 또 공장 인근 어린이집과 유치원 등에도 검은재로 뒤덮혀 대부분의 아이들이 등원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주민들은 장시간 이어진 연기와 유독가스에 따른 2차 피해를 우려하고 있다.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인근의 대전풍림금강엑슬루타워아파트에 거주하는 주민 김가영(35·가명)씨는 “창문을 꽁꽁 닫아놓고 있었지만 아이 발이 새까매졌다”며 “이틀간 집 청소를 계속해도 집안의 검은 분진이 묻어나오고 있어 당황스럽다”고 전했다.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화재 발생 사흘째인 14일 오후 소방관들이 잔불 정리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공장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들과 상인들은 “그간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에서 나오는 분진과 악취, 소음 등으로 힘들었다”면서 “공장 주변에 산다는 이유로 왜 우리만 계속 고통받아야 하는냐”고 반문했다. 주민들은 “언제 또 벌어질지도 모르는 화재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며 “잘못은 한국타이어가 했는데 사과도 없고 피해는 왜 주민들이 봐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현재 이 일대 대규모 공동주택 단지에서는 세대별 피해 상황을 조사하고, 대응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 업계에서는 배상책임 가입금액에 따라 배상 한도가 정해지겠지만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적극적으로 입증해야 한다는 점에서 피해 주민들이 보험금으로 받을 수 있는 보상안 규모는 생각만큼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번 화재로 대기질·수질 등 환경오염도 우려할만한 상황이다. 대전충남녹색연합은 14일 성명을 통해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주변은 새로운 아파트와 주민편의시설이 이전 화재 시기였던 9년 전보다 더 많아졌지만 적잖은 주민은 화재 당시 대피시설로 이동하라는 메시지가 전부였다”며 “이번 화재로 대기 중 유출된 화학물질에 대한 환경 조사와 이로 인한 주민건강영향 조사는 반드시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화재로 발생하는 화학물질 유해성을 평가하기 위해 다이옥신, 비소, 벤젠, 수은, 아연, 카드뮴, 납 등 화학물질에 대해 면밀히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환경단체는 지난 12일 밤에 발생한 대전공장 화재 이후로 대기질이 급격히 악화됐다는 점을 근거로 들고 있다. 대전시보건환경연구원에 따르면 14일 오전 2시경 미세먼지 농도는 ㎥당 238㎍으로 평소보다 3배 높게 측정됐다. 초미세먼지는 ㎥당 195㎍으로 5배, 이산화황(SO2)은0.0219ppm으로 평소보다 높은 수치로 측정됐다. 수질 오염에 대한 우려도 제기했다. 9년 전 대전공장 화재로 발생한 다량의 소방 폐수 때문이다. 금강유역환경청에 따르면 당시 화재 이후 대덕산업단지 내 폐수종말처리장 방류수의 실시간 수질분석 시스템(TMS) 분석 결과, 금강의 화학적산소요구량(COD)이 법정 수질기준인 20ppm 이하로 배출됐다.

25인승 중형버스를 개조한 이동형 정신건강 서비스 차량인 광역형 마음톡톡버스가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인근 지역민들을 대상으로 심리안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사진=대전시 제공)


이번 화재로 심리적 충격과 함께 불안감을 호소하는 주민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전시는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화재로 피해를 입은 시민과 상인들의 정신건강 향상과 찾아가는 심리지원을 위해 마음톡톡버스를 15일부터 운영하기로 했다. 찾아가는 마음톡톡버스는 이번 화재로 인한 스트레스 검진 및 상담 등 대면 서비스를 제공하며, 상담 시 고위험군으로 판단될 경우 기초정신건강복지센터 또는 정신건강의학과 등을 연계해 회복을 지원한다. 심리지원에 나서는 광역형 마음톡톡버스는 25인승 중형버스를 개조한 이동형 정신건강 서비스 차량으로 재난 발생 시 신속하게 현장에 투입돼 피해자들의 심리안정을 지원하고 있다. 한국타이어도 사고 수습안을 제시했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는 지난 12일 대전시 대덕구 목상동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인해 피해를 입은 지역 주민을 위한 긴급 헬프데스크를 운영한다고 밝혔다. 피해를 입은 주민들을 대상으로 헬프데스크를 통해 피해 접수 민원을 받고, 현장 확인 등 과정을 진행해 민원을 해결할 예정이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뜻하지않은 화재로 인해 사원 및 사원가족들은 물론 지역주민들에게 많은 우려와 걱정을 끼쳐드려 죄송한 마음 뿐”이라며 “이번 대전공장 화재 관련 사고 수습에 만전을 기하고, 지역 사회 피해 복구를 위한 모든 필요한 조치를 강구해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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