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서울고법 가사2부는 “아내 B씨는 경제권을 전적으로 행사하면서 남편 A씨와 그 가족에 대해 인색하게 굴고 남편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다”며 A씨의 이혼 청구를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A씨는 월급을 모두 가정주부인 아내 B씨에게 갖다줬고 한 달에 10만~20만원씩의 용돈을 받으며 지냈다. 용돈만으로 생활하기가 어려워지자 A씨는 아르바이트로 건설 현장 노동일을 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두 사람이 결혼한 지 4년쯤 되던 해 겨울 어느 날 폭설로 근무지에 비상이 걸려 A씨가 퇴근하지 못하고 다음날 집에 가자 B씨는 몸이 아픈 자신을 혼자 뒀다며 지병을 치료하겠다고 친정에 간 뒤 돌아오지 않았다.
결국 A씨는 법원에 이혼소송을 제기하며 위자료 5000만원을 청구했다.
1심에선 A씨가 제출한 증거만으론 B씨의 귀책사유로 혼인관계가 파탄에 이르게 됐다고 인정할 수 없다며 A씨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그러나 2심에선 A씨의 이혼 청구를 받아들였다.
다만 혼인 파탄의 주된 책임이 B씨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라며 위자료를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남편 역시 속으로 불만을 쌓아가다가 갑자기 이혼을 요구했다. 남편과 아내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재산분할은 각자 명의대로 소유권을 확정하되 B씨가 보관하는 A씨의 전세자금 대출 채무 2800만원만 돌려주라고 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