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투자 전략가에게 듣는다]시장을 ‘예측’하는 어려움을 극복하기

‘정보 홍수’ 편향된 정보도 늘어
경기예측 다양한 방법 통해야
과거 데이터 정량분석·업데이트
“개인·집단 사고모델 돌아보자”
  • 등록 2018-12-29 오전 10:19:08

    수정 2018-12-29 오전 10:19:08

[알렉시스 칼라 SC그룹 글로벌헤드] 매년 이 시기 금융업계 전문가들은 새해 시장 전망으로 분주하다.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액티브 투자자가 의사결정을 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합리적인 투자자는 경제학 이론에서만 자주 등장할 뿐 실제 투자자들은 그렇지 않다. 특히 매우 복잡하고 다양한 가능성이 공존하는 환경에서는 더욱 그렇다. 인간은 성급하게 판단하고 쉬운 길을 택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는 우리의 잘못이라기보다는 진화론적인 결과에 가깝다. 인간의 오랜 역사 속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생존’이었으며 생존을 위해서는 빠른 의사결정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투자에 있어서만큼은 직관적이기보다는 신중한 태도가 필요하다.

정보의 증가는 곧 편향된 정보 역시 증가하는 것을 의미한다(Too much information often means too much biased information).

인터넷 혁명이 아직 도래하지 않았던 20여년 전에는 정보에 접근하는 것이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정보가 전 세계에서 폭발적으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제는 어떻게 정보를 처리하고 의사결정에 활용할 것인지를 고민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스탠다드차타드은행 자산관리본부(이하 스탠다드차타드)는 이같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 나가는 과정에서 수년간의 경험을 통해 다양성이 더 나은 의사 결정의 핵심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즉 정보의 다양성, 의견의 다양성, 의사 결정 주체의 다양성이 필요하다.

인간은 진화 과정에서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편견을 가지게 되었다. 예를 들어 어떤 일이 벌어졌을 때 그 이유를 이해하기 위해 스토리텔링이 필요하다는 점은 인간이 가진 약점 중 하나이다.

금융 전문가들은 매일 시장의 등락 원인을 설명하기 위해 나름대로의 판단 근거, 논리와 이론을 만들어낸다. 변화무쌍하고 복잡하며 불확실한 환경 속에 있는 이 같은 이론들을 명확하게 입증하거나 논파하기가 쉽지 않다.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에 따라 전문가들이 자신의 논리에 맞지 않는 정보는 무의식적으로 배제하고, 자신의 의견에 부합하는 정보는 과도하게 강조하기도 한다.

따라서 전문가라 할지라도 보통 사람들만큼이나 편향된 사고를 할 가능성이 높으며 혼자만의 판단으로는 정확한 예측을 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다양한 정보와 결합되었을 때 그들의 의견은 매우 유용한 것으로 탈바꿈할 수 있다.

다양성은 어떻게 도움이 될 수 있는가(How can diversity help?)

다양한 의견을 통해 개인이 어떻게 편향을 줄이고 더 나은 의사 결정에 도달할 수 있는지 다음의 예를 살펴보자.

최근 가장 큰 화두는 과연 미국 경제가 내년에 경기 침체에 빠질지 여부이다. 경험 많은 경제학자라면 ‘일반적으로’ 7년 주기로 반복되는 경기 사이클을 침체에서 벗어나는 회복기(1단계), 완연한 회복기(2단계), 인플레이션을 동반한 성장기(3단계), 침체기(4단계)로 나누고 현재 경기가 어느 단계에 와 있는지 확인하는 데서 답을 구하기 시작할 것이다.

그러나 이런 접근은 문제를 바라보는 여러 방식 중 하나일 뿐이다. 또 다른 전문가는 시장 지표를 확인하며 경기침체를 예측하는 방식을 선호할 수 있다. 왜냐하면 경제지표는 상당히 후행해 발표되기 때문에 경제지표만으로 경기침체를 예측할 경우 정확하지 않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다.

따라서 이들은 경제지표가 둔화되기에 앞서 주식, 회사채 및 원자재가 먼저 약세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감안해 경기침체 예측모델을 개발할 수 있다. 또한 이 모델이 과거에 발생했던 경기 침체 대부분을 예측했기 때문에 다음 경기 침체 시기도 예측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할 것이다. 이 방법의 문제는 종종 ‘긍정오류(False positive)’를 발생시킨다는 것이다. 실제로 많은 모델들이 2016년 초 경기 침체를 예측했지만 이러한 결과는 실제로 발생하지 않았다.

경제지표와 금융시장의 변수를 모두 분석해 현재 상황과 유사한 과거의 사례를 찾아보는 방법도 있다. 즉 경제 이론에 의존하지 않고 계량적 수단만 사용하면서 데이터를 통해 현재 경기 사이클의 어느 단계가 진행 중인지 알아보는 것이다.

이는 머신 러닝과 유사한 방법인데 이때 유의할 점이 있다. 이 같은 접근법은 비교적 최근에 나타난 세계 경제 구조나 지정학적 질서의 변화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의사결정에 대한 우리의 접근법(Decision-making in process)

지금까지 열거한 여러 방법 중 하나가 더 우수하다거나 혹은 더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모든 방법은 나름대로 장점을 지니고 있다. 중요한 것은 다양한 방법을 이해하고 스탠다드차타드 투자위원회에 속한 개인과 위원회 전체의 편견을 가능한 한 줄이고자 노력하는 데 있다.

이러한 이해를 바탕으로 우리의 의사결정 프로세스를 어떻게 개선하고자 하는지 세 가지 예시를 들고자 한다.

첫째, 복잡한 질문을 여러 개의 단순한 질문들로 잘게 쪼개보는 것이다. 여기에는 두 가지 장점이 있다. 질문이 단순해지면 그에 대한 답을 찾는 것도 쉬워지고, 서로 다른 질문에 대한 답을 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오류들을 줄일 수 있다. 이 두 가지 장점을 통해 복잡한 질문에 대해 좀 더 정확한 해답을 찾을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다.

둘째, 기준점 편향(anchoring bias, 의사결정 시 처음 접한 정보에 의존하고자 하는 인간의 무의식적 성향)을 활용해 스마트한 기준점을 파악해 이를 출발점으로 삼아 미래 예측에 활용하고자 한다. 이런 스마트한 기준점은 (‘외부 의견’이라고 지칭하기도 함) 보통 과거 데이터에 대한 정량적 분석과 지속적인 개선 및 업데이트를 통해 파악할 수 있다.

셋째,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의 악영향을 줄이기 위해 스탠다드차타드 투자위원회 위원들이 특정 논지의 양 측면을 모두 살펴보고 토론하도록 하고 있다.

의사결정에 있어 이와 같이 섬세한 접근법은 2019년 연간전망 작성에도 반영됐다. 스탠다드차타드 투자위원회의 내부 논의에 앞서 가능한 한 많은 채널을 통해 다양한 관점과 전망을 수집하려고 노력했다. 이런 노력의 근간에는 다양한 관점을 접함으로써 우리가 개인·집단으로 가지고 있는 사고 모델을 다시 한 번 돌아보고 더 나은 미래 예측을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존재한다.

▶알렉시스 칼라(Alexis Calla) SC그룹 글로벌헤드는…

스탠다드차타드 프라이빗 뱅크(Standard Chartered Private Bank)에서 투자전략 및 자문과 일임 포트폴리오 매니지먼트의 글로벌 헤드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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