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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안대용 기자] 가족들이 모처럼 한자리에 모여 정(情)을 나누고 안부를 확인하기도 하지만, 배려심 없는 말과 행동으로 상처를 주고 받으며 갈등을 쌓는 때가 명절 연휴다. 특히 부부 사이에선 명절을 보낸 후 없던 불화가 생기기도 하고, 누적된 갈등이 폭발해 이혼을 언급하면서 관계를 재확인 하게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렇다면 명절 후에 정말로 이혼 신청이 늘어날까.
14일 대법원에 따르면 지난 2016년부터 올해 설날까지 4번의 설과 3번의 추석 등 총 7차례 명절이 포함된 달과 그 다음 달의 전국 법원 협의이혼 신청 건수를 비교한 결과 명절 직후 예외 없이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2016년 설날이 포함된 2월 협의이혼 신청 건수는 9146건이었으나 3월엔 1만1513건으로 집계돼 2367건이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 월별 협의이혼 신청 건수 증감 추이를 살펴볼 때 이 시기 협의이혼 신청 건수가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같은 해 가을 추석이 포함된 9월에는 1만703건의 협의이혼이 접수됐는데 그 다음달엔 1만849건으로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역시 설이 포함된 2월 8880건에서 3월엔 1만1116건으로 증가했으며, 추석이 포함된 9월 9056건에서 10월에는 1만2124건으로 증가했다. 올해도 마찬가지 추세를 보였다. 설이 포함된 2월 9945건에서 3월엔 1만753건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단 한 번의 예외없이 명절 직후엔 협의이혼 신청이 늘어난 것이다.
가사 사건 전문가인 법무법인 가족의 엄경천 변호사는 “명절에 가족이 모이는 과정에서 부부간 갈등이 새로 생겨나기도 하고 전부터 쌓여온 앙금이 악화되기도 한다”며 “명절을 보낸 후유증이 이혼까지 선택하게 되는 계기가 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엄 변호사는 “명절 자체가 무슨 죄가 있겠냐”며 “갈등을 새롭게 만들거나 증폭시키지 않도록 함께 명절을 보내면서 부부 사이에 더욱 배려할 필요가 있고 다른 가족들도 불필요한 갈등을 유발하지 않도록 유념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