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뱅이 알고 드십니까?

한국·일본·프랑스인만 먹어
세계 소비량의 80%가 한국인 입으로
100% 자연산… 대부분 영국·아일랜드서 수입
피부·스태미나에 좋은 보양식품
  • 등록 2009-01-12 오전 11:43:00

    수정 2009-01-12 오전 11:43:00

[조선일보 제공] 골뱅이를 먹는 것으로 알려진 나라는 전세계에서 한국과 일본, 유럽의 프랑스뿐이다. 특히 우리 술상에서 골뱅이무침, 골뱅이소면은 빠질 수 없는 것처럼 여겨진다. 그러나 국내에서 유통되고 있는 골뱅이 통조림이 수입산으로 만들어진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국내 골뱅이 시장은 골뱅이를 식용으로 하지 않는 영국, 아일랜드 등에서 수입해온 골뱅이가 장악하고 있다. 하지만 을지로 골뱅이골목 등에는 아직 국내산 동해 골뱅이를 취급하는 업체가 많다. 한국인들은 골뱅이의 어떤 매력에 이끌려 국내산도 모자라 수입까지 해가며 먹는 것일까. 

▲ 골뱅이 파무침 / 조선영상미디어

1960년대 을지로 시작으로 전문점 점차 증가
1980년대엔 유동골뱅이 등 가공업체도 늘어


서울 중구 을지로 골뱅이골목에서 1975년부터 34년째 자리를 지키고 있는 ‘풍남골뱅이’ 송병희(57) 사장은 “얼마전 돌아가신 어머니가 처음 을지로에 가게를 낼 때만 해도 골뱅이집은 한두 군데밖에 안됐다. 이렇게 유명한 골뱅이골목이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모친의 가게를 물려받은 송씨는 요즘 며느리에게 일을 가르치고 있다. 송씨는 “지금은 아내와 며느리가 모든 양념과 요리를 직접하고 있다. 가족들이 맡아서 하고 있으니 손님들이 우리 골뱅이를 더욱 믿어주는 것 같다”고 밝혔다.

골뱅이 안주가 ‘주당’들에게 잘 알려진 것은 1960년대이다. 서울 중구 을지로 3가의 가게 상인들이 골뱅이, 파, 고춧가루, 마늘, 포를 가미해 판매하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이것이 50년 가까운 세월 동안 많은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아온 골뱅이 안주의 시발점이다. 1960년대 인쇄골목에 있던 사람들이 골뱅이와 맥주로 애환을 달래기 시작해 점차 현재와 같이 전문점 형태로 변화한 것이다. 골뱅이 요리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골뱅이 파무침은 1990년대 들어 새콤달콤한 맛으로 큰 인기를 누렸고, 수많은 골뱅이 전문점들이 생겨났다. 현재 을지로에는 10~20개의 골뱅이 점포가 있고 서울 무교동, 북창동, 다동, 충무로 등으로 퍼졌다.

국내 대표적인 골뱅이 통조림 제조업체는 동표F&B의 ‘동표골뱅이’, 유성물산교역의 ‘유동골뱅이’, 가교유통의 ‘DPF을지로골뱅이’ 등이다. 특히 가교유통의 ‘DPF을지로 골뱅이’는 국내산 골뱅이만을 취급하고 골뱅이 제조 기술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해조류 먹고 자라 미네랄·비타민A 풍부
점액질의 히스친 성분은 피부노화 방지


평소 골뱅이를 즐겨먹는 서울 양천구 신정동의 주부 임명교씨는 “남편과 함께 저녁에 반찬으로 골뱅이무침을 먹고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면 피부가 좋아진 느낌이 들고 화장도 더 잘 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수원의 한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는 이태영 영양사는 “동해안 청정해역 수심에 서식하며 해조류를 먹고 자라는 골뱅이에는 필수 아미노산과 혈액순환에 도움을 주는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하게 들어있다. 또 인·철·요오드 같은 미네랄과 비타민A 등도 풍부하다”면서 “골뱅이는 우리 입맛에 딱 맞기도 하지만 영양적으로도 우수한 먹거리”라고 했다. 골뱅이는 전복보다 많은 단백질과 칼슘을 포함하고 있다. 특히 골뱅이의 단백질에 포함되어 있는 히스친 점액 성분은 여성의 피부미용에 좋다고 알려져 있다. 골뱅이가 기어간 흔적은 물기처럼 바닥에 남는데, 그 흔적을 만져보면 약간 미끈하고 끈적거리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것이 바로 골뱅이의 점액질, 히스친 점액이다. 히스친 점액은 피부노화를 방지하는 효과도 있다. 그리고 골뱅이의 콘스트로이친이라는 성분은 남성들의 스태미나에 좋다고 알려져 여름철 보양 식품으로도 인기가 있다. 본초강목이나 동의보감 같은 한방 의학서에도 골뱅이의 효능이 소개되어 있고 일본인들은 골뱅이를 정력 보양식품으로 알고 있다.

동해산 어획량 계속 줄어 국내산은 5%뿐
영국·아일랜드 외에 캐나다·칠레서도 수입


골뱅이는 그해 가을부터 이듬해 봄이 제철이다. 국내에는 동해 수심 70~500m 사이에 서식한다. 통발로 잡아올리는 골뱅이는 양식산이 없다. 따라서 흔히 접할 수 있는 골뱅이 통조림 표면의 ‘자연산’이라는 표시는 사실 별 의미가 없는 것이다. 근래에는 어획량이 주는 추세라 국내시장에서 유통되는 골뱅이는 주로 수입산이다. 국내산 비율은 5% 이내. 원산지로는 영국산이 가장 많고 품질도 좋다. 캐나다산도 있으나 물렁거려 씹는 감이 없어 선호도가 낮다. 칠레산은 우리나라와의 FTA 체결로 인해 관세가 낮아 가격이 저렴하지만 품질이 떨어진다. 국내에는 한 해에 3600톤 정도 수입된다. 전세계 골뱅이 소비량의 80%가량이 한국에서 소비되고 있는 것이다. 외국에서는 일본인과 프랑스인 일부가 골뱅이를 먹는다. 업계에서 제일 많은 판매량을 자랑하는 것은 2007년 320억원의 매출을 올린 유성물산교역의 유동골뱅이로 골뱅이 통조림 분야에서 국내 시장점유율 63%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1980년대 중반 이후 골뱅이 통조림이 인기를 끌자 얼마 되지 않던 골뱅이 가공업체들은 20여개로 늘어났다. 때문에 1990년 이후부터 동해안에서 잡히던 골뱅이가 고갈되기 시작했고, 골뱅이의 가격도 뛰었다.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해외로 눈을 돌린 업체들은 국산 골뱅이와 견줄 만한 영국산·아일랜드산 골뱅이를 1993년부터 들여오기 시작했다. 유동골뱅이 관계자는 “당시 영국에서는 한국에 수출할 골뱅이 가공 공장만 20여곳이 생길 정도로 성황을 이뤘다”고 밝혔다. 농림수산식품부의 통계에 의하면 2008년 9월 전체 3313톤의 수입량 중 영국산은 2045톤, 아일랜드산은 947톤으로 전년 대비 영국이 18%, 아일랜드가 10% 증가한 수준이다. 앞으로 한·EU FTA가 체결되면 수입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을지로 골목 맛의 비결은 통조림 국물
“골뱅이 시키면 술은 공짜” 이벤트 하는 곳도


▲ 최근 서울 종로 6가에 문을 연 ‘을지로 골뱅이’에서 맥주와 골뱅이를 즐기고 있는 손님들.
을지로 3가 12번 출구와 11번 출구 사이에 영락교회, 중부경찰서 쌍용빌딩 방향으로 골뱅이집이 모여있는 골목. 길 좌우로 십여 개의 골뱅이 전문점이 영업 중이다. 집집마다 붙어있는 100% 자연산을 쓴다는 문구에 혹하면 안 된다. 골뱅이는 양식산이 없으니 100% 자연산을 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골뱅이 골목에서도 감칠맛 나기로 유명한 ‘주문진골뱅이’의 주보홍(54) 사장은 “인근 백병원의 김진구 교수는 우리 가게 골뱅이가 아니면 먹지 않을 정도로 단골이다. 국회의원과 영화감독 분들도 많이 온다”고 했다. 주씨의 가게는 플라스틱 그릇은 일절 쓰지 않고 태양초 고추를 직접 사다 빻아 쓴다는 것이 알려져 골목 구석 끝에 자리잡고 있지만 미국인과 일본인 단골손님까지 두고 있다. 또 주씨는 맥주공장에 직접 찾아가 생맥주 기계 사용과 관리를 교육받고 ‘생맥주 명장 인증서’를 받아왔을 정도다. 이 집은 매년 12월 초 골뱅이를 시키면 술은 공짜로 주는 날을 정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을지로 골뱅이 골목의 골뱅이 전문점에서는 골뱅이무침을 직접 비벼먹는 재미를 느낄 수도 있고 계란말이, 야채모듬 등 다양한 서브 안주도 맛볼 수 있다. 골뱅이 전문점의 주인들은 “골뱅이 요리 맛내기는 통조림에 든 국물에서 나온다”고 입을 모은다. 을지로 골뱅이 골목에서 만난 한 손님은 “일반 호프집에서 쓰는 제품은 화학조미료나 간장 등의 첨가물로 맛을 내기 때문에 생골뱅이를 찔 때 생기는 육수를 이용해 만드는 (을지로 골뱅이 골목에 유통되는) 골뱅이 국물 맛과 비교할 수가 없다”고 했다. 또 다른 골뱅이 매니아 김모씨는 “정품 골뱅이를 쓴다면서 다른 제품을 속여 내거나 정량이 못 미치게 덜어내는 업소가 있으니 미심쩍은 부분이 있으면 주문할 때 골뱅이 깡통을 그대로 주면 직접 따서 넣겠다고 말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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