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전략)본드마켓의 정치경제학-①정부

  • 등록 2002-12-04 오전 9:25:50

    수정 2002-12-04 오전 9:25:50

[edaily 정명수기자] 정치의 계절이다. 대선 후보들은 저마다 차가운 머리와 뜨거운 가슴으로 한표를 부탁한다.

정치는 게임이다. 합리적 선택의 이론가인 새뮤얼 포프킨은 "모두의 일은 아무의 일도 아니다"고 했다. 만약 모든 유권자가 후보자 평가에 더 많은 시간을 들인다면, 우리는 후보자에 대해 더 잘 아는 선거구민 덕분에 혜택을 얻을 수 있다.(무임승차)

다른 모든 사람들이 후보자 평가에 매달릴 때 나는 그 시간을 다른 일에 투자한다. 나는 훌륭한 정부를 얻으면서 동시에 나의 투자처로부터 더 나은 수익도 올리게 된다.

결국 대중이 합리적이면 합리적일수록 정치와 정책에 대해 무관심하게 된다. 남들이 정치논쟁을 벌일 때 투기 과열 지역으로 묶이지 않은 곳의 땅을 보러 다니는 것이 더 합리적이다. 정치 게임에 임하는 `합리적 유권자`들의 이같은 행태는 궁극적으로 정치를 `특수한 이해 당사자`들의 것으로 만들어버린다.

재미있는 것은 정부 그 자체가 게임의 일원이라는 사실이다. 정부도 정치 게임에서 `특수한 이해 당사자`이고 스스로의 정치·경제적 이익을 확대하기 위해 행동한다. 정부는 다른 정치 세력-특정 이해집단 또는 정치집단-으로부터 공격받고 이들을 공격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2003년 이후 대한민국 정부가 당면하게 될 정치적 위협은 무엇인가. 채권시장이 주목해야할 정부의 정치적 약점은 막대한 국가부채와 균형재정이다.

IMF를 졸업하면서 국가부채가 크게 늘어났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하지만 정치는 이 문제를 가만두지 않는다. 지금 대선의 쟁점은 부채정권 종식이냐 낡은 정치 개혁이냐로 갈려 있지만 정부 입장에서 정치경제적인 뇌관은 국가부채라고 할 수 있다.

국가부채를 갚아나가려면 정부의 빚(국채 발행)을 최대한 억제해야한다. 이는 앞으로 국채로 전환될 예보채 차환 발행과도 연결된다. 정부는 정치 게임에서 예보채 차환 발행에 가장 유리한 환경을 만들려고할 것이다.

균형재정도 만만치 않은 과제다. 숫자상으로는 DJ정권에서 균형재정을 이뤘다고 하지만 앞으로도 그럴까. KT, 담배인삼공사, 은행 지분 매각 등 민영화 정책은 균형재정에 한몫했다. 이제는 팔아버릴 정부 재산이 별로 없다.

세금을 더 걷는 것은 어떨까. 청와대에 새로운 주인이 들어서자마자 세금을 더 내라고 하면 국민들이 좋아할까. 어떤 대선 후보의 공약대로 부유세를 신설하면 어떨까. 부동산 대책으로 내놓은 양도소득세에 대한 저항을 생각해보면 진보적 세정은 먼 훗날의 일이다.

정부의 씀씀이를 대폭 축소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그러나 경기 사이클은 어쩌란 말인가. 내수를 이어 수출이 경기를 지탱해줄만큼 자신이 있는가. 만에 하나 새 정부가 다시 건설경기 부양책이라도 들고 나와야할 상황이 된다면?

정부 입장에서는 국가부채와 균형재정이라는 `DJ의 경제적 유산`을 누가 상속하는 것이 유리할까.

지금까지 대선후보자들의 면면으로 볼 때 두가지 선택이 유력하다. 첫째, 국가부채를 이전 정권의 문제로 선언하고 유산 상속을 거부하는 것이다.

정치적으로는 잘한 정권의 유산을 받는 것보다는 잘못한 정권의 부채를 떠안는 것이 훨씬 편하다. 새 정부의 선명성이 부각되니까. 아직까지 우리 정치 게임에서는 정책 계승과 같은 포지티브 전략보다는 남을 깎아 내리고 나를 부각시키는 네거티브 전략이 효과적이다.

만약 유상 상속을 거부하는 정권이 들어선다면 그 정부는 국가부채 문제를 정면으로 돌파할 가능성이 있다. 최대한 정부 지출을 줄일 것(긴축)이고 나머지 민영화 정책에도 박차를 가할 것이다. 경상수지 적자를 감내하면서 성장 정책을 추진할 수도 있다. 돈을 벌어야(성장) 빚(국가부채)을 갚을 수 있으니까. 이 경우 국민 복지의 후퇴는 불가피할 것이다.

둘째, 유산을 상속하되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다. 국가부채는 어차피 다음 세대까지 이어질 장기 과제다. 새 대통령이 5년 임기내에 국가부채를 줄인다면 얼마나 줄일 수 있겠는가. 현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정부 스스스로 부채의 분할 상환 계획을 착실히 실행해가는 방법이 있다.

법정관리나 화의, 워크아웃과 같은 용어가 정부 살림에도 적용될 수 있다. 그러나 법정관리나 화의 중인 기업도 회사 사정이 좋아지면 보너스를 두둑히 줬다. 유산 상속을 인정하는 정부가 들어선다면 복지의 확대는 계속 추진될 것이다. 이런 정부는 아마도 눈앞의 당근으로 우리 자식 세대가 갚아야할 부채 부담을 희석시키려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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