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사 설립 문턱 높인 공정위…'피라미드식 확장 차단' Vs '추가비용 30조'

[공정경제3법 대해부]②
기존 지주회사엔 인센티브 부여해 지분율 상향
신규 지주회사에는 자회사·손자회사 규제 강화
지주회사 전환은 기업의 선택..실리 따져야
코로나19로 사업개편 어려워..법시행 연기 등 거론
  • 등록 2020-10-02 오후 2:00:00

    수정 2020-10-02 오후 2:00:00

[편집자주] 공정거래법, 상법, 금융그룹통합 감독법 등 이른바 공정3법이 국회에 상정되면서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재계에서는 기업 옥죄기 법이라고 주장하지만, 반대 측은 건전한 자본시장을 만들기 위해 불가피한 법안이라고 반박한다. 국회에서 본격 논의에 들어가기에 앞서 정부가 추진 중인 공정경제 3법 개정안의 취지와 문제점 등을 분석했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사진=연합뉴스)
[세종=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공정거래법 전면 개편안에는 ‘무늬만 지주회사’에 대한 규제 강화안이 담겼다. 현행 지주회사의 자회사·손자회사 지분율은 상장은 20%, 비상장은 40%인데 각각 30%, 50%로 올리는 방안이다. 다만 기존 지주회사는 제외되고, 신규 전환 지주회사에만 해당된다. 경영계는 신규 지주사 전환에 30조원에 달하는 비용이 든다며 과잉 규제라고 반발하고 있다.

공정위, 무늬만 지주회사로 변질..메스 필요 판단

지주회사란 계열사 주식을 보유해 그 회사를 지배하고자 하는 목적을 가진 회사를 말한다. 어떤 기업이 홀딩스라는 사명을 갖고 있다면 그 기업은 지주회사(holding company)라는 의미다. LG, SK처럼 (주)LG (주)SK아래 자회사, 손자회사 등 계열사를 보유하는 모습을 띤다. 순환, 상호출자 등으로 복잡하게 얽혀있는 출자구조와 다르다. 1980년까지만 해도 대기업 독점 등을 우려해 지주회사 제도를 금지했지만,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대기업의 복잡한 출자구조를 단순화하기 위해 정부는 각종 인센티브를 부여하며 지주회사 전환을 독려했다.

지주회사인 LG의 소유지분도. 계열사간 출자구조가 단순하다.
그랬던 공정위가 지주회사 제도에 ‘메스’를 대려고 하는 것은 현행 제도가 변질됐다는 판단에서다. 공정위는 지주회사 제도가 총수일가의 지배력 확대, 사익편취 등 수단으로 이용될 우려가 상당한 것으로 판단했다. 대기업이 적은 자본으로 과도하게 지배력을 확대할 수 있고, 이렇게 형성된 자회사 및 손자회사와 거래를 통해 배당 외의 편법적인 방법으로 수익을 올리는 문제가 드러나고 있다.

2018년 공정위가 진행한 지주회사 수익구조 실태조사에 따르면 18개 전환 집단 지주회사 중 11개사에서 배당수익 비중은 50% 미만이고, 부영(0%) 셀트리온홀딩스(0%) 한라홀딩스(4%) 한국타이어(15%) 코오롱 등은 20% 미만에 그쳤다. 지주회사가 보유한 계열사 지분이 50%가 넘는 터라 배당수익도 50%에 근접해야 하지만 배당 수익이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배경에는 지주사와 계열사간 내부거래가 있다. 지주사와 소속회사간 내부거래 비중은 55%에 달하는데, 이는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회사의 평균 내부거래비중 14.1%을 크게 웃돈다. 더구나 내부거래는 모두 입찰이 아닌 수의계약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고 공시도 없다. 게다가 이사회 의결도 이뤄지지 않아 내부거래 감시 및 견제 장치가 상당히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는 특히 지주사가 직접 출자부담을 지는 자회사보다는 손자회사, 증손회사 등을 대폭 늘리는 방식으로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을 확대하고 있는 것도 문제로 보고 있다. 대기업 집단의 ‘피라미드식’ 확장이 지주회사 체제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자료: SK증권
◇기존 지주회사는 세제 인센티브로 지분율 상향


공정위는 자회사, 손자회사에 대한 지분율을 늘려야 이처럼 총수일가가 적은 자본으로 지배력을 과도하게 확대하는 행위를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방식은 두 가지다. 기존 지주회사는 추가적인 규제보다는 세법상 ‘세제 인센티브’를 부여해 지분율을 상향하는 방식으로 유도했다. 기존 지주회사까지 지분율 기준을 높일 경우 시장의 충격이 크다고 판단했다. 몇몇 지주회사의 부작용 문제로 규제를 강화할 경우 시장의 충격이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충분히 배당을 하고 있고, 자회사 지분율이 높은 회사가 오히려 피해를 볼 우려가 크다.

세제 인센티브 방식은 이렇다. 법인세법에 따르면 자회사가 상장사일 경우 지분율이 20~40%구간에서는 자회사 배당금의 80%, 지분율 40% 초과시에는 100%를 익금불산입해 세금을 감면해주고 있다. 비상장사는 40~80%구간에서 80%, 80%초과지분율을 보유할 때 100% 세금 감면 혜택을 받는다. 익금 불산입은 법인세법상 타법인으로부터 들어온 배당금을 익금에 산입하지 않아 세제 혜택을 주는 제도를 말한다.

정부는 지난 2018년 자회사가 상장사일 경우 지분율이 20~30%구간에서는 자회사 배당금의 80%, 30~40%구간에서는 배당금의 90%를 익금불산입하기로 했다. 좀더 촘촘하게 인센티브 구간을 만들어서 지분율 상향을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기존 지주회사에는 부담은 없고 오히려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유인이 있다.

2018년 세법개정안 (자료=기획재정부)
신규 지주회사는 보유 지분율 상향으로

반면, 신규로 지주회사를 전환하려는 대기업은 상당히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자산 10조원 이상 상호출자제한집단은 총 34개로 이중 지주회사 체제가 아닌 집단은 삼성, 현대자동차, 포스코, 한화, 신세계, KT, 두산, 대림, 미래에셋, 금호아시아나 S-오일, 현대백화점, 카카오, 교보생명보험, 영풍, 대우조선해양, KT&G, 대우건설 등이다. 이들 회사들이 지주사 전환하면서 자회사 손자회사에 대한 지분확보에 약 30조원이 필요하다는 게 전국경제인엽합의 추산이다.

하지만 지주회사 전환은 강제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30조원을 모두 비용으로 보는 건 무리가 있다. 지주회사가 초기에 도입될 때만해도 정부가 각종 인센티브를 부여했지만, 현재는 지주회사 전환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지주회사가 아닌 회사가 지배구조가 보다 투명하고, 총수일가 사익편취 우려가 적은 기업도 있다. 비록 합병비율 문제로 접긴 했지만, 현대자동차의 지배구조 개편은 지주회사 형태가 아니었다.

결국 지주회사 전환은 기업의 선택의 문제로 귀결된다. 다만 시간이 관건이다. 지주회사 전환을 원하는 기업은 법 시행 이전에 해야 비용이 적게 든다. 올해 법이 통과되면 당장 내년부터 규제가 강화될 수 있다. 여기에 지주회사 설립·전환시 과세이연 혜택도 2021년에 끝이 난다. 이후에는 지주회사 설립 전환시 여러 계열사 지분 매각시마다 세금을 내야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코로나나19로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기업들이 당장 지배구조 개편에 나서는 것은 현실적으로 부담이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 때문에 국회 논의 과정에서 지주회사 지분율 강화 문제는 법시행 시점을 미루는 방안, 지주회사 설립·전환 과세 이연 혜택도 연장하는 방안, 지분율 상향시 세제 인센티브 강화하는 방안 등이 함께 고려될 것으로 보인다.

최관순 SK증권 애널리스트는 “법 개정의 취지가 적은 자본으로 지배력을 과도하게 확대라는 것을 경계하는 것이므로 세법상의 지원 등을 통해 자발적인 지분확대를 유도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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