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는 정부의 압박이 어디까지 이어질지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여론의 향배에 주목하고 있다. 7.28 재보선을 앞두고 나온 친서민 행보의 하나로 일회성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최근 이어지고 있는 일련의 흐름을 볼 때 대기업에 대한 군기잡기가 정권 후반기까지 지속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25일 대기업들의 현금보유량이 과다하다며 투자환경 점검을 지시했다. 대형 금융기관의 고금리 대출을 강하게 질타한 지 불과 사흘 만이다.
이 대통령의 이 같은 강공 드라이브는 지방선거 패배 이후 '친 서민 정권'을 표방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기업들이 사회적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들이 연일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하고 있는 데 반해, 중소기업들의 체감경기는 오히려 뒷걸음치자 '기업간 양극화'가 심해졌다는 목소리가 높기 때문이다. 오는 28일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서민 표를 결집시키기 위한 의도에서 비롯됐다는 시각도 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캐피탈사의 고금리 대출구조에 대한 실태점검과 함께 미소금융 활성화 방안도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미소금융 현장 점검에 나선 지난 22일에는 "대기업 계열 캐피털사의 개인 신용대출 금리가 지나치게 높다"고 강한 어조로 질타한 바 있다.
이 같은 이 대통령의 대기업에 대한 공세는 '서민경제 살리기'와 맞닿아 있다는 분석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19일 청와대 조직개편 이후 첫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서민경제 살리기에 집중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이같은 행보에 대해 재계 일각에서는 7.28 재보궐 선거를 앞둔 정치적 제스처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한 관계자는 "집권 초기부터 입으로는 서민 정책을 외치면서 정작 실질적으로 서민들을 위한 정책은 없었다는 비판이 많았다"며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정치용이 아니냐는 의혹을 보내는 것도 그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기업들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거론하며 불공정 관행 근절을 강력히 주문하는가 하면 중소기업 실태 점검 및 개선을 지시하기도 했다.
정부의 액션은 집권 중반기를 넘어서면서 제기되고 있는 '레임덕' 논란을 잠재우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대기업의 임원은 "지난 수년간 중소기업과의 상생 협력에 주력해왔지만 요즘처럼 꼼꼼하게 챙겨본 적이 없다"면서 "대기업들의 상반기 실적이 중소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좋았기 때문에 (대기업에 대한) 요구의 강도가 더 큰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