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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남의 월가브리핑]인플레 경고음 커졌다…건강한 조정 vs 급격한 폭락

인플레 가능성에 촉각 곤두세우는 월가
①푹 꺼진 실물경제에 인플레가 오긴 올까
②인플레 충격시 주가는 얼마나 하락할까
원자재, 금리 예의주시…파월 발언 관심
  • 등록 2021-02-22 오전 7:49:13

    수정 2021-02-23 오전 2:24:45



<미국 뉴욕 현지에서 월가의 핫한 시선을 전해드립니다. 월가브리핑이 시장의 흐름을 이해하고 투자의 맥을 짚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요즘 인플레이션 논쟁이 뜨겁습니다. 클린턴 행정부 때 재무장관을, 오바마 행정부 때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을 각각 지냈던 ‘민주당 사람’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가 “대규모 부양책이 인플레 압력을 높일 수 있다”고 경고하며 불씨를 당겼지요.

인플레는 그 정의를 다시 점검할 필요가 있습니다. 연방준비제도(Fed)가 주시하는 PCE 물가 기준으로 보겠습니다. PCE 물가 상승률이 가장 높았던 때는 오일쇼크가 덮친 지난 1980년 11.59%(전년 동월 대비)입니다. 당시는 물가 진폭이 해마다 커서 디플레이션, 디스인플레이션, 리플레이션, 인플레이션, 스태그플레이션 등의 구분이 명확했습니다. 그런데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양상은 바뀌었습니다. 연준 목표치인 2.00%를 넘은 적이 많지 않습니다. 서머스 교수가 직접 말했던 구조적 장기침체(secular stagnation)가 이어진 겁니다. 지난해 12월 PCE 물가 상승률은 1.28%였고요. 팬데믹 직후인 지난해 4월 0.48%까지 내렸습니다. 이 때문에 인플레를 판단할 때 물가가 단기 폭등하는 것보다 ‘지속적으로’ 오르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강해졌습니다. 연준이 목표치보다 다소 높은 인플레는 용인하겠다고 했으니, 2% 후반대 이상의 상승률이 계속된다면 그건 인플레로 추정할 수 있겠지요.

지난해 팬데믹 이후 미국 실물경제와 자산시장은 양분되다시피 했습니다. 일자리를 비롯한 실물경제는 최악의 침체를 겪었고요. 증시를 비롯한 자산시장은 가장 뜨거운 한해를 보냈습니다. 이번 인플레 논쟁을 두고서도 둘을 나눠서 살펴보겠습니다.

미국의 PCE 물가 상승률(전년 동월 대비) 추이. (출처=연방준비제도 제공)
미국의 수입물가 상승률(전년 동월 대비) 추이. (출처=미국 노동부 제공)


실물경제에 인플레 충격 올까

먼저 실물경제입니다. 실물에서 인플레가 온다는 주장은 나름의 근거가 있습니다. 특히 비용 측면의 물가 상승 가능성이 높다는 건데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원유 등 원자재 랠리입니다. 최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60달러를 돌파했습니다. 코로나19 직전인 지난해 2월보다 높아졌습니다. 지난해 3~4월의 경우 10~20달러대에 불과했지요. 전년 동기 대비 상승률로 따지면 수백%입니다. 기업 생산비용이 증가할 건 어쩌면 당연한 겁니다. 둘째는 달러화 약세입니다. 당국의 돈 풀기에 달러화 공급이 폭증해 약(弱)달러가 이어지고 있고, 이는 곧 달러화로 환산한 수입물가를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지난해 3월 중순께 102.82까지 오른 이후 1년 가까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현재 90.34 수준입니다. ‘소비의 나라’ 미국에서 수입물가는 매우 중요합니다. 지난해 4월 수입물가 상승률은 -6.78%까지 떨어졌는데요. 그 이후 약달러를 등에 업고 계속 올랐고, 올해 1월 0.88%로 플러스(+)를 회복했습니다.

두 요인만 고려해도 올해 3월부터는 물가 지표가 확 뛸 게 분명해 보입니다. 지난해 3월 이후 몇 달간 경제는 마비 상태였기 때문입니다. 이른바 ‘기저효과’이지요.

그런데 이게 올해 하반기 이어질 지는 미지수입니다. 기저효과가 확 줄어서입니다. WTI는 지난해 6월 말부터 배럴당 40달러대로 올랐습니다. 달러인덱스는 지난해 7월 이미 93~94까지 내렸고요. 지속적인 물가 상승을 인플레라고 본다면, 거기에 부합할지 기자는 약간의 의구심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큰 이유는 건 수요가 약하다는 겁니다. 기자는 열흘 전쯤 뉴욕 맨해튼에서 꽤 유명하다는 유럽풍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습니다. 기자가 있던 야외 천막에는 테이블이 10개 안팎 있었는데, 딱 3개 테이블이 찼습니다. 식당 직원에게 ‘요즘 장사 어떠냐’고 넌지시 물으니 “손님이 너무 없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하더군요. 현재 뉴욕 연방준비은행의 대다수 직원들은 지난해 3월 이후 여전히 재택 중입니다. 월가 주요 기관들도 재택이 기본입니다. 게다가 소비의 근간인 고용은 미국 역사상 최악입니다. 요즘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인플레이션 가능성에 선을 긋는 건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일각에서는 △백신 덕에 경제가 정상화하고 △코로나19에 억눌린 보복 소비가 나타나며 △이는 공급 부족을 야기해 △엄청난 인플레가 나타날 것이라는 주장이 있습니다. 기자가 보기에는 ‘글쎄요’입니다. 만에 하나 그렇다고 해도 이 또한 일회성입니다.

기자는 오히려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을 들여다봐야 한다고 봅니다. 요즘 미국 기대인플레이션은 꾸준히 오르는데 반해 소비심리는 반등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번달 미시건대 기대인플레이션율은 3.3%로 전월(3.0%) 대비 0.3%포인트 올랐습니다. 2014년 8월(3.4%) 이후 최고치입니다. 그런데 컨퍼런스보드가 집계하는 소비자신뢰지수는 지난달 89.3을 기록했습니다. 지난해 2분기부터 분기 평균 90.0→93.1→93.8이었는데요. 올해 더 낮아졌습니다. 스태그플레이션까지 갈 가능성은 물론 매우 낮을 겁니다. 그러나 수요가 아닌 비용이 밀어올리는 물가 상승은 정책으로 대응이 쉽지 않다는 점에서 주의가 필요해 보입니다.

미국 버핏지수 추이. (출처=비주얼캐피털리스트 캡처)


인플레에 주가지수 떨어질까

실물경제보다 훨씬 관심이 큰 건 자산시장이겠지요. 지금 인플레 논쟁의 초점은 뜨거운 자산시장이 식을지 여부라고 봐도 과언은 아닙니다.

지난주 뉴욕 증시는 인플레 공포에 움찔했습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지수는 0.71% 하락(3934.83→3906.71)했습니다. 나스닥 지수의 경우 1.57% 내렸고요.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만 0.11% 상승했습니다. 투자자들은 생각보다 빠르게 오르는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를 보고 급히 증시에서 돈을 뺐는데요. 지난주 10년물 금리는 1.364%까지 올랐습니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국채 3개월물 혹은 2년물 같은 단기국채는 금리가 약간 내렸는데, 장기국채만 급등한 겁니다.

10년물 금리는 S&P 배당수익률과 꾸준히 비교되고 있습니다. 현재 1.57%이니, 국채금리가 거의 따라온 것인데요. 장기국채 수익률(장기국채금리)이 1% 후반대까지 빠르게 오른다면, 주식에서 채권으로 ‘머니 무브’가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이 적지 않습니다. MUFG의 데릭 할페니 시장담당 대표는 “일부 투자자들은 (주식 등) 위험자산에 대해 재평가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월가를 비롯한 기관들의 인플레 헤지 움직임은 이미 일고 있습니다. 연준 같은 당국이 ‘인플레는 없다’고 공언하는 것과 별개로 개인과 기업이 달러화 공급이 폭증하는 때 현금을 조금씩 분산하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자산시장의 인플레 반응이 실물경제와 사뭇 다른 건 그동안 폭등했기 때문이겠지요. 그 징후는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버핏지수가 있습니다. ‘투자의 신’ 워런 버핏이 높게 평가한 지표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시가총액 비율을 일컫는 겁니다. 통상 100% 이상이면 과열로 해석하는데요. 이번달 현재 228%입니다. 역사상 최고치입니다. 레벨 부담이 있을 수밖에 없는 수준입니다. 특히 급등했던 기술주들을 중심으로 밸류에이션 부담이 커지고 있습니다.

자산시장의 투자 포인트는 매우 다양한데요. 이번 국면에서 관심이 클 이슈는 크게 두 가지로 보입니다. 물가가 오르는 국면이 올 텐데 이게 증시에 있어 ‘건강한 조정’을 부를지 아니면 ‘급격한 폭락’을 부를지가 첫 번째입니다. 또 다른 건 인플레이션 수혜주는 없을지 이겠지요.

먼저 지수 하락 여부입니다. 증시의 미래를 정확히 아는 건 ‘신의 영역’일 겁니다. 그러나 월가 내에서는 일시 조정에 더 무게가 실립니다. 지난해 11월께부터 나온 증시 버블론 때문에 1분기 조정론은 적잖이 나왔던 것인데, 이참에 쉬어가자는 분위기가 나올 수 있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1분기 10% 가까운 조정론을 언급했고요. 씨티 역시 10% 하락할 수 있음을 경고했습니다.

현재 S&P 지수가 3906.71입니다. 10% 빠지면 3500~3600 정도인데요. 이를 폭락이라고 하는 건 섣부를 듯합니다. 이는 버블론이 불거지기 시작한 지난해 11월 레벨입니다. 팬데믹 직전인 지난해 초의 경우 3200대였고요. 앨런 디트마이스터 UBS 이코노미스트는 “인플레이션 충격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무엇보다 2013년 테이퍼 탠트럼 아픔이 있는 연준이 장기금리 폭등을 가만히 보고 있지 않을 겁니다. 실물경제가 좋지 않으니 정책금리 인상은 먼 얘기이지만, 단기국채를 팔아 10년물을 집중 매수하는 ‘오퍼레이션 트위스트’를 동원해서라도 장기금리를 안정시킬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만 예상보다 더 많이 빠질 수 있다는 점을 배제하기는 어렵습니다. 증시 전반의 체력이 약해진 것은 부인할 수 없는 탓입니다. 이럴 때 전혀 예상치 못한 충격이 온다면 폭락이 올 수도 있습니다. 지수 앞에 장사 없다고 하지요. 지수가 떨어지면 초유량주인 애플이든 아마존이든 다 하락한다고 보고 접근해야 합니다. 인플레 국면에서 투자 타이밍을 심사숙고해야 하는 시점임은 분명해 보입니다.

그렇다면 수혜주는 없을까요. 네드 데이비드 리서치의 연구에 따르면 지난 50년간 인플레 국면에서 많이 오른 종목은 에너지주였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예컨대 에너지 대장주 격인 셰브런의 경우 지난 1년간 보합 혹은 하락을 이어왔습니다. 국제유가가 지속적으로 빠졌던 탓입니다. 주식 폭등세와 거리가 멀었지요. 셰브런은 최근 버핏이 사들인 것으로 나타나 화제를 낳기도 했지요. 이외에 은행주 역시 주목할 만한 종목입니다.

최근 1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 추이. (출처=구글 캡처)


파월 의장 발언에 관심 집중

이번주 뉴욕 증시의 초점은 인플레입니다. 1.364%까지 치솟은 국채금리가 1.4%대를 뚫고 올라간다면 증시는 다시 빠질 수 있어 보입니다. 미국 하원은 이번주 바이든표 부양책을 가결할 계획을 갖고 있는데요. 이 소식이 다시 금리를 자극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가장 주목 받는 게 이번주 파월 의장의 발언입니다. 파월 의장은 23~24일 상원과 하원에 각각 나가는데요. 최근 이어왔던 발언 톤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데, 혹여 진전된 언급을 내놓는다면 자산시장 전반이 출렁일 수 있습니다. 아울러 26일 나오는 지난달 개인소비지출(PCE)과 개인소득, 이번달 미시건대 소비자태도지수 확정치 등을 주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세계 경제금융 중심지인 미국 뉴욕 맨해튼의 타임스퀘어 인근이 썰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김정남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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