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용의 軍界一學]남·북 '백두산·한라산' 호출 재개, 육·해상 핫라인도 복원

  • 등록 2018-06-17 오후 1:10:30

    수정 2018-06-17 오후 2:48:15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지난 14일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이 열렸습니다. 햇수로 11년만입니다. 이번 회담에서 남북 군사당국은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상태를 완화하고 전쟁위험을 실질적으로 해소하는데 필요한 제반 사항들을 진지하게 협의했다고 밝혔습니다. △군사적 충돌의 원인이 돼 왔던 일체의 적대 행위를 중지하는 문제 △서해 북방한계선 일대를 평화수역으로 조성하는 문제 △남북 교류협력과 왕래 및 접촉에 대한 군사적 보장 대책을 수립하는 문제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시범적으로 비무장화하는 문제 등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습니다.

이번 회담의 성과 중 하나는 남북 군사당국이 지난 2004년 6월 4일 합의한 ‘서해해상에서 우발적 충돌 방지와 군사분계선 지역에서의 선전활동 중지 및 선전수단 제거에 관한 합의서’를 복원한 것입니다. 이번 군사회담에서 북측단장이었던 안익산 중장(우리군의 소장)은 6·4 합의 체결 당시 소장(우리군의 준장)으로 북측 단장으로 참석한바 있습니다.

6·4 합의 복원…서해상 충돌방지· 전방지역 선전 중단

6·4 합의는 크게 두 가지 부분으로 돼 있습니다. 서해 해상에서의 우발적 충돌 방지를 위한 것과 군사분계선(MDL) 일대에서의 선전활동 중지 및 선전수단 제거 입니다.

서해상 우발적 충돌 방지 합의는 남측이 요구한 것입니다. 북측이 1970년대 들어 서해 NLL 무력화에 나선 이후 경비정 60여척을 동원해 1973년 10월부터 같은 해 말까지 43차례에 걸쳐 서해 NLL을 침범하는 등 도발을 감행했습니다. 특히 1999년 6월 15일에는 첫 번째 연평해전을 일으켰고, 같은 해 9월에는 경기도와 황해도의 경계선을 기준으로 삼은 ‘서해 해상 군사분계선’을 일방적으로 발표했습니다. 이듬해 3월에는 백령도·대청도·소청도·연평도·우도 등 서해 5개 도선의 출입 시 북측의 승인을 받으라고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2002년 6월에는 2차 연평해전을 일으켰습니다.

남북장성급회담 수석대표를 맡은 김도균 국방부 대북정책관(육군소장)을 비롯한 남측 대표단이 14일 오전 경기도 파주시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열린 남북장성급군사회담에 참석하기 위해 군사분계선(MDL)을 넘으며 북측 대표단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국방부]
이에 반해 MDL 일대에서의 선전 중지 및 선전수단 제거는 북측이 요구한 것입니다. 대북확성기와 선전물(일명 삐라)이 북한군과 주민들에게 그만큼 영향을 끼쳤기 때문입니다. 특히 대북확성기 방송은 우리 군의 대표적인 심리전 수단으로 남한의 발전상과 북한의 실상, 남북 동질성 회복, 북한 체제 비판 등의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북한 당국은 대북확성기 방송에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실제로 탈북자들은 대북확성기 방송을 듣고 남한 사회에 대한 동경심을 키웠다고 잇따라 증언한바 있습니다.

천안함 사건 여파 6·4 합의 사실상 폐기

하지만 이같은 6·4 합의는 2010년 3월 발생한 ‘천안함 폭침’ 사건을 계기로 사실상 파기됐습니다. 북측이 ‘쌍방은 서해해상에서 함정(함선)이 서로 대치하지 않도록 철저히 통제하고, 상대측 함정(함선)과 민간 선박에 대해 부당한 물리적 행위를 하지 않는다’는 6·4 합의서 조항을 어긴 것이기 때문입니다. 앞서 북측은 2009년에도 북한 경비정이 NLL을 넘어 남쪽으로 내려와 우리측의 경고사격에 조준사격을 가한 ‘대청해전’ 도발을 한바 있습니다.

이에 따라 우리 군은 2010년 5월 24일 대북 FM 자유의 소리 방송을 재개한 이후 2015년 8월 4일 경기도 파주 우리 측 비무장지대(DMZ)에서의 북한군 지뢰 도발 사건으로 10일부터 대북 확성기 방송을 전면 재개했습니다. ‘쌍방은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고 쌍방 군대들 사이의 불신과 오해를 없애기 위해 군사분계선 지역에서의 선전활동을 중지하고 선전수단들을 제거하기로 한다’는 6·4 합의가 무효화 된 것입니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합의한 판문점 선언에 따라 양측은 MDL 일대에서의 선전활동을 중단하고 선전수단 역시 제거한바 있습니다. 판문점 선언의 서해 NLL 일대 평화수역 조성 및 우발적 군사적 충돌을 방지하는 문제가 남아 있었는데, 이번 장성급 군사회담에서 이를 위해 6·4 합의를 복원시킨 것입니다. 국방부는 이번 회담에서 6·4 합의 복원에 많은 노력을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6·4 합의 복원에 따라 남북 선박간 ‘한라산’과 ‘백두산’이라는 호출 용어가 되살아 날 것으로 보입니다. 남북은 6·4 합의에서 약속한 국제상선공용주파수(주주파수 156.8Mhz·보조주파수 156.6Mhz)를 이용해 우리 함정이 “여기는 한라산”이라고 부르면, 북측은 “여기는 백두산”이라고 응답하기로 합의한 바 있습니다. 같은 해 6월 14일 첫 가동 이후 잘 운영되다 북측이 2008년 5월부터 우리 함정 호출에 응답하지 않으면서 가동이 중단됐습니다.

전방부대 우리 군 장병이 대북확성기 방송을 위한 장비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국방부공동취재단]
軍 통신선 모두 복원…우발충돌·착오에 의한 전쟁 방지

이와 함께 또 다른 성과로 꼽을 수 있는게 남북간 군 통신선의 완전 복원입니다. 당초 남북은 2002년 9월 서해지구 통행 보장을 위한 군 통신선 3개 회선을 설치하고 12월에는 동해지구에도 3개 회선을 설치한바 있습니다. 또 2005년 8월에는 서해 우발적 충돌 방지를 위한 군 통신선 3개 회선도 설치했습니다.

그러나 북한 2008년 금강산 관광 중단과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남북관계 악화를 문제삼아 서해지구와 서해 우발 충돌 방지용 군통신선을 일방적으로 차단했습니다. 이듬해 3월에는 키리졸브(KR)와 독수리연습(FE) 등 한미연합훈련 대응 차원에서 동해지구 군통신선도 차단했습니다. 2010년 동·서해지구 군 통신선을 동케이블에서 광케이블로 전환하고 기존 동케이블 1개 회선은 예비로 운용하기로 했지만 같은 11월 MDL 이북 지역 산불화재로 동해지구 군 통신선 소실 이후 현재까지 복구되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서해지구 군통신선도 2016년 우리 정부의 개성공단 전면 중단 조치에 대한 대응 차원으로 차단한 이후 올해 1월 9일 일부가 재개됐지만, 전화통화만 가능한 상태로 팩스 송·수신은 안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번 합의에서 남북은 서해 및 동해지구 군통신선과 서해우발충돌방지용 통신선 모두를 복원하기로 함에 따라 군사당국 간 육상·해상 핫라인이 모두 가동될 전망입니다. 이같은 군통신선은 우발전쟁이나 착오에 의한 전쟁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남북간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고 불신과 오해를 없애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北 공동보도문, 서해 NLL 대신 ‘서해열점수역’ 명기

물론 이번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에서 서해 NLL 관련 부분에 합의를 보지 못한 것은 아쉬운 대목입니다. 북측 단장인 안익산 중장은 공동보도문 낭독 당시 “서해 열점 수역을 평화수역으로 만들기 위한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서해 NLL 일대를 서해 열점 수역이라고 한 것입니다. 북한은 그간 서해 NLL을 ‘서해 열점 수역’, ‘서해 분쟁수역’ 등으로 지칭해왔습니다.

앞서 남북 정상은 판문점 선언에서 “남과 북은 서해 북방한계선 일대를 평화수역으로 만들어 우발적인 군사적 충돌을 방지하고…”라고 돼 있는 문구에 합의한바 있습니다. 이를 보도한 북한 매체들 역시 서해 북방한계선 즉, NLL(Northern Limit Line) 이라는 표현을 그대로 썼습니다. 이에 따라 북한 입장에 변화가 생긴 것 아니냐는 추측을 낳았지만, 이번 군사회담에서도 여전히 자신들의 용어를 사용한 것은 사실상 북한의 입장이 변하지 않았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빠빠 빨간맛~♬
  • 이부진, 장미란과 '호호'
  • 홈런 신기록
  • 그림 같은 티샷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