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밤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소셜네트워크)에는 퇴근길 맞닥뜨린 ‘재난급 교통대란’ 현장 사진이 쏟아졌다.
서울 강남역 주변 도로는 차량 움직임이 거의 마비된, 주차장을 보는 듯한 정체가 이어졌고 서울뿐만 아니라 수도권 곳곳에서도 사고 차량을 처리하러 온 견인차량까지 미끄러지는 등 속수무책 사고가 잇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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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운데 광역버스에 오른 한 누리꾼은 자신의 ‘현재진행형 퇴근길’을 실시간으로 전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처음 트위터를 통해 “40분 기다려서 간신히 퇴근길 버스를 탔는데 출발하자마자 (버스) 기사님이 방송으로 ‘폭설로 고개가 막혔다는 얘기가 있는데 거기 도착해서 막혔으면 차가 못가니 거기서 다 내려야 된다’고 해서 지금 승객들 모두 동공지진 술렁술렁 난리났다”고 알렸다.
그는 결국 “시간 보다 기상 상태, 도로 상태가 너무 나빠서 사고 위험이 있어보여 무서워서 (버스에서) 내렸다”며 “1시에 점심 먹고 계속 공복인 상태라 현기증이 와서 일단 편의점으로 가서 마스크 밑으로 쏙쏙 넣어서 먹을 수 있을 것 같은 과자를 샀다. 이제 지하철 천리행 시작”이라고 했다.
“춥고 배고프다는 게 이런 것”이라던 그는 “버스 앱으로 조금 전 내린 버스가 어디쯤 갔는지 계속 지켜보고 있었는게 갑자기 고속도로 위에서 사라져 버렸다. 도대체 무슨 일이 생긴거야”라고 걱정을 나타냈다.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발 디딜 틈 없는 정류장으로 간 그는 “일단 버스는 무리일 것 같다. 사람이 이렇게 몰려 있는데 버스가 한 대도 지나가질 않는다”고 했다. 그는 버스 뿐만 아니라 택시까지 잡히지 않자 길찾기 앱으로 알아본 도보 5.5km 거리의 집까지 ‘사나이 답게’ 걸어가기로 마음 먹었다.
절반 가량 걸었다는 그는 버스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마지막 남은 소중한 과자 2알과 함께 30분을 더 걸어가기로 했다고 다짐(?)했다.
그는 이날 밤 11시 20분이 되어서야 “4시간 30분의 여정 끝에 무사히 집에 도착했다”며 자신을 걱정해준 누리꾼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퇴근을 아예 포기한 사람들도 있었다.
누리꾼들은 이러한 상황이 담긴 사진에 “이 줄의 한명이 나다. 아직 못 들어가고 있다”, “저도 퇴근하다 포기하고 내일 출근 위해 호텔에 방금 전에 들어왔다. 이 와중에 집에 못 가는 것보다 출근이 걱정돼서 상사한테 전화부터 했다. 이 상황이 눈물난다”, “K직장인들의 책임감 대단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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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승용차 한 대가 미끄러운 언덕길에서 자꾸 뒤로 밀려나자, 바로 옆 버스에서 기사가 내려 승용차를 힘껏 밀어주는 모습이 전해져 누리꾼에게 감동을 줬다. 이 뿐만 아니라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차량이 보이면 시민들이 가던 길을 멈추고 삼삼오오 힘을 보태는 장면이 곳곳에서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