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로 4시간째 퇴근중"..출근 위해 호텔로 몰린 'K직장인'

  • 등록 2021-01-07 오전 6:10:00

    수정 2021-01-07 오전 6:10:00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6일 오후 폭설을 뚫고 퇴근한 수도권 직장인에게는 다음 날 출근 걱정으로 잠 못 드는 밤이 이어졌다.

이날 밤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소셜네트워크)에는 퇴근길 맞닥뜨린 ‘재난급 교통대란’ 현장 사진이 쏟아졌다.

서울 강남역 주변 도로는 차량 움직임이 거의 마비된, 주차장을 보는 듯한 정체가 이어졌고 서울뿐만 아니라 수도권 곳곳에서도 사고 차량을 처리하러 온 견인차량까지 미끄러지는 등 속수무책 사고가 잇따랐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
대중교통도 마찬가지였다. 퇴근 시각 무렵 서울에서 판교, 동탄 등 경기 지역으로 향하는 광역버스는 2~3 정류장 사이 20대 가량의 버스가 몰리는 상황이 속출했다.

이 가운데 광역버스에 오른 한 누리꾼은 자신의 ‘현재진행형 퇴근길’을 실시간으로 전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처음 트위터를 통해 “40분 기다려서 간신히 퇴근길 버스를 탔는데 출발하자마자 (버스) 기사님이 방송으로 ‘폭설로 고개가 막혔다는 얘기가 있는데 거기 도착해서 막혔으면 차가 못가니 거기서 다 내려야 된다’고 해서 지금 승객들 모두 동공지진 술렁술렁 난리났다”고 알렸다.

이내 그는 “기사님이 방금 ‘승객 여러분, 곧 고속도로에 진입합니다. 내리시려면 지금이 마지막 기회라는 걸 분명히 말씀 드립니다. 이 차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라고 방송 하셨다”고 전했다.

그는 결국 “시간 보다 기상 상태, 도로 상태가 너무 나빠서 사고 위험이 있어보여 무서워서 (버스에서) 내렸다”며 “1시에 점심 먹고 계속 공복인 상태라 현기증이 와서 일단 편의점으로 가서 마스크 밑으로 쏙쏙 넣어서 먹을 수 있을 것 같은 과자를 샀다. 이제 지하철 천리행 시작”이라고 했다.

“춥고 배고프다는 게 이런 것”이라던 그는 “버스 앱으로 조금 전 내린 버스가 어디쯤 갔는지 계속 지켜보고 있었는게 갑자기 고속도로 위에서 사라져 버렸다. 도대체 무슨 일이 생긴거야”라고 걱정을 나타냈다.

하지만 버스보다 더 절박한 상황에 놓인 건 그였다. 지하철 환승 중 운행 중단 통보를 받고 역 밖으로 쫓겨났다는 것.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발 디딜 틈 없는 정류장으로 간 그는 “일단 버스는 무리일 것 같다. 사람이 이렇게 몰려 있는데 버스가 한 대도 지나가질 않는다”고 했다. 그는 버스 뿐만 아니라 택시까지 잡히지 않자 길찾기 앱으로 알아본 도보 5.5km 거리의 집까지 ‘사나이 답게’ 걸어가기로 마음 먹었다.

절반 가량 걸었다는 그는 버스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마지막 남은 소중한 과자 2알과 함께 30분을 더 걸어가기로 했다고 다짐(?)했다.

그는 이날 밤 11시 20분이 되어서야 “4시간 30분의 여정 끝에 무사히 집에 도착했다”며 자신을 걱정해준 누리꾼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퇴근을 아예 포기한 사람들도 있었다.

서울의 한 비즈니스 호텔에는 체크인 하는 사람들이 몰려들면서 로비에 긴 줄이 이어졌다. 기다리는 사람도, 호텔 직원도 고역인 상황이었다.

누리꾼들은 이러한 상황이 담긴 사진에 “이 줄의 한명이 나다. 아직 못 들어가고 있다”, “저도 퇴근하다 포기하고 내일 출근 위해 호텔에 방금 전에 들어왔다. 이 와중에 집에 못 가는 것보다 출근이 걱정돼서 상사한테 전화부터 했다. 이 상황이 눈물난다”, “K직장인들의 책임감 대단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서울 전역에 대설주의보가 발효된 6일 오후 서울 잠실역 인근에서 차량 2대가 추돌사고가 발생, 빙판길 위에 차들이 멈춰서 있다 (사진=뉴스1)
그나마 ‘미끄러지면 밀어주는’ 훈훈한 장면이 고단한 퇴근길을 달랬다.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승용차 한 대가 미끄러운 언덕길에서 자꾸 뒤로 밀려나자, 바로 옆 버스에서 기사가 내려 승용차를 힘껏 밀어주는 모습이 전해져 누리꾼에게 감동을 줬다. 이 뿐만 아니라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차량이 보이면 시민들이 가던 길을 멈추고 삼삼오오 힘을 보태는 장면이 곳곳에서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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