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 그림''통해 ''무한한 상상의 세계''로, 이강소 전

  • 등록 2009-09-08 오전 11:38:00

    수정 2009-09-08 오전 11:38:00


 
[노컷뉴스 제공] 이강소의 그림엔 오리와 배가 주로 등장한다. 그의 테이트 갤러리 전시 출품작과 베르겐 뮤지엄 전시출품작 및 뉴욕타임즈 작품에도 배가 등장한다. 배와 오리가 등장하는 그의 회화에 대해 필립 다쟝은 이렇게 평한다. “화면은 이론적이기보다는 주관적이고 자전적인 작업의 결과이다. 기억 속에서 시각적인 느낌이 감촉이난 냄새, 움직임 같은 신체적인 느낌과 뒤섞이게 된다. 작가의 기억 속에 있는 강은 그 모든 감각들이 분리될 수 없이 하나를 이룬 것이다. 바람과 물결, 수초의 일렁임, 새의 비상, 반쯤 물에 잠겨 있는 배, 그리고 헤엄치는 오리들. 이 모든 것이 뒤엉켜 여러 종류의 감각을 동원하기 때문에 더욱 강렬한 기억이다.”

40년 화업의 작가 이강소는 “88년을 기점으로 용감하게 오리나 배, 사슴 등의 이미지를 사용했다. 85년까지는 막연한 이미지를 사용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제가 사용하는 이미지는 과거 구상작가와는 다르다. 이미지 묘사가 아니라 이미지를 빌려온 것이다.”고 설명한다. 그는 자신의 회화가 “설정”에 있음을 강조한다. 즉 “오리, 배, 사슴을 늘어놓았을 때 보는 자로 하여금 마음대로 상상력을 불러일으키게 하려는데 있다.”는 것이다. 그는 “회화가 평면작업이지만, 저는 평면에 ‘설정’을 하기 때문에 제 자신도 자유롭고, 족쇄를 다 풀어놓았다.”고 말한다. 그는 ‘설정’이 무엇이가에 대해, 자신의 초기작품 ‘막걸리 퍼포먼스’를 예로 들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제가 73년에 화랑에 막걸리 집을 설치했는데, 그게 바로 ‘설정’이다. 관객에게 ‘느껴다오’가 아니라, 작가는 멍석을 깔아만 주고 관객들이 마음대로 즐기고 집에 돌아가서 회상해보라는 것이다.”고


그의 회화 작품에 오리형상이 많이 등장하는 이유에 대해 이강소는 “오리가 그리기 쉬워서”라고 웃음을 짓는다. 오리 형상이 리드미컬하고, 오리를 그릴 때 필획도 리드미컬하다는 것이다. 또한, “호랑이, 사자는 표현이 강할 것이지만, 오리는 표현이 약하다”고 부연한다. 그는 “과거에 추상작가들이 구상표현을 두려워했다”며, 과감하게 오리형상을 쓰는 자신의 작업에 대해 “저는 구상이 아니거든요”라고 강조한다. 오리의 해석에 대해서는 “안개 속 예쁜 오리를 상상하는데 안개도 아니고, 물도 아니고, 구름도 아니고 필획을 휘갈긴 것이다. 마음대로 생각해 달라.”고 말한다.

나는 화폭에 오리 가득한 이강소의 작품을 처음 대하고, 문득 고려시대 시인 정지상의 시 한편이 떠올랐다.

“그 누가 귀신같은 붓을 잡고서
강물 위에 을(乙)자를 그려놓았나何人把神筆 乙字寫江波”

정지상이 일곱 살 때 강에 떠 있는 오리를 보고 지었다는 시이다. 오리의 모양이 ‘乙 ’자처럼 생겼을 뿐만 아니라 乙 자의 뜻이 ‘새’라는 점에 착안한 기발한 발상이다.(송재소 <몸은 곤궁하나 시는 썩지 않네>)


그렇다면 이강소는 강물위의 오리를 화폭에 옮겨놓은 것인가. 중앙대 예술대 김백균 교수의 ‘항상 저편 맑음의 경계-이강소론’을 보자. 김교수는 “오리는 구체적 형상을 지닌 유위의 세계에 있다. 이는 마음에 인식된 물상이다. 그러나 이러한 물상이 선생의 화폭에 재현될 때는 또 다시 무심의 과정을 겪는다. 무심에 의해 형성된 오리의 형상은 선생에게 있어서 붓의 유희의 대상이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오리는 더 이상 오리가 아니어도 좋다. 그것이 단순한 붓의 장난이거나 혹은 다른 형상으로 읽혀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해석한다.

김교수의 ‘이강소론’은 이어진다. “선생의 작품의 오리와 사슴, 배와 같은 여러 모티브들은 우리의 감각을 일깨워 새로운 상상의 세계로 진입하는 단초로써 작용할 뿐이다. 오리로부터 사슴으로부터 그의 세계로 진입하지만 우리의 상상력은 이내 오리나 사슴의 형상과는 상관이 없는 우리 경험 속의 다른 이미지와 느낌들을 연상하고 그의 작품이 인도하는 감성적인 다른 세계로 건너간다. 이러한 입장에서 선생의 작품을 바라볼 때 우리는 선생의 작품에서 우리가 이미 가지고 있는, 그러나 아직 환기되지 않은 인간의 보편적 감성이나 정서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고


갤러리 현대(종로구 사간동)는 이강소의 근 20여년 작품 활동을 대대적으로 선보인다. ‘이강소 1989-2009전시회’는 작가의 40년 이력 중 89년부터 근래까지 20년 동안 주요시기별 작품들을 총 망라한 전시로 회화, 사진, 세라믹 등 작가의 다채로운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테이트갤러리와 베르겐 뮤지엄에 출품되었던 작품도 전시된다.

전시기간:9.8-9.27 전시문의:갤러리현대 본관 및 신관(02-2287-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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