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라 소개하며 가깝던 그들, 살해했다면 왜?

네 모녀 시신은 화순에서, 용의자 李씨 시신은 한강에서 발견
이호성씨, 묘비 세운다며 인부 세명 구해 구덩이 파
사건 직후엔 5천만원 입금… 돈 문제로 살해 가능성
경찰 "김씨 모녀의 돈 1억 7000만원 중 일부로 추정"
  • 등록 2008-03-11 오전 9:06:56

    수정 2008-03-11 오전 9:06:56

[조선일보 제공] 서울 창전동 일가족 4명 실종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된 전 프로야구 선수 이호성(41)씨가 10일 오후 한강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경찰은 지문 감식 결과 이 시신이 이씨가 맞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또 실종된 김모(여·47)씨 일가족 4명도 이날 밤 이호성 부친 묘소가 있는 전남 화순의 한 공동묘지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호성 시신 발견

10일 오후 3시8분쯤 한강 반포대교 북단(한남대교 방향으로 400m 떨어진 지점)에서 친구 3명과 함께 고무보트를 타고 있던 신모(36)씨가 시신 한 구를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신고를 받고 5분 뒤 출동한 경찰이 이 시신의 지문을 감식한 결과, 이호성씨로 확인됐다. 목격자 신씨는 "검은색 계통의 재킷과 체크무늬 남방, 검은 면바지를 입고 검은 구두를 신은 시신이 강물 위로 떠내려오는 것을 보고 경찰에 신고했다"고 말했다.

시신을 검안한 담당 의사는 "시신 경직 상태 등으로 보아 이씨가 오전 3시쯤 숨진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고 경찰은 전했다. 발견 당시 시신에서는 공중전화카드 3장과 휴대폰 배터리, 마스크가 발견됐으나 유서는 없었다고 경찰은 밝혔다.

이에 앞서, 서울 마포경찰서는 이날 오전 10시 이호성씨의 사진이 담긴 수배전단을 뿌리고 이씨를 공개수배 했다. 김씨 모녀가 살해됐는지, 단순 실종인지, 사건의 실체가 정확히 드러나지 않은 상황에서 공개수사로 전환한 이유에 대해 경찰은 "사회적 파장이 큰 사건이라고 판단해 용의자를 최대한 빨리 검거하기 위해 내린 조치"라면서도 "아직 실종자들이 사망했다는 증거가 없어 '실종사건 용의자'로 수배했다"고 말했었다.

이호성씨는 1990년 프로야구 해태 타이거스에 입단해 4번 타자까지 맡았던 스타였으나, 2001년 은퇴한 뒤 예식장 사업과 부동산 투자 등에 손을 댔다가 실패하고 사기 혐의로 구속되기도 했다. 그는 은퇴 후 최근까지 선수 시절 동료들과는 거의 연락을 끊고 지내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 모녀 살해 후 자살한 듯

바로 이날 밤 김씨 모녀 4명도 전남 화순의 한 공동묘지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김씨 모녀 시신은 큰 가방 4개에 각각 담긴 채 땅 속에 묻혀 있었으며 부패 정도는 심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이씨가 김씨 모녀 4명을 살해 후 자살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아파트 CCTV에 찍힌 대로 이씨가 김씨 모녀의 시신을 여행가방에 넣어 옮겼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 경찰이 김씨의 아파트를 조사했을 때, 아주 적은 양의 혈흔이 묻은 안방 침대 매트리스가 베란다에 세워져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매트리스는 시트가 벗겨져 있었으며, 혈흔을 감추려는 듯 혈흔 위에 잉크가 묻어 있었다고 경찰 관계자는 말했다. 또 천장에 달린 형광등 덮개가 사라진 채, 깨진 덮개 조각 일부만이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고 전했다.

이문수 마포경찰서 형사과장은 "집안에서 발견된 피의 양이 너무 적어, 흉기에 의해 살해됐거나 사체가 훼손됐을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고 말했다.

경찰은 18일 CCTV에서 김씨와 딸들이 드나든 것을 확인하기 위해 지난주 김씨의 오빠와 언니를 경찰로 불렀으나, CCTV 화질이 안 좋은 탓에 동생과 조카들을 식별해내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의 오빠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하루 종일 CCTV 화면을 들여다봐도 조명이 너무 어두워 동생과 조카들을 알아볼 수 없었다"며 "밤 9시50분 이전 CCTV 화면에선 여행가방을 옮기던 남성과 같은 차림의 남성도 찾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살해했다면 왜?

당초 김씨와 이씨는 매우 각별한 사이로 알려졌었다. 지난해 남편과 사별한 김씨는 주변 사람들에게 "이씨와 재혼하겠다"는 말을 공공연하게 해왔고, 지난해 10월 말 전셋집을 계약하러 이씨와 함께 부동산에 들렀을 때는 이씨를 '남편'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이처럼 가까운 사이였던 두 사람 사이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경찰은 사기 혐의로 수배돼 신용불량자 신세였던 용의자 이씨가 금전 문제를 이유로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실종 사흘 전 해지된 김씨의 예금통장에 들어있던 1억7000만원은 김씨가 살고 있는 아파트 집 주인에게 주기로 한 전세금의 일부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돈이 표적이 됐을 가능성이 높다.

본지가 단독 입수한 경찰 보고서에 따르면, 사건 시점인 지난달 18일 이후 이씨는 최소 5000만원 이상의 현금을 확보하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씨는 지난달 18~19일 평소 가까이 지내던 지인에게 현금 5000만원을 비닐봉지에 담아 주며 "A씨 법인 통장에 입금해달라"고 요청했다. 3월 8일에 또 5000만원이 담긴 통장을 건네며 송금을 부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 돈이 김씨가 실종되기 전 빼낸 1억7000만원 중 일부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그날 이호성씨는 옷가방 3개와 밀봉한 편지를 "형에게 전달해 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다음날인 3월 9일 오후 7시30분쯤 그는 지인에게 전화로 "형에게 잘 전달했냐"고 물은 뒤 연락이 끊겼다. 다음날 그는 시신으로 발견됐다.

◆김씨 모녀의 행적

우선 이들이 사라진 것으로 추정되는 18일 밤 11시쯤, 김씨 휴대폰으로 당시 집 밖에 있던 큰딸에게 전화를 걸었다. 한 시간쯤 뒤 김씨와 큰딸의 휴대폰 신호가 모두 서울 종로구의 기지국에 잡혔다. 그리고 19일 오전 5시40분엔 전남 화순의 야산 지대에서 큰딸의 전화기가 잠시 켜졌다가 꺼졌다. 19일 오후 2시53분에는 전남 장성 부근 상행선 고속도로 톨게이트의 CCTV에서 김씨의 차량이 포착됐다.

이런 휴대폰 신호를 모두 종합하면 18일 밤 10시30분쯤 여행가방을 차에 실은 이씨가 자정 무렵 김씨의 큰딸과 서울 종로 부근에서 접촉한 뒤, 밤새 차를 몰고 전남 화순까지 내려갔다가, 장성을 거쳐 20일 오전 충남 공주에 도착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20일 오후 8시쯤엔 한 남자가 서울 창전동 김씨의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김씨의 차를 세우는 장면이 포착됐으나, 이 남자가 이호성씨인지는 불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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