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인구대국' 언제까지…각종 대책에도 “애 안 낳아요”[중국은 지금]

보건 고위 관리 "늦기 전에 출산 장려책 가속화"
대학생 8% "지원 정책에 출산 의지 영향" 응답
"저출산 불가피, 양육비·집값 급증 등 복합적"
  • 등록 2023-02-12 오후 1:40:13

    수정 2023-02-12 오후 7:20:17

[베이징=이데일리 김윤지 특파원] “같은 도시에서 맞벌이하는 오빠 부부는 조카 2명 모두 시골 부모님댁에 맡겼다. 은퇴 후 이제 육아로 고생하는 부모님을 보면서 결혼도, 출산 생각도 사라졌다.”

베이징에 사는 30대 여성인 지인과 함께 식사를 위해 찾은 대형 쇼핑몰에서 그는 문득 이처럼 말했다. 어린이 병원, 어린이 미용실, 악기·발레·방송댄스 등 각종 어린이 체험교실 등 어린이 전용 매장으로 가득한 층을 지날 때였다. 주말을 맞아 매장마다 보호자 손을 잡은 ‘꼬마 손님’들로 꽉 차 있었다. 남부럽지 않은 직장을 가진 그였지만 “아이를 키우는 데 돈이 많이 들더라”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한국 젊은이들과 다를 바 없는 그의 토로는 전 세계 인구 1위인 중국이 ‘인구 대국’에서 점점 멀어지는 이유이기도 했다.

12일 중국 매체 펑파이에 따르면 양원좡 국가위생건강위원회(위건위) 인구가족사(司) 사장(국장)은 최근 위건위가 발간하는 월간지 ‘인구와 보건’ 최신호 기고문을 통해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지방 정부가 출산, 양육, 교육 비용을 낮추는 과감한 조처를 취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아이를 낳지 않는 이유로 양육 과정 전반에 따르는 높은 비용과 여성들의 경력 단절 우려를 꼽으면서, 가족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세밀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보건 담당 고위 관리가 직접 목소리를 낸 것은 그만큼 출산율 제고가 절실하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중국 인구는 마오쩌둥이 펼친 대약진 운동으로 대기근이 강타한 1961년 이후 처음으로 감소했다. 지난해 출생 인구는 956만명으로, 중국 한해 신생아 수가 1000만명 아래로 떨어진 것은 중국 국가통계국이 관련 통계를 기록하기 시작한 1978년 이후 처음이다. 반면 코로나19 대규모 감염 등으로 사망자 수는 전년 대비 소폭 늘어났다.

양 사장은 대표적인 저출산 국가로 한국과 일본을 언급하면서 이들 국가의 저조한 출산율 배경을 때늦은 효과 없는 대책에서 찾았다. 그는 “인구 문제가 부각될 때는 이미 해결할 수 있는 최적의 시기가 지났을 수 있다”면서 향후 2년 동안 출산 장려 정책의 추진을 가속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저장성 항저우시 한 거리.(사진=AFP)
한동안 산아를 제한하던 중국은 2021년부터 ‘한 가정 세 자녀’를 허용하는 등 적극적인 출산 장려로 돌아섰다. 인구 1800만명에 가까운 중국 1선 도시인 광둥성 선전시는 셋째 아이를 둔 가족에 3년 동안 최대 1만9000위안(약 350만원)의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중국 남서부 쓰촨성은 오는 15일부터 결혼 여부와 상관없이 누구나 현지 정부에 자녀를 등록해 정부의 육아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등록 자녀 수에 대한 제한도 없애는 파격적인 정책을 내놨다. 중국 유명 경제학자인 런즈핑은 최근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현행법상 중국의 법정 결혼 연령을 현재 남성 22세, 여성 20세에서 각각 18세로 조정해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이 같은 움직임도 젊은이들의 마음을 돌리지 못하고 있다. 홍콩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인용한 중국가족계획협회 등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설문조사에 참여한 중국 대학생 40% 이상이 정부의 세 자녀 허용 정책에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답했다. 8%만이 현금 인센티브 등 지원 정책에 출산에 대한 의지를 자극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보고서는 젊은이들이 일과 가정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다면서 여성과 젊은 층의 시각에서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중국인구학회 부회장인 위안신 난카이대 교수는 “지난 몇 년 동안 정부 정책이 출산을 장려하는 방향으로 바뀌었으나 저출산이란 추세를 뒤집지 못할 것”이라면서 “양육 비용의 증가, 감당할 수 없는 주택 가격, 여성의 노동 참여 증가 등은 모두 낮은 출산율을 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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