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몽같은 황금연휴가 시작됐어요"...월급쟁이 출신 자영업자의 눈물

  • 등록 2017-04-30 오전 10:05:38

    수정 2017-04-30 오전 10:06:36

[이데일리 김화균 기자] “월급쟁이 시절에는 말 그대로 황금 연휴였죠. 근데 식당을 운영하니 황금이 아니라 악몽이네요.”

지난 2월 서울 송파구에서 국밥집을 차린 초보 식당 주인 정모(52) 씨. 그는 지난해 직장을 명퇴하고 올해 초 식당을 차렸다.

식당 위치는 문정동. 비교적 목은 좋다. 얼마 전 서울동부지법과 동부지검이 옮겨 왔다. 인근에 오피스텔도 많이 생기고 있다. 입소문을 타면서 서서히 매출이 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5월 황금연휴는 정 씨에게 악몽같이 다가오고 있다.

지난 토요일부터 시작된 황금연휴. 2일과 4일만 휴기를 내면 최장 9일 휴가를 즐길 수 있다.
가장 큰 걱정거리는 매출이다. 정씨는 “법원과 검찰은 2일과 4일에는 문을 여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인근 사무실이 거의 근무를 하지 않는다고 들었다고 들었다”면서 “매출이 서서히 오르고 있는데, 연휴가 닥치니 막막하다”고 말했다. 이번 황금연휴는 그가 식당을 차린 후 처음 맞는 연휴다.

잠시 식당 문을 닫는 것도 생각했지만, 매출 한 푼이 아쉬운 상황이다.

정 씨는 “2일과 4일을 쉬면 최장 9일 연휴가 된다. 만약 문을 닫는다면 한달 중 1/3을 쉬는 셈이다. 임대료 등은 고스란히 나가는데 어떻게 문을 닫을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정 씨는 연휴기간 배달앱 등을 활용해 배달 매출을 늘리겠다는 전략을 세웠지만 큰 기대는 걸고 있지 않다.

서울 광진구에서 김밥집을 운영하는 김 모(40) 씨. 그 역시 월급장이 출신 자영업자다. 그 역시 정 씨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 매출 면에서는 정 씨보다는 상황이 낫다.

그의 주 고객은 인근 아파트 단지 주민들. 휴일에도 가게를 찾는 사람이 적지 않다. 물론 평일에 비해 매출이 2/3 수준으로 줄지만 그래도 버틸 만 하다. 다만 휴일이 이어지는 연휴라서 상당수 주민이 여행을 떠나면 매출은 더욱 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 씨는 여기에 고민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아이다. 초등학생이 아이는 가족 여행을 가자고 졸라대고 있다. 반 친구들 중 상당수가 연휴를 맞아 놀이공원을 가던, 2박3일 국내 여행을 가던, 4박5일 해외여행을 가던 가족 여행을 떠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 씨에게는 황금연휴 가족 여행은 언감생심이다. 매출이 줄 수밖에 없어 아르바이트 직원 1명은 휴가를 보냈다. 대신 부인을 가게에 나오도록 했다. 아이는 사정사정해서 처가에 맡기기로 했다.

문정동에서 식당을 하는 정 모씨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 그에게 황금연휴는 지옥연휴가 되고 있다. [페이스북 캡처]
김 씨는 “아이들과 함께 깁밥을 사러오는 가족을 보면 부러움에 앞서 우리 아이한테 미안함이 먼저든다”고 한 숨을 내쉬었다. 김 씨는 “그래도 어린이날엔 오후엔 가게문을 닫고 아이와 놀이공원에라도 다녀올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 씨는 “월급장이 때는 손꼽아 기다렸던 연휴가 자영업자가 되니 지옥이 되버렸다”면서 “장사가 안되든 것도 걱정이지만 아이한테 미안한 것이 가장 큰 부담”이라고 털어놨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미모가 더 빛나
  • 빠빠 빨간맛~♬
  • 이부진, 장미란과 '호호'
  • 홈런 신기록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