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금융이야기]빚도 '공소시효'가 있다

금융부 막내기자와 함께 배우는 금융상식
  • 등록 2015-04-05 오전 10:54:13

    수정 2015-04-05 오전 10:54:13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회사원 김모(50) 씨는 며칠 전 빚을 갚으라는 전화를 받았습니다. 13년 전 사업을 하다 부도가 난 김 씨가 미처 갚지 못한 원금 600만원을 갚으라는 내용이었죠. 채권자는 원금에 더해 13년분의 연체이자 2500만원을 갚으라고 독촉했습니다. 당황한 김 씨가 변호사에게 상담하자 “이미 상환의무가 끝난 빚이기 때문에 갚지 않아도 된다”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죄에 공소시효가 적용되는 것처럼 빚 역시 일정 시간이 지나면 채무가 면제되는 소멸시효가 있습니다. 채무의 성격에 따라 이 소멸시효가 다릅니다.

상(商)행위로 발생한 채권, 즉 ‘상사채권’의 소멸시효는 5년입니다. 쉽게 말하자면 은행·저축은행·카드사·대부업체 등 금융기관에서 빌린 돈은 ‘마지막 돈을 갚은 기점’으로 5년이 지나면 상환의무가 사라집니다. 김 씨의 상환의무가 사라진 것도 채권의 소멸시효가 지났기 때문입니다. 13년이 지난 지금 돈을 갚으라고 해봐야 법적으론 아무 소용이 없는 겁니다.

우리나라 법이 채무의 소멸시효를 인정하는 건 사실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법적으로 보호하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채권자가 돈을 받아내려는 노력을 굳이 하지 않는데 돈을 빌린 사람에게 평생 채무 의무를 안길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서입니다. 그러나 소멸시효가 끝났다고 해서 또 이게 완전히 사라지는 건 아닙니다. 국내법은 채권자의 돈을 받을 권리를 인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소멸시효가 지난 뒤 채권자가 법원에 지급명령 가처분 신청을 낼 수 있습니다. 채권자로선 돈을 받을 수 있는 마지막 카드인 셈인데요. 법원이 채권자의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면 채무자에겐 또다시 빚을 갚아야 할 의무가 생깁니다. 소멸시효가 10년 연장되기 때문입니다.

물론 채무자에게도 기회는 있습니다. 채권자가 법원에 지급명령 가처분 신청을 내면 채무자는 2주 안에 이의신청을 하면 됩니다. 그러나 채무자가 이의신청을 하는 경우가 드물긴 합니다. 그동안 오래 빚에 시달리다 보니 법원에서 날아온 서류만 봐도 진처리 치며 서류를 버리는 분들이 적지 않다고 하네요.

우리 모두 누군가에게는 갑(甲)이고 누군가에게는 을(乙)이듯, 채권자이면서 채무자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빚의 생과 사를 잘 이해해야 똑똑한 경제생활을 해나갈 수 있습니다.

먼저 상품권이나 모바일 기프티콘은 이것을 지급하면 쓰여있는 가격에 상응하는 물건을 준다는 증표이기 때문에 채권입니다. 따라서 상품권의 사용기한이 설사 끝났더라도 발행 혹은 산 지 5년이 지나지 않았다면 액면가의 90%를 환불받을 수 있습니다.

카드 포인트는 엄연히 따지면 채권은 아니지만 금융당국은 카드사가 고객에게 약속한 금전적 혜택이라는 점에서 채권에 준(準)해 5년이라는 소멸시효를 정하고 있습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정훈 새누리당 의원에 따르면 1년에 사라지는 카드포인트만 1000억원이 넘는다고 합니다. 소멸된 카드 포인트가 워낙 많다 보니 일부 카드사는 ‘소멸하지 않는 포인트’를 마케팅 전략으로 활용하기도 합니다.

또 하나 더! 반드시 알아두셔야 할 것은 보험금 청구권입니다. 여타 상사채권이 소멸시효를 5년으로 잡는 것에 반해 보험금 청구권은 이보다 짧은 3년입니다. 너무 짧다고요? 이것도 그나마 지난달 12일부터 1년 늘어난 것입니다. 단, 3월 12일 이전에 발생한 사건은 여전히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는 기한이 2년입니다.

이처럼 상사채권임에도 불구하고 시효기간이 짧은 채권들이 있습니다. 식당에서 돈이 없어 외상을 하는 행위도 일종의 상사채권인데 이 기간은 1년입니다. 또 상인·회사와의 거래와는 별도로 개개인 간의 거래는 별도의 채권시효가 적용됩니다. 이를 ‘민사채권’이라고 하는데 시효기간은 10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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