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장진의 Tour & Culture)한국 국가 브랜드, 어떻게 높일 것인가? ⑥

  • 등록 2009-02-24 오전 11:18:00

    수정 2009-02-24 오전 11:18:00

[이데일리 정장진 칼럼니스트] - 한국인이 만든 한국인을 위한 가이드북

한국의 국가 브랜드를 함께 생각해보면서 앞서 칼럼에서 한국을 소개하는 외국 가이드북이 전무한 현상을 살펴보았다. 미국은 물론이고 유럽의 출판사들도 한국을 소개하는 가이드북을 출간하지 않아 조금 심각한 상황임을 알 수 있었고 그 대안으로 몇 가지 제안도 했다. 이 참에 한국이나 서울을 소개하는 외국 가이드북만 없는 것이 아니라, 해외 여행 1500만 명 시대를 살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한국에 아직 해외 유명 여행 출판사들과 경쟁할만한 가이드북 전문 출판사가 없다는 점도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다.

해외 여행 1500만 명 시대를 맞은 한국, 하지만 해외로 나가는 한국 여행객들을 위해 한국인의 손으로 제작한 가이드북이 없는 것이다. 왜일까? 돈이 안되기 때문일까? 이유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그래서 처방도 간단할 수는 없다.

한국인을 위한 해외 가이드북도 없다

1988년 서울 올림픽을 기해 자유화된 해외 여행, 올해로 벌써 20년이 넘었다. 명절 연휴나 여름의 바캉스 때만 되면 해외 여행객들로 붐비는 공항을 보여주며 여행 수지 적자를 걱정하는 뉴스를 자주 볼 수 있었다. 지금은 경제가 어려워 조금 주춤하지만 매년 1500만 명 이상이 해외로 나가는 한국의 해외 여행 규모를 고려할 때 한국인의 손으로 제작된 해외 가이드북이 없다는 현실은 무언가 잘못되어도 크게 잘못되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하지만 이것이 한국의 현실이다. 이 현실은 언뜻 보면 외국에서 한국을 소개하는 가이드북을 제작하지 않는 사실과 관계가 없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사실은 서로 맞물려있다.

시중에 나와있는 아시아, 미국, 유럽 등을 소개하는 가이드북들은 대부분 만만치 않은 로열티를 지불하고 외국 것들을 번역한 책들이다. 외국 가이드북에도 여러 종류가 있고 질 좋은 책들도 많다. 그러나 가이드북을 번역하는 일은 그 자체로 문제가 많다. 그러다가 데이터 베이스 구축에 관련된 모든 노하우와 인력, 시장 그리고 무엇보다 한국의 출판계 풍토 전체를 회복 불가능할 정도로 망쳐놓을 수도 있다. 텍스트, 지도, 이미지, 정보를 한국인들의 취향에 맞게 가공하는 일은 꿈도 꿀 수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이, 가이드북은 컴퓨터가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만든다는 점이다. 그러니까 외국 가이드북을 들여다 번역이나 하고 앉아있으면 다름 아니라 가이드북을 만드는 ‘사람’을 만들 수가 없는 것이다. 이를 흔히 인력 양성이라고 부른다. 가이드북을 만들기 전에 가이드북을 만드는 사람부터 먼저 만들어야 하지만, 번역에 의존하면 가이드북을 만드는 사람을 만드는 시스템이 마련되지 않는 것이다. “사람을 만드는 시스템”이란 한 업계는 물론이고 넓게는 한 나라의 경제 전체를 좌우하는 중차대한 일이다.

해외 가이드북을 직접 제작하는 풍토가 마련되지 않으면 한국은 여행이나 가이드북 제작 분야에서도 계속해서 번역본이나 찍는 2류 국가에 머물 수 밖에 없다. 입만 열면 관광 진흥 정책을 내놓는 관료들 그 누구의 입에서도 직접 가이드북을 제작하는 인력과 풍토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을 만드는 시스템”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있다. 그러니 관광이고 뭐고 안 되는 것이다.

외국을 찾는 한국인들의 손에도 한국인의 손으로 만든 가이드북이 들려있어야 한다. 번역본을 들고 나가는 모멸감은 이미 설레는 여행의 느낌을 반감시키고 만다. 전 세계 유명 출판사들이 자국을 소개하는 가이드북에 만족하지 않고 전 세계를 대상으로 가이드북을 수십 권씩 출판하는 이유를 관료들을 포함해 함께 생각해보아야 한다.

제조업에만 기초 연구가 필요한 것이 아니다

얼마 전 한 신문에 상당히 충격적인 기사 하나가 실린 적이 있다. 충격적인 소식이 하도 많은 요즈음이라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지 않았을 기사인데, 다름 아니라, “韓 기술경쟁력 日의 10% 수준”이라는 제목의 기사였다. 쓴 약이 몸에 좋다고, 결코 기분 좋은 기사는 아니지만 달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한국은행의 연구결과를 인용한 기사의 핵심은 “우리나라의 기술경쟁력이 일본의 10% 수준에 불과”하며 그 원인은 “정책이 일회적이며 일관성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어느 정도로 심각한지는 “통계가 확보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1개국 가운데 한국보다 낮은 나라는 멕시코(0.08배) 폴란드(0.24배) 외에는 없었다”는 대목만 봐도 알 수 있다. 한국은행 보고서는 일본이 과학과 산업제조분야에서 초일류 선진국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끊임없는 기술향상 ▲장기적인 연구개발투자 ▲기업간 연계. 협력 ▲종업원 중심의 기업문화 ▲이익보다 신뢰를 중시하는 윤리관 ▲체계적이고 일관성 있는 정책 추진 ▲금융기관의 기술중시 대출심사 ▲장인 및 기술중시 풍토” 등이 자리잡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결론을 내리고 있다.
 
덧붙여 한국은행의 보고서는 “인간을 중시하고 장기적인 시야의 경영이 형성되도록 여건을 조성하고 기초과학과 이공계로의 진학을 선호하도록 교육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늘 듣던 소식인가? 그렇다. 그러면 그 동안 무엇을 한 것인가? 정부와 정치가들은.

일본이 과학과 제조업 분야에서 초일류 선진국이 되는 밑거름 역할을 한 장기적인 정책과 인문학적 덕목들은 대부분 과학과 산업제조분야만이 아니라 지식 산업과 서비스 산업 분야에도 그대로 필요한 것들이다. 물론 일본의 인문학적 덕목들은 아직 보편성을 얻고 있는 수준은 아니다. 철저하게 국내용이다. 하지만 배울 것은 배워야 한다.
 
일본의 이러한 장점을 우리가 생각해 보고 있는 한국의 해외 여행객을 위한 가이드북 제작과 관련시켜 잠시 생각해 보자. (물론 나는 일본을 저급한 국가로 본다. 왜냐하면 일본은 단 한 번도 지나간 과거에 대한 진지한 반성을 하지 않고 있으며 아직도 남의 나라 영토인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억지를 쓰고 있는 한심한 수준의 국가다.
 
충격적이고 정말로 기분이 상하는 것은 한국이 어떤 경우에도 독도에 발을 들여놓는 일본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일본이 인정하지 않으려고 한다는 것이다. 이에 곁들여, 일제 강점기에 가져간 국보급 한국 불상들을 버젓이 한국 서울에서 전시회를 하는 배짱 좋은 일본과 너그러워도 너무 너그러운 한국인들을 함께 보는 것이 씁쓸하기만 하다. 외규장각 도서 반환하라고 그렇게 목소리를 높이던 사람들은 다 어딜 갔는지…….

한국인을 위한 해외 가이드북을 만들어야

왜 해외 여행을 떠나는 한국인들을 위한 가이드북을 우리 손으로 제작해야 하는가? 얼마 전 이데일리 칼럼을 통해 말한 바 있지만, 가령 예를 들어, 파리 에펠탑을 소개할 때도, 한국인의 눈으로 정확하게 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가이드북이 필요하다. 일본판이나 영어판 어디를 봐도 에펠탑 높이와 건축 연대만 나와있지, 에펠탑이 제국주의 시대에 대포와 군함을 만들 수 있는 철로 만들어진 거무튀튀하고 무시무시한 탑이라는 사실은 누구도 말해 주지 않는다.

 
▲ 에펠탑


▲ 에펠탑 철골

즐거운 해외 여행을 위해서 일부러 무거운 이야기는 쓰지 않은 것일까? 아니다. 선진국들과 일본은 스스로 제국주의를 주도한 국가들이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제국주의는 역사의 순리였던 것이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아니다. 또 외국의 가이드북들 중 믿을 수 없는 책들은 개인 호사가나 아마추어들이 쓴 정보만 나열하는 무색무취한 내용을 갖고 있다.

이 두 가지 가이드북은 진정한 의미에서의 가이드북이 아닐 뿐만 아니라 한국인들에게 들어맞는 가이드북도 아니다. 말로만 듣던 에펠탑을 실물로 봤다고 그 앞에서 감동을 먹고 눈물을 흘릴 이유가 대체 어디에 있단 말인가? 그 의미를 파악하고 앞선 기술과 정치, 경제적인 숨은 뜻을 느껴야 되지 않겠는가?

가이드북은 정확한 정보는 물론이고 역사적 사건과 그 의미에 대해서도 다양하게 설명을 해주고 여행을 간 사람들이 선택해서 보도록 안내를 해줄 의무가 있는 책이다. 특히 배낭 여행을 통해 외국 여행을 하며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우고 돌아오려는 한국의 젊은이들을 위해서는 더욱 더 역사, 문화, 예술에 대한 인문학적 판단과 지식이 제공되어야 할 것이다. 이 점에서도 번역 가이드북 출간을 다시 생각해보아야만 한다.


여행·문화·예술 포탈 레 바캉스(www.lesvacances.co.kr) 대표 정장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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