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명 부르고 `님`만 붙이면 바뀌나요…여전한 기업내 수직문화

직장인 80% "조직문화 때문에 이직 고민"
수평적 문화 위해 별명 부르는 기업도 등장
"일부 기업 호칭 바꿔도 수직적인 조직 문화 여전"
전문가 "호칭 변화가 능사 아니다…구성원 간 배려 필요"
  • 등록 2019-01-17 오전 8:14:00

    수정 2020-09-21 오후 4:16:42

[이데일리 황현규 기자] 중견기업 C사에 올해 1월 입사했던 박모(30)씨는 1주일 만에 회사를 그만뒀다. 당시 회사는 박씨에게 “우리 회사는 직책도 없고 이름도 없다”며 “서로 별명으로만 부를 정도로 수평적인 회사”라고 홍보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문제가 있어서 뒤늦게 취업한 것이냐”는 얘기부터 “후배는 선배 말에 `네`와 `아닙니다`로만 답하라”는 등 선배들은 박씨의 신상을 비하하거나 상명하복의 업무 태도를 강조했다. 박씨는 “기업을 선택할 때 조직문화가 가장 중요했다”며 “직책을 없애고 별명으로 부른다는 회사에 입사해도 별반 다를 게 없다고 느껴져 퇴사를 결정했다”고 털어놨다.

구성원 모두가 평등한 대우를 받는 수평적인 조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상하관계를 의미하는 과장·차장 등의 직책을 없애고 수평적인 관계를 뜻하는 ‘00님’으로 부르거나 ‘별명’으로 상대방을 부르는 식이다. 그러나 일부 기업의 직원들은 호칭 체계만 바뀌었을 뿐 직장 내 수직적인 문화는 여전하다는 반응이다.

LG유플러스·네이버 등 호칭 `00님` 통일 …쿠팡·카카오 직책 대신 별명 불러

기업들은 조직문화 개선을 통해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다. 실리콘밸리식의 유연하고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도입해 구성원들과 소통·공감하면서 업무의 능률을 끌어올리겠다는 의도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이 호칭 변화다. LG유플러스와 네이버는 서로 간 호칭을 `00님`으로 통일했다. SK텔레콤도 직책을 없애고 매니저라고 부른다. 한 발 더 나아가 별명으로 호칭을 대체하는 기업도 등장했다. 쿠팡과 카카오는 이름과 직책 대신 가브리엘 등 별명으로 부른다.

그러나 일부 기업의 직원들은 호칭만 변경했을 뿐 수직적인 문화는 여전하다는 입장이다. 직책을 없앤 대기업의 2년 차 사원인 서모(30)씨는 “우리 회사도 팀 내 직책을 없앴다. 하지만 모든 팀이 다 수평적인 문화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며 “팀별로 격차가 심하다”고 설명했다. 서울 강남구의 한 중견 IT회사에 다녔던 최모(28)씨도 “회사 내에서 별명인 제임스로 불렸다”면서도 “별명을 부른다고 해서 자유로운 조직 분위기는 아니었다. 개인적인 업무 지시와 강압적인 명령이 많아서 결국 그만뒀다”고 밝혔다.

직장인들을 중심으로 상사의 불합리한 지시와 갑질 등 직장 내 수직적 문화를 개선하자는 목소리는 줄곧 이어져 왔다. 특히 직장인들은 직장 선택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조직문화를 꼽았다. 지난 2016년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직장인 회원 36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조직문화 때문에 이직을 고려한 적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80.3%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더불어 `조직문화의 긍정적 변화가 애사심에 영향을 줄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89.2%가 긍정적으로 답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표현과 연관없음. (사진=뉴시스)


기업들 “한계점도 분명히 존재”…전문가 “후배 위해 선배가 배려해야”

기업들은 수평적인 조직 문화를 위해 호칭 변경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한계점도 분명히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직책을 없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수평적인 문화를 요구하는 직원이 많다는 것을 체감하고 호칭을 바꾸는 등 조직문화를 개선하고 있다”면서도 “실제 팀별로 어떻게 수평적인 문화를 만들어가는지 세세하게 체크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부 선배들 사이에서 후배를 경험이 없는 아마추어로 보는 인식들도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기업 내 수평적 문화 정착을 위해서는 직장 내 구성원 모두가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최고경영자를 비롯한 선배들의 배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계수 세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4차산업 혁명으로 개인의 창의력이 중요한 시대가 됐다”며 “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생각을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는 수평적인 조직문화의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호칭만 바꾸는 것은 단편적인 수단에 불과하다”며 “수직적 구조의 가장 높은 위치에 있는 최고경영자를 비롯한 선배가 후배를 배려해야 한다는 인식을 공유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구성원들의 자발적인 변화가 어렵다면 지속적인 사내 교육 등을 개설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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