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 넘은 수양딸 사랑, 검찰도 감동했다

캐나다인 父, 입양 딸 정신질환 범죄로 수감되자 전재산 털어 선처 호소
檢, 기소유예 처분
  • 등록 2007-01-08 오전 10:34:22

    수정 2007-01-08 오전 10:34:22

[노컷뉴스 제공] 정신질환을 앓아왔던 수양딸이 한국에서 처벌 당할 처지에 놓이자 캐나다에서 단숨에 달려온 양 아버지의 애틋한 사랑에 감동해 검찰이 선정을 베풀었다.

생후 19개월 때 머나먼 이국땅인 캐나다로 입양된 A씨(25 여 캐나다 온타리오). 캐나다에서 정규 대학교육까지 마칠 정도로 A씨에 대한 양부모의 뒷바라지는 헌신적이었다.

이런 A씨는 입양된 지 23년 만인 지난 2006년 10월 2일. 고국의 땅을 밟았다. 정신질환 탓에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었지만 양부모는 생부모를 만나려고 고국을 찾겠다는 A씨의 의지를 꺾지 못했다.

한국말을 단 한마디로 못하는 A씨가 모국에서 시작한 일은 강원도 춘천시 모 어학원에서 영어 강사.

이런 그녀에게 불행의 그늘이 덧씌워진 것은 귀국 2달 만인 지난 2006년 12월 10일. 한국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데다가 지병 때문에 두통에 시달리기 시작하면서 A씨는 이날 캐나다로 돌아가기로 결심하고서 택시를 타고 공항으로 향했다.

그러나 A씨는 이날 오후 3시 45분쯤. 피해망상증에 사로잡혔다. A씨는 택시기사에게 영어로 “총과 흉기가 있느냐?”라고 물었고 기사는 제대로 알아듣지 못해 있다는 식의 답을 했다.

순간 택시 운전기사가 자신을 해치려 한다는 생각에 신호대기 중이던 택시에서 황급히 내렸다. 그리고는 살아야겠다는 생각에 경기도 남양주시 진건읍 2차선 도로에 시동에 걸린 채 세워진 B씨의 승용차를 몰고 달아났다.

마침 승용차 안에는 B씨의 9살 날 딸이 타고 있었다. 놀란 차 주인 B씨는 부인과 함께 도망가는 차량을 막으려고 승용차 양쪽 앞문에 매달렸다.

하지만, A씨는 시속 30km 속도로 15m가량 달리다가 중앙선을 넘어 마주 오던 C씨의 승합 차량을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차량 두 대가 파손되면서 B씨의 부부가 각각 진단 2주의 치료를 받았으며 승합차에 타고 있던 C씨 등 4명은 경상을 당했다.

현장에서 붙잡힌 A씨는 구속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경찰이 A씨에게 적용한 법률은 교통사고처리 특례법과 도로 교통위반 혐의 등 모두 3가지. 단순하게 사고만으로 볼 때 A씨의 범행은 법망을 쉽게 빠져나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런데 A씨가 캐나다로 떠나기 직전에 양아버지에게 보낸 메일 한통이 구세주가 됐다. 머리가 아프다고 통증을 호소하는 딸의 소식을 알게 된 캐나다인 양아버지 링거(70)씨는 수양딸을 찾기 시작했다.

춘천 학원과 휴대전화로도 연락이 되지 않자 캐나다 한국대사관을 통해서 딸의 범행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순간 양아버지의 마음은 무너져 내렸다. 대사관 소개로 변호사를 선임하고 A씨는 노령에 나이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머나먼 한국을 찾았다.

그리고는 곧바로 딸이 조사를 받는 경기도 의정부시의 한 모텔 생활을 하면서 변호사와 함께 딸을 선처해 줄 것을 검찰에 호소했다.

수양딸을 살려내려면 한가지의 시련이 더 있었다. 피해자들과의 합의금이었다. 공무원으로 정년을 마치고 연금으로 남은 삶을 보내던 양아버지는 자신의 가진 마지막 재산인 집을 내 놓기로 결심했다.

결국, 캐나다의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딸의 합의금을 마련했다.

변호사로부터 지병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검찰은 경찰의 수사를 토대로 재조사를 벌였다.

검찰은 정신 질환 탓에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는 결론을 짓고 기소유예처분을 내려 지난달 22일 A씨를 석방했다. 사건발생 12일 만에 A씨의 불행의 그늘이 검찰에 의해 떨쳐낼 수 있었다.

수사를 담당했던 의정부지검 형사4부 하충헌 부부장검사는 “A양이 한국어를 못해 통역관을 통해 조사하는 과정에서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라며 “피해자들과 합의가 이뤄졌고 양아버지의 애틋한 수양딸 사랑 때문에 선처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하 검사 부부는 A씨에게 병을 완치하고 나서 다시 모국을 찾아와 달라는 말과 함께 우리나라 전통양식이 달린 보석함을 선물했다.

A씨는 수용시설에서 출소하고 나서 병원에서 정신과 치료를 받고서 지난 4일 양아버지와 함께 캐나다로 향했다.

생부모를 찾겠다는 꿈을 가지고 고국 땅을 밟았던 A씨. 끔찍한 기억만 남길 뻔 했지만 양아버지의 사랑과 검찰의 선처로 새로운 삶을 찾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피 한방도 섞이지 않은 수양딸을 위해 일흔이라는 나이까지 헌신하고 자신의 마지막 남은 재산까지 내 놓는 양아버지의 조건 없는 사랑은 우리 사회에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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