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일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매체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미국이 올바른 자세를 가지고 우리와 공유할 수 있는 방법론을 찾은 조건에서 제3차 조미(북미)수뇌회담을 하자고 한다면 한 번은 더 해볼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베트남 하노이 제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입장을 직접 꺼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북미 대화 교착 상태에서 북한이 일단 대화 가능성을 꺼낸 것은 긍정적 신호로 읽힌다. 회담 결렬 직후 하노이에서 리용호 외무상이 협상 과정의 불만을 터트렸고 이후에도 최선희 당시 외무성 부상이 평양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미국과의 협상 자체를 부정하는 뉘앙스를 전한 바 있어서다.
앞서 김 위원장이 북미 협상 과정을 총괄해온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을 국무위원회 위원에 재선임하고 최선희 부상도 제1부상으로 승진시키면서 대미 외교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최 부상은 북미 협상이 재개된다면 스티븐 비건대표의 카운터파트가 될 수 가능성도 있다.
북미 대화의 동력이 살아났지만 낙관적인 상황만은 아니다. 김 위원장은 “올해말까지는 인내심을 갖고 미국의 용단을 기다려볼 것이지만 지난번처럼 좋은 기회를 다시 얻기는 분명 힘들 것”이라며 “제재해제 문제 때문에 목이 말라 미국과의 수뇌회담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미국이 요구하는 ‘빅딜’은 수용할 수 없음을 강조한 것이다.
제임스 쇼프 카네기국제평화재단(CEIP) 선임연구원은 “미국과 북한 중 누가 먼저 양보할 것이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북한은 먼저 양보할 의사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최 부상을 승진시킨 것은 앞으로 협상에서 북한이 새로운 접근법이나 유연한 태도를 보일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