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옵셔널사태, 감시시스템 부재가 근본원인-①

  • 등록 2002-03-11 오전 10:17:20

    수정 2002-03-11 오전 10:17:20

[edaily] 옵셔널벤처스는 코스닥증권의 조회공시 답변 시한인 지난 8일 영업진행 상황이나 투자한 업체에 대한 답변을 보내지 않았다. 단지 "대표이사가 해임됐다"는 내용만 전자공시시스템에 밀어넣고서는 다시 연락을 끊어 옵셔널벤처스의 의혹은 더욱 커져가고 있다. 창업투자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옵셔널벤처스 사태의 원인을 창투사 감시기능의 부재와 공시제도 운영상의 허점에 외국인투자자들에 대한 과도한 우대정책이 3박자로 맞물린 것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특히 관리 주체가 중기청, 금감원, 코스닥증권 등으로 나뉘어 있어 유사시 신속한 대응이 어렵다는 것. 또 조사 진행사실 자체가 주가에 악영향을 주기 때문에 정확한 물증을 확인하기 전에는 조사사실을 외부로 공개하기 어려운 것도 감독을 어렵게 하고 있다. 특히 개인투자자들은 감독기관들이 2월 초부터 이같은 사실을 눈치채고 있었으나 미온적인 대응으로 일관하다 일을 키웠다고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창투사 감시할 방법이 없다 현재 옵셔널벤처스를 1차적으로 관리하는 기관은 중기청이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창투사 설립이 등록제로 되어있고 투자 대상에 대한 심사규정이 모호해 창투사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투자자금을 빼돌리기 쉽게 되어있다. 특히 대부분의 제재 규정이 "심사 후 적발되면 창투사 등록 취소"등 사후약방문격의 대책에 불과, 옵셔널벤처스의 의혹처럼 외국계 투자자들이 "작심하고" 자금을 빼돌릴 경우 사전 방지책이 전무한 실정이다. 창투사들이 투자한 회사에 대해서는 계열사 투자 금지 등 일부 제한 조건이 있지만 이를 조사하는 방식 역시 중기청 전문가들의 "노하우"에 의존할 뿐이다. 이 또한 투자 후 6개월 내에만 신고하면 되도록 하고 있어 "소 읽고 외양간 고치기"식 조치에 불과하다. 최악의 경우 창투사들이 투자내용을 아예 신고하지 않더라도 "나중에 그런 사실이 적발되면 제재한다"는 식의 규정뿐이어서 창투사들의 전횡이 이어진다는 것이다. ◇"허점 투성이" 공시제도 이번 옵셔널 사태는 회사의 운영실태를 투자자들이 확인하는 유일한 방법인 현행 공시제도가 얼마나 무력한가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건이다. 옵셔널 측은 증권시장의 공시제도를 비웃으며 마음껏 자금을 빼돌리고 지분을 매매했지만 현재 당국이 할 수 있는 조치는 옵셔널 측에 팩스를 보낸뒤 답을 기다리는 것과 개인투자자들만 남은 회사 주식의 거래를 중단시키는 것뿐인 상황이다. 감독당국이 내릴 수 있는 최고의 철퇴는 "퇴출"이지만 이미 마음먹고 돈을 빼돌려 해외로 도피한 대주주에게는 이런 제제가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현행 공시제도는 5% 이상의 주주가 1%이상의 지분변동이 있을 경우는 5일 이내에 공시하도록 되어 있으나 "사후 규제"외에는 이를 강제할 방법이 없다. 불성실공시법인 지정에서 퇴출까지는 수개월~수년이 걸리지만 그 정도면 외국계 대주주들은 얼마든지 장난을 칠 수 있는 시간이다. 또 옵셔널 측의 공시에서도 드러났듯이 그 내용이 허위라고 하더라도 이를 적발하기는 쉽지 않다. 옵셔널벤처스는 지난 1월29일 에이엠파파스잉크가 7일전 장외에서 95만주를 매수했다고 공시했지만 누구로부터 매수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현행 규정상 외국인이 장외에서 등록기업의 주식을 매수하는 것은 금지되어 있고 장외거래시 거래 당사자를 모두 밝히도록 규정하고 있음에도 옵셔널벤처스의 공시는 금감원 전자공시 시스템을 "무사통과" 했다. 금감원의 공시시스템 역시 "선공시-후조사-적발시 처벌" 의 사후대책 중심이기 때문이다. 한편 당시 외국인이 지분을 매입했다는 공시로 옵셔널벤처스의 주가는 상한가로 뛰었고 정작 그 지분매입의 주체인 에이엠파파스는 이날 80만주를 시장에서 팔아치웠다. 지분변동 내역을 사후 공시하도록 하고 있는 현행 공시규정 때문에 개인투자자들은 늘 뒷북을 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 개인투자자는 "대주주는 사내정보 취득에 유리한 만큼 대주주의 지분 매매는 사전에 알리는 것이 공정한 룰"이라고 주장했다. ◇외국인투자자는 왕인가 이번 옵셔널벤처스 사태에는 외국인 투자자들에 대한 과잉 우대 정책도 한 몫 거들었다. 증권업협회의 한 관계자는 "외국인 투자자들과 관련된 심사나 규제를 진행하려고 하면 "너무 빡빡하면 외국인들이 투자 안한다"는 압력성 항의가 들어온다"며 "정부에서도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려고 동분서주하고 있는 상황에서 외국인 투자와 관련된 사항을 소신있게 규제하고 조사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털어놨다. 국내기업들은 이름만 들어도 기가 죽게 하는 금감원이지만 금독원조차 에이엠파파스에 장외지분을 매각한 주체가 누구냐고 질의했을 때 "영업비밀이라 알려줄 수 없다"는 답변을 들는데 만족했어야 했을 정도로 외국인 투자자들은 감독당국의 상전노릇을 하고 있다. 증권거래소의 한 관계자는 "외국인 투자자들은 국내 증권사 등 대행업체를 통해 거래를 하기 때문에 내용파악을 위한 단계가 복잡하다"며 "해당 대행사가 "우리는 이것밖에 모른다"고 답하면 이쪽에서 대응이 막막할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사실 금감원이 전자 공시 시스템을 "사후 처리 방식"으로 허술하게 운영하는 것이 "금감원이 무서워서라도 기업들이 알아서 잘 할 것"이라는 자신감 탓일지 모른다. 그렇지만 외국인 투자자들에게는 "먹기 쉬운 떡"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는 게 공시제도의 현실이다. 옵셔널벤처스도 지분매각에 대해 해당 날짜에 거래되지도 않은 가격대에 주식을 팔았다고 당당하게 허위 공시했으나 이 역시 아무도 문제삼지 않았던 것은 좋은 예다. 창투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행 창투사 운용제도는 IMF지원을 받고 있을 당시 벤처 투자 활성화를 위해 만들어진 것이어서 규제와 감시보다는 지원과 방임의 측면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머니게임하기 가장 쉬운 업종으로 알려진 창투업을 한국에서 가장 우대받는 외국인투자자가 장악하는 상황에서는 옵셔널벤처스 같은 사태는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다"며 시급한 제도개선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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