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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모닝' 박지원 국정원장 내정에 "무릎 탁" vs "세상 참"

  • 등록 2020-07-04 오후 1:50:14

    수정 2020-07-04 오후 10:07:26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문모닝’ 박지원 전 민생당 의원을 국가정보원장으로 깜짝 발탁한 데 대해 정치권이 술렁였다.

더불어민주당에선 대부분 ‘기대’를 나타냈다.

김두관 민주당 의원은 지난 3일 청와대가 신임 안보라인 인선을 발표한 직후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한 수는 박 후보자의 발탁”이라며 “역시 정치 9단에게는 국정원이 제격”이라고 평가했다. 김 의원은 또 “나이는 신체가 아니라 정신의 노화 정도라는 말이 있듯이 청년 박지원 (국정)원장은 남북관계에 새로운 순풍을 불어넣을 것”이라고도 했다.

같은 당 김부겸 전 의원도 “박 후보자는 김대중 정부에서 대북 특사로 시작해 6·15 남북공동선언을 이끌기까지 햇볕정책의 초석을 놓은 주역”이라며 “당적이 다른 박 후보자를 발탁한 것이 참으로 보기 좋다”고 전했다.

김 전 의원은 “참여정부 시절이던 2003년, 원내다수당인 한나라당이 ‘대북송금특검법’을 통과시키려 할 때, 저는 본회의장에서 유일하게 반대표를 던졌다. 그랬더니 저더러 ‘김정일에게 감사 전화 받았냐?’라며 조롱했다”며 “박지원 내정자는 옥고를 치러야 했고, 저는 한나라당을 박차고 나왔다. 국익의 관점에서 다루어야 할 일을, 되먹지 않은 정쟁으로 유린했던 한나라당의 폭거였다”고 떠올렸다.

박범계 민주당 의원은 박 내정자가 “역사와 대한민국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님을 위해 애국심을 가지고 충성을 다 하겠다”고 밝힌 소감을 언급하며 “전혀 어색하지 않다”고 했다.

박 의원은 박 내정자에 대해 “79세의 탁월한 정보취합 능력과 분석력 그리고 언어의 연금술. 체력이 뒷받침된다”며 “국정원 개혁도 개혁이거니와 국정원만이 할 수 있는 걸 알고 실행에 옮기실 분. 진짜, 기대된다”고 SNS를 통해 밝혔다.

지난 2018년 4월 청와대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원로자문단과의 오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당시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과 얘기를 나누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보수 야권에서는 박 내정자를 ‘친북(親北)인사’라고 규정하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신보라 전 미래통합당 의원은 “대북송금은 엄연한 사건이고, 북한에 의한 천안함 폭침도 엄연한 사실이자 역사”라며 “아무리 나라가 비정상이라 해도 이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이언주 전 의원도 과거 대북송금 의혹에 휘말려 옥고를 치른 박 내정자를 겨냥 “고양이한테 생선을 맡긴 격이다. 기가 차다”고 했다.

진중권 동양대 전 교수는 “박지원 씨가 지금은 문 대통령께 충성하겠다고 하지만, 몇 년 전에는 자서전의 특정 구절을 왜곡해 ‘문재인이 호남사람들을 사기꾼으로 몰았다’고 악의적인 선동을 한 적이 있다. 자서전을 확인해보니, 물품을 공급받던 호남 지역의 회사가 부도가 나는 바람에 대금을 못 받아 망했다는 내용이더라”라며 “그때는 내가 문재인 대표를 옹호했었고, 이 분(박 내정자)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한 번씩 문재인 대표를 씹는 바람에 ‘문모닝’이라는 별명까지 생겼었는데, 세상은 참 빨리도 변한다”고 회상했다.

박 내정자는 문재인 정부 들어 처음으로 야권 인사를 장관급에 발탁한 것이자, 문 대통령과 박 내정자가 과거 껄끄러운 관계였다는 점에서 의외라는 반응이 나온다.

문 대통령에 대한 박 내정자의 인연은 2003년 대북송금 특검 때 시작됐다. 노무현 대통령은 대북송금 특검법 거부 대신 공포를 택한 당시 문 대통령은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대북 밀사 역할을 했던 박 내정자는 특검 수사를 받고 옥고를 치렀다.

두 사람의 갈등은 2015년 2월 민주당 전당대회 때 정점을 찍었다. 박 내정자는 당권경쟁을 벌인 문 대통령을 ‘부산 친노’ ‘패권주의자’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당시 전대에서 박 내정자는 호남 당원들의 압도적 지지 속에 근소한 차이로 패했고, 2015년 말 안철수, 김한길 전 의원 등 비주류와 동반 탈당해 국민의당을 만들었다. 이후 2016년 총선에선 호남의 좌장으로서 국민의당이 호남 의석을 싹쓸이하는데 공을 세우며, 정치 생명까지 걸었던 문 대통령에게 호남에서의 충격적 참패를 안겼다.

2017년 대선 때도 문 대통령을 향한 공세에 앞장섰다. 매일 아침을 문 대통령 비난으로 시작해 문모닝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이 같은 악연에도 불구하고 문 대통령이 박 내정자를 발탁한 것은 남북관계 복원의 물꼬를 트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박 내정자는 2000년 사상 첫 남북정상회담 성사에 막대한 역할을 했다.

박 내정자 역시 대선 이후 야당에 있으면서도 문 대통령의 대북정책에 힘을 실어왔다. “우리 모두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에 지지자가 돼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이 북한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이튿날인 지난달 17일 외교안보 원로들과 가진 오찬 간담회에 박 내정자를 초청해 의견을 구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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