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김밥이 파리로 간다면

  • 등록 2012-07-30 오전 9:38:23

    수정 2012-07-30 오전 9:38:23

[칼럼리스트 이성수]요즘 헐리웃 영화 ‘배트맨 다크나이트 라이즈‘가 전 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스파이더맨이나 아이언맨 등도 헐리웃 영화의 인기 캐릭터들이다. 어린이에게는 꿈을 심어주고, 어른들에게는 어린 시절을 회상케 하면서 강렬한 카타르시스를 전해주는 이들은 모두 만화 속 등장인물들이다.

만화를 원작으로 하는 영화나 드라마는 헐리웃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1편의 인기를 바탕으로 속편까지 제작됐던‘궁’은 우리나라 토종만화를, ‘시티헌터’나 ‘꽃보다 남자’ 같은 드라마는 일본 만화를 원작으로 제작됐다. 이밖에도 여러 드라마나 영화가 만화를 원작으로 제작되었거나 제작을 기다리고 있다. 그야말로 만화의 전성시대다.

유년시절 엄마 몰래 눈깔사탕을 오물거리며 음습한 만화방을 드나들었던 기억은 우리 세대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추억이다. 우리 어릴적 만화는 무조건 나쁜 것이었고, 사라져야 할 대상이었다.

일본에 출장을 가게 되면 공항에서부터 큼지막한 우리나라 연예인들의 사진을 만나게 된다. 일본은 한류의 시발점이 된 나라다. ‘겨울연가’라는 드라마에서 시작된 한류는 주인공이었던 욘사마에 대한 인기로 이어졌고, 드라마 속 노래를 부른 우리에겐 다소 생소한 ‘Ryu’라는 가수를 스타덤에 올려놓았다.

영상 콘텐츠와 관련 배우 및 가수들에 대한 관심과 사랑은 자연스럽게 촬영지와 영상에 등장하는 음식까지 이어진다. ‘겨울연가’ 이후 몇 개의 드라마가 일본에서 큰 인기를 얻고, 동방신기나 보아 같은 우리나라 가수들이 일본인의 아이돌이 되면서 일본 열도는 단순히 드라마나 노래뿐 아니라 ‘대한민국‘이라는 지금까지 일본내에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콘텐츠에 열광하고 있다.

농촌에서 새참으로 마시던 막걸리가 고급스런 술로 팔리고, 15년전만 해도 일본에서는 모두 내다 버렸던 돼지 등뼈가 감자탕 속에서 빛을 발한다. 100원짜리 때밀이 수건(이태리타올)이 최고의 선물이 된지는 이미 오래다.

필자는 90년대 중반까지 TV에 등장하지 않았던 패션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콘텐츠로 제작해서 시청자들을 만났었다. 본격적인 콘텐츠 제작을 위해 패션의 본고장이라 할 수 있는 프랑스 파리에 프로덕션을 차리고 패션 콘텐츠를 제작했다.

파리를 오가며 다양한 프랑스 및 유럽인들과 교류하게 되었고, 친한 친구도 많이 생겼다. 이들이 서울에 오면 식사를 대접하고 집에도 초대했다. 여러가지 음식들 중 파란 눈의 친구들이 가장 흥미 있어 한 음식은 의외로 김밥이었다.

김밥의 맛도 맛이지만 만들어지는 과정을 너무 재미있어했다. 대나무 발에 김을 올린 뒤 각종 재료를 올리고 둘둘 마는 김밥 만들기가 그들에게는 무척 인상적이었던 모양이다. 여러 친구가 파리에 김밥 셀프바(self bar)를 열자고 진지하게 제안했다.

공부하는데 방해만 되었던 쓸모 없는 만화가 전세계인을 웃기고 울리는 블록버스터의 터전이 된다. 허름한 뒷골목에서 마시던 막걸리가 세계적 명주(名酒)가 되고, 감자탕에 들어있는 돼지 등뼈를 외국인들이 뜯고 있다. 그것도 그들의 나라에서…. 천원에 팔리는 김밥 한 줄이 글로벌 외식사업의 훌륭한 소재가 될 수 있는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다.

나를 둘러싼 모든 것이 세계를 주름잡는 콘텐츠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놀랍다. 10년 뒤에는 또 어떤 사소한 것들이 지구촌을 누비게 될지, 무엇을 화제로 떠올리며 ‘이게 이렇게 될 줄 정말 몰랐다‘고 할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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