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속살보기…''자출족''의 특권이죠"

홍은택씨 이번엔 서울 7개월 출퇴근기
  • 등록 2007-08-24 오후 12:02:00

    수정 2007-08-24 오후 12:02:00

▲ 탄천변에서 자전거를 타고 있는 홍은택씨. 그는
[한국일보 제공] “40년 넘게 서울에서 살아왔지만 자전거로 출퇴근하면서 서울에 대한 호기심이 많아졌습니다. 자전거를 통해 본 서울은 매일 새로 태어나는 도시였습니다.”

대서양에서 태평양까지 미국대륙 6,400㎞를 자전거로 횡단한 경험을 기록한 <아메리카 자전거 여행>(2006)에서 자연과 세계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력을 보여줬던 홍은택(44) NHN 서비스총괄이사.

그가 이번에는 자신이 살아온 서울을 자전거로 누볐다. 지난해 2월부터 9월까지 서울 강남구 일원동 집에서 전 직장이 있던 광화문까지 7개월 동안 자전거로 출퇴근하며 그는 ‘다양하고 역동적이고 소란스러운’ 도시의 풍경을 포착했다. <서울을 여행하는 라이더를 위한 안내서>는 그가 세심한 눈으로 서울의 강과 산, 길, 사람들, 건축물들을 관찰한 기록이다.

두 바퀴에 체중을 싣고 골목을 누비며 바라본 서울에는 승용차나 지하철의 차창을 통해서는 볼 수 없었던 역사의 속살이 들여다보였다. 중랑천을 건너며 닥나무가 많았던 저자도(압구정동 아파트 개발에 쓸 모래를 구하기 위해 폭파된 하중도)의 슬픈 역사를 떠올리고, 강남의 금싸라기 땅인 삼성역 주변에 우뚝 솟아있는 한전과 무역센터 건물을 지나치면서 막강했던 행정의 힘(두 곳 모두 과거 상공부 산하기관)을 실감하기도 한다.

자전거족이라면 마찬가지겠지만 그 역시 교통법률과 체계, 도로의 구조, 교통문화에 예민하게 반응한다. 그가 보기에는 법률도 사람들의 인식도 아직은 자전거를 ‘불청객’ 으로 취급하는 느낌이다.

가령 자전거의 통행방법을 규정한 도로교통법 15조 ‘자전거의 운전자는 자전거도로를 통행해야 한다’ 같은 조항은 자전거도로가 거의 없는 한강 이북 도심에서는 있으나마나한 조항이고, ‘다른 법령에 통행방법이 따로 규정되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보행자에게 주의하면서 도로의 우측 가장자리 부분으로 통행하여야 한다’ 같은 조항은 자전거족들을 목숨을 걸고 도로 가운데로 뛰어드는 환장한 사람으로 취급한다는 억울함이 느껴진다.

막상 자전거도로가 없어서 도로로 나서면 “자전거를 왜 찻길에서 몰고 다니느냐?”며 삿댓질하는 자동차 운전자들과 하루에도 몇번씩 실랑이를 벌여야 한다.

서울의 도로는 자동차 운전자들이 보행자나 자전거족 같은 약자들에게 적대적인 ‘약육강식’ 의 세계지만 그가 여전히 자전거를 몰고 나서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사무실에서 앉아 있으면 이성이 관장하는 좌뇌를 많이 쓰게 돼 신경질이 늘어난다”며 “자전거를 타면 감성이 주도하는 우뇌를 많이 쓰게 돼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데도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또한 환경을 보호한다는 대의를 품고 버스나 지하철을 탄다 해도 기다려야 하는 시간 때문에 ‘자기주도적으로 시간을 운용할 수 있는’ 자전거 타기의 매력과는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직장을 옮긴 뒤 요즘은 탄천의 자전거도로를 따라 분당으로 출퇴근하는 그의 꿈은 하루 안에 전국 어디나 자전거로 갈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 예컨대 땅끝인 해남만 해도 시속 30㎞로 달리면 15시간이면 도착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우리나라처럼 좁고 오밀조밀한 땅에서 자전거의 유용성을 몸으로 보여주고 싶다는 것이 그의 꿈이다.

그는 “나의 세대(386세대)가 불편하더라도 함께 참고 나가는 것의 아름다움을 중시했던 ‘버스적 사고방식’ 에 매몰됐던 세대라면 이제는 개성을 존중하면서도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자전거적 사고방식’이 필요한 시대”라며 “그것이 우리 사회를 보다 나은 사회로 변화시킬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임을 나는 믿는다”고 말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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