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가 막혀서…’ 5대 고궁·왕릉서 ‘일본인 氣관광’

명성황후 시해 건청궁 등 포함돼 논란
  • 등록 2011-02-27 오후 9:40:42

    수정 2011-02-27 오후 9:40:42

[경향닷컴 제공] 과거 일본으로부터 치욕을 당한 장소가 일본인에게 기(氣)를 충전해주는 관광지로 선정돼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관광공사는 최근 일본인 관광객을 상대로 한 ‘한국의 파워 스폿’이라는 관광상품을 선보였다. 파워 스폿(Power Spot)이란 기가 충만해 영험이 있는 장소로, 이런 곳에 흐르는 기를 받으면 스트레스가 치유되고 안식을 얻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최근 일본의 20~30대 여성들 사이에 ‘스피리추얼(Spiritual·영적) 파워 스폿’ 여행 붐이 일자 관광공사가 이를 도입한 상품을 내놓은 것이다.

하지만 관광공사가 선정한 풍수지리적 명승지에는 한·일 역사에서 ‘민감한 과거’를 가진 곳이 포함돼 있다. 관광공사는 5대 고궁과 왕릉을 파워 스폿으로 지정했는데 이 중에는 창경궁과 경복궁도 들어 있다.

창경궁은 1984년 서울대공원으로 동물원과 식물원이 옮겨가기 전까지 창경원으로 불렸던 곳이다. 일제통감부가 1909년 순종이 덕수궁에서 창덕궁으로 옮겨가자 순종을 위로한다는 명목으로 동물원과 식물원을 창경궁에 만들고 명칭을 창경원으로 격하했다. 조선 왕궁을 동·식물원으로 만든 것이어서 대표적 민족정기 말살정책으로 간주됐다.

또 다른 파워 스폿인 경복궁도 논란의 소지가 있다. 경복궁에는 1895년 을미사변 당시 명성황후가 시해된 장소인 건청궁 곤녕합이 있고, 명성황후의 시신은 건청궁 뒷산인 녹산에서 불태워진 것으로 전해진다. 일제는 명성황후를 시해한 뒤 우리 국권을 노골적으로 침탈하기 시작했다.

관광공사가 펴낸 파워 스폿 가이드북에는 “유구한 시간이 흐르는 성지에서 운기를 흡수해 봅시다” “창경궁 정문으로부터 전각을 향해 기운이 곧바로 흐르고 있어서, 손을 머리 위로 치켜 올리면 따뜻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애정운과 치유의 운기가 넘치는 스폿이므로 느긋한 기분으로 오래 머물러 봅시다” 등 기를 느끼는 요령을 설명하고 있다.

경복궁관리사무소의 한 관계자는 “일본인 관광객을 유치하려는 취지는 알겠지만, 불편한 역사를 가진 곳을 관광 프로그램 장소로 활용하려는 취지를 이해할 수 없다”면서 “최소한 일본인 관광객에게 과거 어떤 일이 일어난 장소인지도 설명해야만 제대로 된 관광상품이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관광공사의 김동일 전략상품팀장은 “파워 스폿은 역사적 사실을 전달하기 위한 상품이 아니다. 관광의 관점에서 보고 한국의 기를 느껴보자는 것이 이 상품의 취지”라고 말했다. 한국관광공사는 파워 스폿에 들어가는 명소를 점차 늘려갈 계획이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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