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순에 할리우드行…배우 안성기가 사는 법

이름 딴 '안성기박물관' 강릉서 내년 개관
모건 프리먼과 영화 '더 라스트 나이츠' 출연
정치? 한눈 팔지 않고 56년 연기 외길
선비 같은 배우 "한 우물만 파서 깊이를"
  • 등록 2013-01-25 오전 10:27:51

    수정 2013-01-25 오전 10:27:51

배우 안성기(사진=김정욱 기자 98luke@)


[이데일리 김병재 기자] ‘국민배우’ 안성기. 영화 외에는 아무것도 할 줄 모를 것 같고, 다른 일은 해서도 안될 것 같은 배우다. 1957년 ‘황혼열차’ 로 데뷔했으니 카메라 앞에 선 지도 반세기가 훌쩍 넘었다. 원로 아닌 원로다. 촬영현장에 그가 나타나면 자연스레 중심이 잡힌다. 잘 나가는 톱스타부터 촬영 막내까지 조심하고 긴장을 한다. 하지만 그는 있는데 없는 것 같이 자연스러운 선배로 남길 자처했다. 이제 그의 나이 이순(耳順). 공자가 말한 생각하는 것이 원만하여 어떤 일을 들으면 곧 이해가 된다는 예순 살이다. 그가 영화박물관을 세운단다.

- 2014년 ‘안성기박물관’을 개관한다. 계기는

강원도 강릉에 있는 ‘참소리·축음기 에디슨 과학박물관’의 손성목 관장 제의로 시작됐다. 손 관장과는 먼 인척 관계다. 손 관장이 ‘빛·소리·영상을 아우르는 박물관을 만들고 싶다’고 하더라. 이 과정에서 내 이름을 건 영화박물관을 만들고 싶다는 제의를 받아 이뤄진 거다.

-어떻게 꾸릴 계획인가

100평 정도 규모로 내가 출연한 작품 관련 소품들이 전시될 예정이다. 수천 점은 되지 않을까. 다만 식상하지 않도록 수시로 전시물을 바꿀 계획이다. 300석 규모의 극장도 마련될 것 같다. 단순 전시를 넘어 영화 관련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개발할 생각이다. 지역 주민과 교류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고민 중이다. 부모님 고향이 강릉이다. 덕분에 어려서 추억도 많다.

-전시할 자료 중 가장 보여주고 싶은 것은

사실 걱정이다. 영화일 시작한 지 55년이 넘어 손실된 것도 있다. 이사 다니면서 버린 것도 있고. 한 행사에서 영화 ‘돼지 꿈’(1961)을 디지털로 복원해서 상영했는데 내가 장난꾸러기로 나왔다. 재미있더라. 사람들은 영화나 그림을 보고 과거를 추억한다. 이런 작품을 전시해 관객과 함께 추억을 공유하고 싶다.

-이순을 넘어 할리우드에 진출한다. ‘더 라스트 나이츠’(키리야 카즈아키 감독)에 출연을 결심한 이유는

나이와 상관없이 한 번 부딪혀 보자는 마음이었다. 사람이 재산이다. 영화배우로서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에 기대를 걸었다. 할리우드 진출이란 말은 좀 부담스럽다. 미진하다. 새로운 관객을 만날 수 있는 작은 계기 정도로 봐 달라. 분량 자체는 많지 않다. 영화가 중세시대를 배경으로 해 동양인 귀족으로 나온다. 박시연의 아버지 역이다.

-힘들지 않나

가장 어려운 건 아무래도 영어다. 대화 코치가 지원은 해주지만 쉽지 않더라. 오랜만에 긴장했다(웃음). 비행 여정도 만만치는 않더라.

-모건 프리먼도 출연한다. 미국과 한국의 ‘국민배우’ 만남이라 관심도 높다. 호흡은 어떤가

이번(1월 촬영)에 가서 모건 프리먼과 함께 촬영할 것 같다. 서로 붙는 신이 많지는 않고 시선 주고받는 정도의 촬영이 아닐까 싶다. 대본상으로 보면 서로 굉장히 잘 아는 사이긴 하다. 오랜 친구 설정이더라. 모건 프리먼보다 클라이브 오웬과 찍는 신이 많다.

-촬영환경이 많이 다를 것 같다

12시간 일하고 12시간 쉬는 시스템이다. 철저하게 지켜진다. 12시간이 넘어가면 추가 촬영비가 지급되기 때문에(웃음). 덕분에 집중도와 효율성이 높다. 필요없는 장면은 찍지 않고 버릴 건 버린다. 우리나라는 아직 시간개념이 없잖나. 24시간 동안 촬영을 하고 그러다 보면 배우는 녹초가 되고 집중도는 떨어진다. 악순환이다.

-연기 시작한 지 55년이 넘었다. 배우로 오래 살아남을 수 있었던 철학은 뭔가

새로운 영화를 만나려고 계속 노크했다. 지나간 일은 흘려버리는 스타일이다. 비워야 새것을 채울 수 있잖나. 그래서 ‘가장 기억나는 영화 혹은 대사’를 물어보면 머뭇한다. 옛일을 오래 간직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니까. 이전이 아닌 앞으로 더 잘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며 연기에 임한다.

-촬영장 분위기 메이커로 유명하다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서로 섞이게 유도는 하는 편이다. 선배가 할 역할 중 하나다. 주위 사람들이 날 공기처럼 느꼈으면 좋겠다. 있는데 없는 것 같이 자연스러운 선배로 기억해줬으면 좋겠다. 배우로서는 고립되는 게 좋지 않다. 되도록 현장에서 함께 하는 게 좋다. 끊임없이 감독과 다른 배우들과 소통해야 얻는 것도 많다.

배우 안성기(사진=김정욱 기자 98luke@)


-‘굿다운로더’ 캠페인에 애정이 많은 것 같다

4년 동안 했다. 굉장한 효과가 있었다고 생각해 뿌듯하다. 스크린쿼터 이상의 캠페인이었다고 생각한다. 순수한 출발이라 의미도 깊다. 공정한 다운로드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는 걸 알려줄 수 있었다. 후배 박중훈과 공동위원장인데 사실 쉽지가 않다. 캠페인 광고 출연할 배우 섭외와 연락을 다 우리가 해야 하니까. 다 연락하려면 하루 온종일 걸린다. 후배들이 적극적으로 동참해줘 고마울 뿐이다.

-드라마 출연은 정말 안 할 건가

계획 없다. 후배들 찍는 얘기 들으면 난 죽어도 못할 것 같다(웃음). 시간상으로 여유 있는 작업과정이 좋다. 최선을 뽑아내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모든 걸 떠나 난 영화 촬영현장이 좋다.

-두 아들도 예술 쪽에 관심이 많은 것 같더라

첫째 다빈이는 개인전을 두 번 했다. 그림 그리는 일을 행복해한다. 주위 사람들도 다빈이의 그림을 좋아하는 것 같다. 어려서 따로 학원 같은 데서 배운 적이 없는 데 좋아하는 일이라 결과도 나쁘지 않은 것 같고. 새로 개인전을 준비 중인 것 같더라. 둘째는 미국에서 사진을 공부했다. 지금은 군대에 있다.

-몸이 탄탄하다. 비결은

피트니스센터에 가서 계속 운동한다. 배가 나오는 건 견딜 수가 없더라. 성격상 더부룩한 걸 못 견딘다. 그래서 꾸준히 운동한다.

▲ 배우 안성기는…

그는 선비 같다. 화려한 연예계에 반세기 넘게 살며 그 흔한 스캔들 한 번 난 적 없다. 여섯 살 때 영화 ‘황혼 열차’로 데뷔해 56년째 연기에만 집중했다. 끊임없는 정계의 유혹에도 한눈 팔지 않았다. 한 우물만 쭉 파서 점점 깊이를 갖는 게 좋다는 게 그의 인생철학이다. 소신도 대쪽 같다. 시간에 쫓기는 드라마 출연은 하지 않는다. 1952년 출생. 한국외대 베트남어과를 졸업했다. 출연작으로는 ‘고래사냥’ ‘겨울 나그네’ ‘칠수와 만수’ ‘남부군’ ‘투캅스’ ‘인정사정 볼 것 없다’ ‘실미도’ 등이 있다.

▲ 정리 양승준 기자(kran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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