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산이 품어 안은 왕릉을 따라 걷다

경북 경주시 배반동 보문동
  • 등록 2009-10-27 오후 12:00:00

    수정 2009-10-27 오후 12:00:00

▲ 넓은 평지에 자리한 진평왕릉엔 유난히 나무들이 많다.

 
[조선일보 제공] 1천년동안 신라의 수도였던 경주에는 아직도 신라가 살아 움직인다. 신라가 멸망하고 고려·조선을 지나며 또 한 번의 1천년 세월이 지났으니 그 문화가 사라졌을 만도 하지만 꾸준히 신라를 찾아 경주로 오는 사람들이 있어 경주는 아직 신라를 꿈꾼다. 경주를 대표하는 문화유산이 대부분 신라시대의 것임을 생각한다면 그리 새삼스럽지도 않을 터. 거기에 최근 인기리에 방영중인 드라마 <선덕여왕>이 신라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면서 경주의 신라유적들은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물론 드라마 속 상황과 역사상의 상황은 같지 않다. 그 다름도 사람들에겐 호기심이 될 터이다.

사람들의 호기심은 그동안 외면했던 장소들을 찾게 한다. 선덕여왕이 잠들어있는 낭산(狼山)이다. 낭산은 남산·토함산 등 경주의 이름난 산들 사이에 남북으로 길게 늘어서 있다. 해발 108m의 나지막한 산으로 지도상에도 잘 표시되지 않지만 신라시대에는 그 위용이 남달랐다. 실성왕 12년인 413년, 산 위로 누각처럼 생긴 구름이 뜨고 오랫동안 향기가 피어나 신령이 내려와 노니는 곳으로 여겨진 것. 그 이후에는 나무 한그루도 함부로 베어내지 못하는 신들의 공간으로 보호되어왔다. 그래서인지 낭산 자락에는 선덕여왕릉, 진평왕릉, 신문왕릉, 효공왕릉, 신무왕릉 등 유난히 많은 왕들이 잠들어있다. 그들을 따라 낭산 자락을 걸어보자.

▲ (좌)낭산을 오르는 사람들 (우)낭산 언덕길을 오르다보면 하늘이 환하게 트이는 곳에 선덕왕릉이 소나무에 둘러싸여 자리하고 있다.

낭산 걷기의 시작점은 효공왕릉이다. 이후 신문왕릉~사천왕사~선덕여왕릉~낭산~능지탑~낭산 마애삼존불상~국립경주박물관~진평왕릉~보문리사지~황복사지 순서로 돌아보면 된다. 국립경주박물관에서 하루 일정을 마무리하고 진평왕릉과 보문리사지, 황복사지를 떼어 다음날 돌아보는 것이 더 편하다.

신라 52대 효공왕이 잠들어있는 효공왕릉은 한옥민박집인 수오재와 인근 민가들로 둘러싸여있다. 집들 사이로 들어가면 울창한 솔숲아래 왕릉이 자리하고 있는 것. 커다란 문과 왕릉이 보이지 않을 만큼 높은 담장을 생각한 사람이면 고개가 갸웃거려질 것인데 들어가는 입구도 막아선 담장도 따로 마련되어있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공간이기 때문이다. 작은 입석 2개가 드나드는 문임을 표시하듯 민가와 맞닿는 길 입구에 서 있을 뿐이다.

▲ (좌)작은 돌 두개가 입구임을 알리는 효공왕릉 (우)효공왕릉 옆에 자리한 한옥민박 수오재

동해남부선 철길 아래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 10여분을 내려가면 신문왕릉에 닿는다. 신문왕릉은 낭산 자락의 왕릉 중 유일하게 담장을 두르고 섰다. 문 안으로 들어서면 돌을 쌓아 올린 후 봉분을 돋운 왕릉을 볼 수 있다. 거북이의 발처럼 석축을 받치고 선 호석이 있는 것도 특징. 거대한 거북 한 마리가 기어가는 듯한 공간이다. 이곳에 화장실이 있으니 이용할 것.

신문왕릉에서 도로를 따라 900여m만 내려가면 사천왕사지 입구이다. 당간지주를 지나 한창 발굴공사 중인 사천왕사지 철책을 따라 걸어가면 선덕여왕릉으로 오르는 길이 시작된다. 여기서부터 낭산 안으로 들어서는 것이다. 한그루의 나무도 베어내지 말라한 그 옛날 왕의 명령 때문인지 낭산은 빼곡하게 자란 나무로 가득하다. 그 사이로 난 오솔길을 따라 올라가면 하늘이 밝아지는 곳에 선덕여왕릉이 있다. 왕릉에서 일정한 간격을 두고 경계를 만들어두어 나무가 그 안쪽으로는 자라지 않았기 때문이다. 낭산을 올라 유일하게 하늘을 볼 수 있는 공간인 셈이다. 평지에 자리한 대부분의 왕릉과 달리 선덕여왕릉이 산 정상에 자리하게 된 것은 자신이 죽은 후 낭산 남쪽인 도리천에 묻어 달라한 왕의 요청 때문이라고 한다. 이후 문무왕 19년인 679년에 낭산 아래에 호국불교인 사천왕사가 지어졌다고 한다.

▲ (좌)신문왕릉 (우)선덕왕릉으로 가는 길 입구에 자리한 사천왕사

선덕여왕릉 뒤로 이어지는 산길을 따라 내려가다 길이 갈라지는 곳에서 왼쪽으로 가면 능지탑과 낭산 마애삼존불이 있다. 문무왕의 화장터로 알려진 능지탑은 무너져 흩어진 돌을 모아 다시 쌓은 것으로 그 원형을 알 수 없어 2단만 쌓고 나머지 돌들은 옆에 모아두었다 한다. 탑 뒤쪽에 일렬로 세워진 석재들이 그것. 탑신 아래 정교하게 새겨진 십이지신상이 있으니 살펴볼 것.

능지탑 옆에 자리한 중생사 안쪽에 낭산 마애삼존불이 있다. 보살상과 신장상이 나란히 새겨진 보기 드문 삼존불이라고. 머리에 두건을 쓰고 있는 모습이 고려시대 지장보살의 모습과 비슷해서인지 사찰에서는 보호각을 씌우고 지장전이라는 현판을 붙여놓았다. 가운데 불상만 정확한 모습을 드러낼 뿐, 양옆의 신장상은 흐릿하니 잘 보이지 않는다.

▲ (좌)능지탑 십이지신상 (우)중생사 마애불상

진평왕릉과 보문리사지, 황복사지는 보문들판 한가운데 자리하고 있다. 제일 먼저 찾아갈 곳은 진평왕릉. 능을 에워싼 활엽수들과 작은 수로가 색다른 풍경을 만들어 내는 공간이다. 인근의 논밭을 메우고 능원주위를 가꾸어놓아 나무그늘아래에서 쉬어가기에도 좋다. 보문리사지는 진평왕릉에서 논 사이로 이어진 길을 따라가면 된다. 이정표가 있긴 하나 잘 보이지 않아 유물을 찾아가는 것도 쉽지 않다. 왕실의 복을 기원하던 황복사지도 가까이 자리하고 있다.

▲ (좌)물길, 사람길이 어우러진 진평왕릉 (우)보문리사지 금당터

마지막으로 찾아갈 곳은 신라문화의 절정들이 담긴 국립경주박물관이다. 이곳에서 금관, 토우달린 목항아리, 말탄 무사모양 토기 등의 국보와 경주 영묘사터에서 발굴되어 신라인의 대표얼굴이 된 얼굴무늬수막새를 만날 수 있다. 하루 종일 걸으며 만났던 왕들의 시대에 만들어진 다양한 유물들도 찾아볼 것.

▲ (좌)국립경주박물관 (우)국립경주박물관 금관

<여행정보>

○ 관련 웹사이트 주소

- 경주시청 문화관광 http://guide.gyeongju.go.kr
- 신라문화원 www.silla.or.kr
- 국립경주박물관 http://gyeongju.museum.go.kr

○ 문의전화

- 경주시청 문화관광과 054)779-6395
- 신라문화원 054)774-1950
- 국립경주박물관 054)740-7500
- 수오재 054-748-1310

○ 대중교통 정보

[ 기차 ]
서울역-경주역, 새마을호 하루 6회 운행, 4시간 40분 소요 * 문의 : 철도고객센터 1588-7788, www.korail.com
[ 버스 ]
서울-경주 : 06:05~23:55 1일 23회 운행
부산-경주 : 08:30~23:30 1일 24회 운행
광주-경주 : 09:45, 16:50 1일 2회 운행
대전-경주 : 07:00, 11:00, 14:40, 18:40 1일 4회 운행

[효공왕릉으로 가는 길] 경주고속버스터미널(054-741-4000)이나 경주역에서 10·11·600·601·602·605번 시내버스(www.gumabus.com)를 타고 신문왕릉 입구에 내려 걸어 올라가면 된다. 터미널에서 택시를 타고 가는 것이 편리하다. 택시비는 6000원 정도. 자가운전으로 경주를 찾았다면 차량은 국립경주박물관 주차장에 두고 이동할 것.

○ 자가운전 정보

[서울-경주] 중부고속도로 동서울TG → 호법JC → 영동고속도로 강릉방향 → 여주JC → 중부내륙고속도로 대구방향 → 경주IC → 경주시내 진입 / 경부고속도로 → 경주IC → 경주시내 진입
[광주-경주] 호남고속도로 동광주TG → 고서JC → 88올림픽고속도로 담양방향 → 구마고속도로 옥포JC 직진 → 금호JC → 경부고속도로 부산방향 → 경주IC → 경주시내 진입

○ 숙박정보

- 경주코오롱호텔 : 경주시 마동, 054)746-9001, www.kolonhotel.co.kr
- 수오재 : 경주시 배반동, 054)774-1950(신라문화원), www.gjgotaek.kr
- 선도산방 : 경주시 성건동, 054)772-3123, www.sundosanbang.com
- 관광호텔 벨루스 : 경주시 노서동, 054)741-3335~6, www.bellushotel.com
- 경주파크관광호텔 : 경주시 노서동, 054)777-7744, www.gjpark.com

○ 식당정보

- 대구해장국 : 경주시 황오동 해장국거리, 묵해장국, 054)749-1577
- 원조맷돌순두부 : 경주시 보문동 숲머리, 순두부, 054)776-2343
- 원풍식당 : 경주시 황남동 국립박물관 인근, 석쇠불고기, 054)771-4433
- 석하한정식 : 경주시 충효동 김유신장군묘 입구, 한정식, 054)774-2050

○ 축제 및 행사정보

- 선덕여왕행차 행사 : 2009년 10월 24일까지 매주 토요일 15:00~17:00, 경주시내 일원 또는 보문단지 일원, 054-779-6770, http://sunduk.co.kr
- 안압지상설공연 : 2009년 10월 24일까지 매주 토요일 19:30~21:00, 안압지, 054-748-7721((재)경주문화관광축제조직위원회)
-보문야외국악공연 : 2009년 11월 1일까지 매주 목·금·토·일요일 19:30~20:30, 보문단지야외상설공연장, 054-748-7721((재)경주문화관광축제조직위원회)

○ 주변 볼거리

반월성, 대능원, 첨성대, 분황사, 황룡사지, 김유신장군묘, 남산, 불국사, 석굴암


▶ 관련기사 ◀
☞수도권매립지·소각장에서 국화축제
☞''고창읍성 밟고 밟아, 무병장세 이뤄보세''
☞11월은 대자연의 품으로 떠나볼까~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미모가 더 빛나
  • 빠빠 빨간맛~♬
  • 이부진, 장미란과 '호호'
  • 홈런 신기록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