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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전염병 대유행)은 원료의약품의 글로벌 공급망까지 뒤흔들면서 세계1위 제약산업을 확보하고 있는 미국조차 제약주권이 위협받기도 했다. 세계 원료의약품 공급국가로 자리매김한 중국, 인도 등에서 생산공장이 대거 문을 닫는 것은 물론 자국내 우선 사용을 위해 수출을 제한하면서 원료의약품을 공급받기가 어려워진게 배경이다.
뒤늦게 원활한 원료의약품 공급망을 확보해야 국민 생명과 건강을 지켜낼수 있다는 것을 간파한 미국 바이든 정부는 2021년 2월 행정명령을 발효, 원료의약품 등 공중보건공급망 구축에 발벗고 나선 상황이다. 미국은 보건인적자원부(HHS)를 통해 민관 컨소시엄을 설립하고 식품의약국(FDA)의 필수의약품 목록에서 50~100개의 주요 의약품을 선별해 공급 노력을 집중키로 했다. 미국 정부는 의료제품 공급망 및 비축량을 강화하기 위해 총 120억달러(약 15조원) 규모의 예산을 투입키로 했다. 원료의약품 제조시설의 약 73%를 국외에 두고 있는 미국이 원료의약품의 해외 의존도를 낮추고자 선제적 조치를 취한 것이다.
원료의약품의 국산화가 부진한 데는 높은 인건비와 내수시장 규모의 한계가 작용하고 있다. 여기에 원료의약품은 완제품에 비해 마진이 상대적으로 낮아 메이저 기업들이 주력 사업으로 키우기에는 한계가 있다. 실제 국내 원료의약품 제조 및 수입이 가능한 143개 회사의 업체당 평균 생산액은 2억 3000만원에 불과할 정도로 영세한 수준이다.
원료의약품 국산화의 중요성을 제대로 각인하지 못한 정부의 지원도 미적지근하다. ‘자사에서 원료를 직접 생산한 경우’, 그 원료를 사용한 완제의약품에 대해 보험약가를 우대하는게 고작이다. 그나마 정책 우대 대상을 ‘자사(자회사)’에서 합성한 원료로 한정해 실효성이 없는데다 가산 기간도 1년에 불과해 기업들에게는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업계는 약가 우대기간을 5년으로 늘리고, 자사 생산 여부를 떠나 국산 원료의약품을 사용한 완제품의 경우 보험약가를 우대하는 정책을 펴야 원료의약품 산업의 활성화가 이뤄질 수 있다고 항변한다.
갈수록 취약해지는 글로벌 공급망과 강대국들의 자원 전략무기화는 피할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다. 원료의약품 국산화 또한 국가와 국민의 생존 차원에서 선택이 아닌 필수조건이 되고 있다. 더욱이 이미 자원의 무기화를 내세우며 한국을 수시로 핍박하고 있는 중국, 일본으로부터 원료의약품 절반을 수입하는 처지는 ‘호랑이 목에 머리를 넣고 있는’ 것과 다를게 없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