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햄버거 제국의 위기

  • 등록 2002-12-02 오전 10:36:14

    수정 2002-12-02 오전 10:36:14

[뉴욕=edaily 이의철특파원] 미국에서 여행을 하면서 가장 손쉽게 들릴 수 있는 음식점이 바로 햄버거 체인점이다. 고속도로변은 물론이고 대형쇼핑센터 주변, 한적한 시골길 옆에서도 맥도널드나 버거킹 웬디스 등의 상표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특히 맥도널드의 "M"자를 형상화한 대형 로고(토끼 귀처럼 생겼다)는 멀리서도 식별할 수 있어 지리에 익숙치 않은 이들에겐 때로 아주 고마운 표지판 역할을 해주기도 한다.

싸고 간편한 음식점을 찾다가 하루 세끼를 햄버거로 때울 때도 있는 데 각 브랜드 별로 맛의 미세한 차이를 느낄 정도면 상당한 "고수"가 된 것이다. 맥도널드의 빵맛은 어떻고 버거킹의 고기맛은 어떻고 등등을 품평할 수 있을 정도라면 대단한 경지다.

미국인들이 가장 친숙하게 느끼고 또 가장 즐겨찾는 햄버거 체인점이 그러나 지금 흔들리고 있다. 부동의 1위를 자랑하는 맥도널드는 비만을 유발시켰다는 소송과 주가하락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으며 2위의 버거킹은 주인을 못찾고 표류하고 있는 신세다.

최근 뉴욕 연방법원에선 맥도널드를 상대로 한 집단 소송의 첫 심리가 열렸다. 소송을 제기한 청소년 8명은 자신들의 비만과 당뇨병 등 질병이 햄버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소송을 대리하고 있는 조지 워싱턴대학의 존 반즈하프 교수는 "비만과 관련된 질병으로 사망하는 미국인이 매년 30여만명이고 비만으로 인한 경제적손실이 1000억달러를 넘는다"며 "이 책임은 영양정보 표시를 게을리한 패스트푸드 업체, 특히 시장점유율 1위인 맥도널드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비만소송은 담배회사를 상대로 한 소송을 연상시킨다. 존 반즈하프 교수는 "처음에 담배회사를 상대로 한 폐암환자들의 소송이 이상하게 느껴졌지만 지금은 이를 당연하게 여기고 있다"며 "맥도널드를 상대로 한 소송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맥도널드의 또 다른 고민은 주가하락이다. 최근 3년 동안 맥도널드의 주가는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올 들어서도 연초 27달러선이던 주가는 지난 29일 현재 18.50달러로 25% 폭락했다. 이 상태라면 맥도널드는 다우지수 편입종목 30여개중에서 올해들어 최대 주가하락률을 기록하는 불명예를 안게될 것으로 보인다.

신용평가회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도 수십년간 줄곧 "A+"를 유지해왔던 맥도널드의 신용등급을 낮출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맥도널드가 올해의 연간 순익이 종전 예상치보다 낮아질 수 있다고 경고한 데 따른 것이다.

해외 시장에서의 맥도널드 체면도 말이 아니다. 그간 공격적인 해외점포 확장 전략으로 코카콜라와 함께 미국 문화를 상징하는 첨병 역할을 했지만 이의 부작용이 부메랑이 돼 돌아오고 있다. 특히 중동지역에서 반미분위기가 확산되면서 맥도널드 매장은 직격탄을 맞고 있다.

요르단, 이집트 등의 맥도널드 매장에는 "빅맥을 사 먹는 데 쓴 돈이 총탄이 돼 팔레스타인 형제들의 심장에 박힌다"는 전단이 뿌려지기도 했다. 맥도널드는 결국 지난달 중동과 중남미 10개국의 점포 175개를 폐쇄한다고 밝혔다. 대만에서도 매출 부진으로 10여개의 점포를 닫을 계획이다.

미국내 2위의 햄버거 체인업체 버거킹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햄버거 판매 자체가 감소한 데다 경쟁사와의 저가 경쟁으로 순익이 급감했다. 게다가 대주주인 영국의 디아지오가 추진해왔던 버거킹 매각작업도 순탄치 않다. 영국 주류업체 디아지오는 최근 미 텍사스 퍼시픽 그룹과의 버거킹 매각 협상이 결렬됐다고 공식 발표했다. 양사간의 이견은 매각가격을 놓고 이견이 컸기 때문이다. 디아지오는 23억달러선을 제시한 반면 퍼시픽그룹은 15억달러 이상은 주기 어렵다고 버텼다.

퍼시픽 그룹과의 협상이 깨진 이후 일부 언론에서 워렌 버핏 벅셔 헤더웨이 회장이 버거킹을 인수할 것이라고 보도했지만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났다. 워렌 버핏은 이례적으로 성명을 내 "나도 가끔 햄버거를 먹는다"며 "그러나 그것이 나와 버거킹간의 유일한 인연"이라고 버거킹 인수설을 일축했다.

물론 맥도널드를 비롯한 햄버거업체들도 손을 놓고만 있는 것은 아니다. 맥도널드는 이미지 쇄신을 위해 환경보호와 장애인 고용을 약속하는가 하면 튀김용 기름도 인체에 덜 유해한 것으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비만 소송에 대처하는 방법으로 어린이 비만 방지 캠페인도 벌이고 있다.

맥도널드는 이와 함께 그간 거부해왔던 신용카드 결제도 내년부터 미국내 전매장에서 허용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통해 계산대에서 5초, 고객이 햄버거를 주문해서 손에 쥐기까지의 시간을 90초로 단축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맥도널드는 패스트푸드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매장내에서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 고객들의 불평을 사왔다.

그러나 이같은 전략들이 얼마나 효과적일런지는 미지수다. 살로만스미스바니의 애널리스트 마크 칼리노스키는 "내년도 맥도널드의 미국내 동일점포 매출은 올해와 비교해 변함이 없거나 1% 성장하는 데 그칠 것"이라며 "현 상태에선 시장수익률하회라는 투자의견을 변경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미국을 가장 잘 표현하는 음식문화 vs 미국식 문화제국주의의 첨병, 쓰레기같은 음식(junk food) vs 미국인들이 가장 즐겨찾는 서민적인 음식이라는 극단적인 평가를 받아왔던 햄버거. 그리고 그 선두를 달리고 있는 맥도널드. 맥도널드와 햄버거에 대한 이같은 극단적인 평가는 사실 미국에 대한 극단적인 평가와도 닮은꼴이다. 그런 점에서 햄버거가 미국적인 음식임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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